배종찬 본부장 "‘최순실 게이트’와 개헌이 차기 대권에 미치는 영향 대권 주자별로 달라"

반기문 '우울' , 오세훈-유승민 '기회', 문재인 '고착', 손학규-안철수 '제3지대 부상'

박원순-안희정-남경필-원희룡 '존재감 드러내야', 정진석, '최순실 정국'서 주목받아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최순실 게이트가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정 운영의 돌파구를 만들어야 하는 대한민국호는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단순한 혼란이라면 서둘러 벗어나면 그만이겠지만 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너무 커서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20여 년 전 미국 국민들도 경악을 금치 못한 사건이 있었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이자 다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힐러리 클린턴의 배우자 이야기다. 92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클린턴 대통령은 당선된후 임기 초반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다.

1992년 당선과 함께 그해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이 되었다. 그러나 불과 6년여 만에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로 빌 클린턴 대통령은 타임지 표지를 한 번 더 장식했다. 스캔들은 1996년 클린턴 대통령이 재선한 이후인 1998년 1월에 불거졌다.

일명 ‘지퍼 게이트’로 불린다. ‘최순실 게이트’처럼 게이트란 이름을 달고 있다. ‘지퍼 게이트’와 ‘최순실 게이트’는 매우 유사한 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우선 지속적으로 경고등이 들어와 있었다는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주지사 시절부터 많은 여성들과의 염문을 뿌리며 아슬아슬한 상황을 여러차례 연출했었다.

그의 평탄치 않았던 유년 시절 탓에 유독 여성들에게 집착한다는 심리적 분석도 떠돌았다. 중요한 것은 이미 대중들 사이에서 조마조마했던 사안이라면 조심에 조심을 거듭했어야 했다. 결국 스타 특별 검사가 이끄는 미국판 특검으로 이어졌다. 백악관 인턴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 즉 ‘지퍼 게이트’에서 가장 국민들의 공분을 산 건 클린턴 대통령의 태도였다. 천하의 난봉꾼이라는 혹평을 받는 일이 있더라도 국민들이 원했던 대답은 진실이었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은 계속해서 얼버무렸고 국민들의 실망감은 더 깊어졌다. 결국 위증 및 위증교사가 더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하원에서는 탄핵 의견이 통과되어 벼랑 끝까지 몰렸다. 상원에서 부결되어 클린턴 대통령은 가까스로 탄핵을 면했다. 국민 앞에 진실은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들끓는 상황에서 ‘개헌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민들로서는 개헌 카드를 빼어든 대통령의 의중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사태는 더욱 악화일로에 있다. 감정적으로야 혼란스럽지만 이성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기로에 대통령과 대한민국은 서 있다.

소문으로만 전달되어온 비선 실세의 실체가 드러난 만큼 남은 임기의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비정상적인 요소를 철저하게 끊어내야 한다. 한마디로 대통령 스스로의 ‘비정상화의 정상화’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진의가 매우 의심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꺼내들어 당장 적극적인 추진 동력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개헌은 피해갈 수 없는 정치개혁의 길이다.

국민들이 가장 궁금한 대목은 ‘최순실 게이트’와 개헌이 차기 대선 후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불리할까. 워낙 파장이 큰 사안이라 어쩌면 ‘최순실 게이트’와 개헌이 다음 대통령 탄생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새누리당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후보 그리고 제 3지대 후보에게 미치는 환경을 집중 조명해 본다.

