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현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세 원인은 바로 … "

조하현 연세대 상경대 경제학부 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조하현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 지난 10일 환율방어선으로 여겨지던 원·달러 환율 1100원 선이 무너지면서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원화 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국내 수출기업들이 울상이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업체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19개월 연속 수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수출부진이 대한민국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에 일조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크다.

원인은 글로벌 자금의 수익률 사냥, 미 금리인상 기대 감소, 대선 등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통화가치 상승은 그 나라의 경기 호조를 대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하락은 이같은 펀더멘탈(fundamental)의 강화에 따른 것이 아니라 몇몇 대외적 요인의 변화가 주원인이라는 점에서 그다지 달가울 것이 없어 보인다.

첫째, 브렉시트 이후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며 강(强)달러 기조가 심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인한 충격이 빠르게 완화되면서 다시금 수익률이 높은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몰려들게 됐다. 브렉시트에 더해 유럽과 일본의 추가적인 완화정책도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유입을 가속화시키는데 일조했다.

우리나라도 신흥국 시장으로 분류돼 지난 달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4조원 이상으로 그 전달인 6월의 순매수 약 4000억 원에 비해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처럼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가 늘면서 원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고 그 결과 원화 가치가 상승한 것이다.

둘째,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강달러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기대에 못미친 미국의 비농업부문 생산성 발표와 연말에 있을 대선으로 인해 금리인상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대선은 경제와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한 이슈다. 선거 기간동안 자국산업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 4월 말에 미 재무부에서 펴낸 환율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 일본, 대만, 중국 등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는 등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추가적인 원·달러 환율하락에도 우리 외환당국이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달러가 약세로 전환한 가운데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상향 조정한 것도 국내 자금유입을 가속화시킨 요인으로 분석된다.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이뤄진 지난 8일 코스피시장은 전 거래일 대비 13포인트 오른 2031에 마감하며 연중 코스피 최고치를 달성했다. 또한 10일에 환율 1100원 선이 깨지자 추가적인 환율 하락을 우려한 선물투자자들이 달러 매도 포지션으로 정리하면서 환율 하락을 더욱 부추긴 것으로 관측된다.

달러환율 하락의 영향은?

원화가치가 상승하면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국내 수출기업의 수익성 악화다. 즉, 수출 상품의 달러표시 가격이 상승하므로 상대적인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둔화로 인해 중국 시장의 수요가 전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 또한 국내 주한미군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이 한국상품 및 서비스 수입 제한, 투자 보류 등과 같은 보복성 조치를 통해 한국에 대해 경제적인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돼 수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다만 원화 강세는 수출기업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수입 물가가 낮아지는 것이므로 내수 구매력이 상승할 수도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2.7%로 전망하고, 성장에 대한 내수의 기여도는 2.4%p, 수출 기여도는 0.3%p로 예상했다.

즉, 내수기여도가 수출기여도 보다 더 클 것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 하락의 영향은 양방향으로 나타나므로 통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악재, 호재 등과 같이 한 가지 결과만으로 진단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대응책은?

향후 원·달러 환율 하락이 지속되더라도 외환당국이 직접 방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 재무부 환율보고서에서 지적하고 있듯 정부당국의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해서는 면밀한 모니터링이 이뤄질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외환당국은 외환시장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환율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현재는 달러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미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다시 높아지게 되면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올라가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외환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향후 원·달러 환율상승에 대한 대비책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최근의 원화 강세가 국내의 경제성장보다는 대외적 요인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더 그렇다.

따라서 향후 기업에서는 가격경쟁력보다는 제품의 연구개발(R&D)투자 등을 통해 기능, 품질 측면에서의 경쟁력을 크게 키워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한 수요를 늘려갈 수 있도록 더욱 주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에서도 원·달러 환율 하락을 내수 소비증대의 기회로 삼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경제의 내실을 다질 수 있는 구조개혁도 함께 펼쳐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 조하현 교수 :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