우선 새누리당 후보 즉 여권 후보에겐 치명적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자신의 임기를 불과 2개월여 남겨두고 다음 대선 출마 가능성을 높여왔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층을 결집해왔고 특히 박 대통령 지지층들의 상당수가 반 총장을 지지하는 기반으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박 대통령의 지지층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반 총장의 출마 계획은 어떤 식으로든 변경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로 지난 11~13일 실시하고 14일 발표한 조사(전국1026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3.1%P 성연령지역별가중치적용 응답률21%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차기 대선후보로 누구를 지지하는지’ 물어본 결과 반 총장은 27%로 2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보다 9%포인트나 더 높았다. 부동의 1위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반 총장의 지지도를 분석해보면 새누리당 지지층 중 54%가 지지하고 있다.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에서는 40% 지지율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선후보 지지율 분석

새누리당 지지층과 대구 경북 지역은 박 대통령의 핵심지지 기반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의 이미지에 이미 심각한 금이 갔고 사실상 레임덕에 들어간 국면이라 반 총장 지지율엔 초비상사태다.

1월 중순까지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할 지도 의문이고 귀국하자마자 최순실 게이트의 해결 방향과 개헌에 대한 계획 등의 질문을 받을 경우 반 총장은 더욱 곤혹스러워질게 뻔하다. 국민들의 호감을 잃은 이른바 ‘친박 세력’과 가까운 모습을 보일 때마다 반 총장의 지지율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반 총장이 지난 2년여간 지배해왔던 대선 지형은 이번 게이트와 개헌 카드로 완전히 다른 그림이 되었다. 반 총장은 이제 다른 후보들에게 쫓기는 입장이 아니라 무너진 기반을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 고민하는 처지가 되었다.

새누리당 차기 대선 후보 중에서는 현재의 대통령과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느낌의 후보가 치고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세대 교체의 의미와 함께 구시대 정치의 틀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이 그나마 희망적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적으로 그리고 성향적으로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게 기회는 열려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 기반은 대폭 무너지겠지만 새누리당 지지층과 보수 성향 유권자층은 여권 대선 후보들의 핵심 기반이다.

내년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른 인물을 찾는 속도는 더욱 빨라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 경쟁력을 끌어올릴 혁신의 중심에 서게 될 인물이 부각 될 수 밖에 없다. 김무성 전 대표도 이전과는 다른 이미지 그리고 완성된 통치 비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면 재차 주목받을 여지가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도 잠재력있는 유력 후보임에 틀림없다. ‘최순실 게이트’로 정권 최대의 위기 국면에서 여당을 이끌고 있는 정진석 원내대표도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충청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마당에 출마하지 말란 법도 없다. 반 총장의 지지율이 ‘최순실 게이트’로 타격을 받는다면 새누리당의 위기를 극복하고 당내 친박과 비박을 통합할 인물 또는 그런 담대한 노력과 능력을 보여주는 대안 후보가 주목받을 것임에 틀림없다.

많은 후보들이 있지만 박 대통령과 반 총장에 비해 세대교체를 통한 변화의 느낌을 주고 동시에 당내에서 계파를 초월한 통솔력을 보여줄 인물이 가장 유리해 보인다. 초특급 이슈인 ‘최순실 게이트’가 연말과 신년 초 사이에 어느 수준 정도 정리된다면 늦어도 1월 중순 또는 설 직전까지 20% 정도의 지지율을 확보하는 후보가 여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최순실 게이트’는 여권의 차기 대선 구도에 결정적인 변수가 되어가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층을 한 축으로 하는 반기‘문’ 총장에게 게이트(문)의 파장은 너무 커 보인다.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문재인 전 대표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된다는 예측에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직전 대선 후보였고 얼마 전까진 당의 대표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고스란히 이어받았고 그래서 약 20%내외의 지지율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념적으로 진보 유권자층 기반을 가지고 있고 세대별로는 30대의 전폭적인 응원을 붙잡고 있다. 당내 경쟁자였던 안철수 의원은 탈당하여 별개의 정치세력이 되었다. 지지율에서도 안 전 대표를 따돌린지 이미 오래다. 당선을 떠나 적어도 야권의 대선 후보,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될 것이란 사실은 거의 도전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와 개헌은 제 1 야당의 대선 판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문 전 대표 지지층의 성격은 진보적인 30대 유권자층이 핵심이지만 그 성격에 있어 반(反)박근혜 정서가 강했다. 즉 문 전 대표는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음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를 노려온 셈이다. 박 대통령의 지지층이 무너졌다고 해서 문 전 대표를 지지할리는 만무하다.

이념적인 스펙트럼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완전히 이슈가 묻혀버리기는 했지만 송민순 회고록으로 촉발된 ‘색깔론’으로 보수층 및 중도보수층의 표심은 이미 문 전 대표를 떠나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 동시 침몰할 경우 문 전 대표로서는 경쟁자가 일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그동안 누려왔던 반박근혜 정서의 반사적 이익은 무용지물이 된다.

보이지 않는 경쟁자 그리고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후보를 대비해야 하는 공포감도 커지게 된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제 3지대에 대한 대기 수요도 있기 때문에 문 전 표의 지지율은 당분간 고착될 소지가 크다.

다행스럽게도 ‘게이트’가 지배하는 시간만큼은 다른 민주당 잠룡 후보들인 안희정 충남지사나 박원순 서울시장, 그리고 이재명 성남시장의 운신 폭도 그다지 넓지 못하다는 대목이다. 김부겸 의원 역시 대권 행보는 가멸차게 펼쳐 나가겠지만 대구경북 지역의 정서상 무한정 대통령 때리기를 할 수 없다는 점이 한계다.

개헌 이슈가 오히려 야권 후보들에게는 더 큰 이슈로 다가선다. 상당수의 국민들이 개헌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찬성 의견이 높은 편이라 무조건 지켜보고만 있을 수도 없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이 제안한 청와대발 개헌카드는 물 건너갔지만 여의도 정치권과 차기 대선 후보들의 개헌의지는 매우 강한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헌을 지렛대로 하는 정치 지형의 변화 그리고 정치적 외연 확대 기회는 점점 커지고 있다. 중도층 외연을 확대해야만 대선 승리로 갈 수 있는 문 전 대표로서는 개헌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수수방관할 수 없는 노릇이다.

중앙일보가 자체 조사로 지난 24~25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을 포함한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개헌에 대해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어본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이 58.7%였고 ‘반대한다’는 의견은 35.1%였다. 박 대통령의 국회시정 연설 직후 실시된 조사라 ‘최순실 게이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뜬금없이 개헌 카드를 제시함으로써 개헌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조사기관에서 지난 5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찬성이 74.2%로 이번 결과보다 훨씬 더 압도적이었다. 이성적으로 살펴본다면 감정적으로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힌 이번 조사보다는 지난 5월 조사가 더 객관적인 결과로 읽힌다.

우리 국민들의 관심은 높고 대통령 권력구조를 생각한다면 국회발 개헌 주도권은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조사에서 ‘선호하는 통치 권력 구조’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대통령 중임제’가 절반이 넘는 54%로 나왔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선호하는 권력 구조인 의원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는 각각 18.7%와 16.2%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 문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20대와 30대의 개헌 추진 동력이 현저히 떨어져있다.

개헌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국민 전체로는 개헌 찬성 의견이 높은데 반해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에서 개헌에 대한 찬성의견은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20대에서 35.6%, 30대에서는 43.9%로 나타났다.

개헌 찬성_연령대별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하는 개헌 과정과 개헌 방향에 대해 문 전 대표의 핵심지지층은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 전 대표로서는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어느 정도 잠잠해지고 개헌 카드가 급물살을 타게 될 경우 개헌 주도 세력과 비주도 세력에 대한 차이는 뚜렷해진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차기 대권 후보 중 부동의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는 문 전 대표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왜냐하면 문 전 대표의 지지층에서는 개헌에 대해 아주 적극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개헌을 공격적으로 주도할 수도 없다. 개헌을 미끼로 차기 대권 후보간에 합종 연횡이 이루어질 경우 전통적인 야권단일화 코드도 사라져 버린다.

개헌 주도권을 놓쳤다가 20%내외의 지지율 박스에 갇혀버리면 더욱 난감해진다. 문 전 대표는 얼마전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 책 속에 나오는 인권결의안 논란으로 단단히 홍역을 치렀다. 그러나 가타부타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통령 후보로서 안보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흘러 나왔다.

지난 2012년 NLL 공방으로 득표 전선에 차질을 빚었던 문 전 대표가 이번에 취한 전략적 모호성은 지지율상 결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실제로 회고록 공방이후 더불어민주당과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동반상승했다(리얼미터 10월 넷째 주 주중 동향 조사 결과).

그러나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여전히 20%내외의 박스권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의 정치 기반이 쑥대밭이 되고 내년이면 펼쳐질 개헌 정국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 문 전 대표에게는 부담스러운 숙제가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 3 지대 후보들의 상황이다. 난세에 영웅이 만들어지는 법이다. 진 시황제 말기의 혼란상이 아니었다면 유방의 한 나라도, 서초패왕 항우의 전설도 탄생하지 못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차기 대권까지는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게 될 모양새다. 여권은 끊임없이 국정 운영의 붕괴를 악으로 깡으로 막아야할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무너질 대로 무너진 대통령을 공격해봐야 얻는 소득은 제한적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도 크지만 기존 정치권에 대한 좌절감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난세에 국민들은 이를 다스리고 큰 변화를 이끌어낼 지도자나 정치 세력을 원하게 마련이다. 불과 몇 개월 전만해도 제 3 지대의 동력은 충분하지 못했다.

그러나 10월 24일을 기점으로 정치 환경은 완전히 돌변했다. 대통령에 대한 신뢰 붕괴와 야권 유력 주자의 안보관 논란으로 국민들은 제 3의 후보에 대해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손 전 경기지사의 정계복귀와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한 제 3 세력 연대 분위기는 ‘최순실 게이트’가 지배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도 실시간 검색어 상위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 상황은 매우 실망스럽고 비관적이지만 새로운 정치세력이 가져올 가능성에 대한 희망은 살아있는 셈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개헌이 등장하기 전만 해도 차기 대선은 뚜렷한 양강구도였다.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가 점쳐지는 반 총장과 직전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표였다. 그러나 게이트와 권력구조 개편 논의로 그림은 완전히 달라졌다.

대통령의 탄핵이나 하야가 논의될 정도로 대통령에 대한 민심은 무너졌다. 리얼미터가 매일경제MBN‘레이더P’의 의뢰로 지난 24~26일 실시한 조사(전국1528명 무선전화면접, 스마트폰앱 및 유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5%P 성연령지역별가중치적용 응답률10.4%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물어본 결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일인 26일 시점의 대통령 긍정평가 17.5%로 20%선이 붕괴되고 말았다.

대통령 임기 시작후 최저치에 해당되고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더라도 바닥에 가까운 지지율이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70%가 넘었지만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에 큰 변화는 발견하기 힘들다. 더불어민주당 30.5%, 새누리당 26.5%, 국민의당 14.4%였다. 새누리당 지지율을 앞서기는 했지만 가파른 반등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한편 리얼미터 조사결과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은 무려 20.2%나 되고 한주 전보다도 조금 늘어났다.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지지층과 정의당 지지층을 제외하고 국민의당과 기타 및 무당층을 합하면 거의 40%에 육박한다.

대통령 및 정당 지지율

제 3 지대에 어떤 사람들이 모이고 얼마나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제 3 지대 경선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대선 판도는 필연적으로 요동치게 된다. 손 전 지사는 아직 뚜렷한 지지율을 만들고 있지 못하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여느 대선 후보 못지않다.

안 전 대표는 직전 대선 후보였다. 여기에 한 두 명의 경쟁력 있는 후보가 추가적으로 동참한다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훨씬 더 역동적인 모델이 된다. 손 전 지사이든 아니면 안 전 대표이든 혹은 아직 국민들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충분한 통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잠룡들에게는 이보다 더 극적인 환경은 없다. 추락한 대통령의 위상으로 새누리당 후보들은 더 이상 현직 대통령의 후광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본인의 경쟁력이 출중하지 못하다면 기껏 가져갈 수 있는 득표는 새누리당 지지율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경쟁력(지지율)은 당분간 확대가 기대된다. 박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공세가 국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정쟁적 이슈가 아닌 추악한 스캔들 성격이 강하고 ‘나쁜 게이트’인 탓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일정 수준이상 상승하겠지만 문 전 대표의 확장성에는 꼬리표가 달린다. 확장되는 지지층의 대선 후보 선호 방향이 문 전 대표 쪽이라기 보다는 안희정 지사, 박원순 시장, 이재명 시장, 김부겸 의원쪽을 향하기 때문이다.

주로 추가 확장되는 지지층의 이념적 속성이 진보적이라기 보다는 중도진보적 성격에 더 가까운 이유다. 손 전 지사와 안 전 대표가 기획하고 있는 제 3 지대가 현실화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분간 더불어민주당으로 결집하게 된다.

문 전 대표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소폭 상승 하겠지만 대세론을 만들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제 3 지대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약점이다. 아직 대선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정당으로서의 실체를 드러내야 한다. 경선과 본선 준비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늦어도 올 연말까지는 정당의 모습을 구체화하고 뜻을 같이하는 이들을 내년 설 명절 무렵까지는 동참시켜야 한다. 국민의당 그리고 안 전 대표와의 결합은 가장 정치적 효과가 큰 시점에 ‘제 3 지대 단일화’로 밀어붙이면 된다. 설익은 양 진영의 통합은 극적 효과가 반감된다.

선거승리만을 위한 야권 단일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지만 변화와 혁신의 중심으로 우뚝 서기 위한 제 3 지대 단일화라면 거부감이 크지 않아 보인다. 제 3 지대의 성격상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비박과 비문(비노)세력도 얼마든지 참여 가능하다. 손 전 지사가 이미 ‘제 7 공화국’을 표방하고 나선만큼 제 3 지대의 성격은 ‘개헌 주도세력’ 그 자체가 된다.

국민들은 쉬쉬해왔던 ‘최순실 게이트’의 문이 열릴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설마 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난데 대해 한참동안이나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국민들보다 훨씬 더 많은 충격을 받은 쪽은 차기 대선 후보들이다. 기존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대표의 양강 구도 역시 덩달아 무너져 버렸다.

유력 대선 후보인 반 총장은 졸지에 출마 여부를 근본부터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문 전 대표는 공격 대상이 붕괴되면서 반사 이익을 얻을 진원지가 사라졌다. 경우에 따라는 여권 후보와 야권 후보의 대결이 되기보다는 야야 대결 구도 가능성이 더 커졌다. ‘최순실 게이트’는 한국 사회에 특히 정치권에 인상적인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은 유명 정치인의 자리이거나 계파 수장의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통치 능력을 제대로 갖춘 진실로 준비된 후보가 노려야 하는 자리다. 장수로서 항우의 용맹함과 지략을 따를 자는 없었다. 그렇다면 항우가 꿈꾸어야할 자리는 대장군의 자리라야 마땅하다. 그 이상은 과욕이다. 백성들의 신망을 받은 유방이 나라를 세웠기에 한(漢)의 뿌리는 튼튼했고 수백 년을 도도히 이어갔다.

요동치는 차기 대선 가도에서 우뚝 서게 될 대한민국호의 최종적인 선장은 누가 될까. 누가 되더라도 진실로 국민만 보고 가는 진정성과 원수도 설득시킬 수 있는 너그러움을 겸비한 대통령 다운 대통령이면 좋겠다.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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