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정 서울대 재료공학부 객원교수 " AR/VR기술로 한국형 교육플랫폼을 만들자"

이준정 서울대 재료공학부 객원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이준정 서울대 재료공학부 객원교수]

‘포켓몬 고’ 게임이 전 세계 밀레니엄 세대들을 열광케 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모켓몬 고에 흠뻑 빠진 게이머 아니 평범한 학생 등 주로 밀레니엄 세대들이 만사 제치고 포켓몬 사냥에 몰두한다고 한다. 추락 사고, 교통 사고 등 각종 사고가 빈발하다고 하니 거의 광풍 수준인듯 싶다.

밀레니엄 세대는 어릴 적 포켓몬 딱지를 모으는데 열중했던 추억을 가진 세대다. 이들이 한동안 잊고 살았던 포켓몬이 가상현실 게임으로 부활하자 즉각 반응을 나타냈다는 얘기다.

다운로드 건수가 1주일 만에 1000만 건을 돌파했고, 동시접속자가 25만 명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하루 한번이라도 사용한 사람이 2000만 명을 상회할 정도록 '포켓몬 고 앓이'가 심하다. 사용자 증가 속도가 가히 세계 신기록감이다. 전 세계 매스컴은 ‘포켓몬 고’ 열풍을 생중계하느라 바쁜 것 같다.

‘포켓몬 고’가 채택한 증강현실 기술은 이미 2010년대부터 존재해 온 기술이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비친 장면 위에 포켓몬 캐릭터가 등장하고 이를 게임하듯 맞추어 잡는 방식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포켓몬 알까기를 하려면 일정 거리 이상을 움직여야만 하는데 자동차로 이동하면 안 되고 실제 걸음걸이 속도로 이동해야만 가능하므로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미끼를 사서 뿌리면 주변에 캐릭터들이 늘어나는 기법으로 게임에 참여한 이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아이디어가 크게 특별한 것 같지는 않지만 포켓몬 캐릭터의 추억이 워낙 강한 밀레니엄 세대에게는 쉽게 먹혀들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기술은 PC, 웹, 스마트폰/태블릿 혁명에 이어 디지털 디바이스 혁명을 일으킬 제4의 기술로 평가받아 왔다. 수많은 벤처 투자가들이 VR/AR기술을 가진 벤처기업들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들 가운데 구글을 비롯한 많은 벤처투자가들로부터 거의 8억달러에 이르는 거금을 끌어 모은 매직 리프(Magic Leap)는 가장 주목받는 벤처기업이다.

매직 리프는 디지털 이미지를 현실세계에 혼합시켜 영화같은 장면을 보여주는 '혼합현실(Mixed Reality)' 기술로 유명하다. 이 기업에 벤처투자가들이 거금을 투자한 이유는 이들이 가진 기술이 세상을 바꿀 만큼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직 리프가 제공한 동영상을 보면 고래나 코끼리가 현실공간에 겹쳐져 움직여도 전혀 어색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 기술의 구체적인 원리는 베일에 가려진 채 특별한 렌즈 배열을 한 헤드셋의 광선효과라는 식으로만 알려져 있다.

눈의 착시현상을 교묘히 이용했다고 할 수도 있을 듯 싶다. AR이나 VR에 대한 벤처 투자가들의 투자열풍은 매직 리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상현실 360도 비디오를 만드는 죤트(Jaunt)는 투자가들로부터 6,500만 달러를 모았고, 가상현실기술로 비디오 기술을 가진 8i란 벤처는 1,5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투자가들이 꼽는 AR/VR기술의 활용분야는 관광, 영화, 생활체험, 실내 디자인, 교육, 게임 분야 등 참으로 광범위하다. 시장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세대별로 AR/VR기술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

중년 이상의 고령층은 AR/VR기술을 관광과 같은 정적인 체험에 적합한 기술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밀레니엄 세대는 현실세계에서는 체험해 볼 수 없는 전혀 다른 활동을 가상공간 속에서 체험해 볼 수 있는 기술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예를 들면 거꾸로 매달려 우주여행을 하며 무중력 상태를 느껴본다거나 진동스키를 타고 스키 활강을 체험하는 등 전혀 새로운 재미를 실감해 보길 원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젊은이들은 증강현실 기술을 소모한다는 개념보다 증강현실 기술과 장비를 이용해 도전적인 과제를 새롭게 시도해 보는 일에 더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가상현실기술의 장래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우선 3차원 이미지 구현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고 그동안 여러 가지 개발 사례가 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일본 닌텐도사와 구글이 합작한 나이앤틱은 ‘포켓몬 고’란 게임을 개발해 대박을 쳤다. 매스컴은 국내 게임업체들이 ‘포켓몬 고’ 같은 가상현실 게임을 왜 개발하지 못했냐고 질책하지만 ‘포켓몬 고’ 게임의 성공은 순전히 캐릭터의 힘이라는 게 정설이다.

AR/VR기술이 기대만큼 빠르게 확산하지 못하는 이유는 하드웨어가 비싼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콘텐츠의 빈곤이나 부재가 중요한 원인이다.

제대로 된 콘텐츠가 없으면 AR/VR 장비도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증강현실 기술의 파괴력은 게임산업보다는 오히려 교육산업에 있다고 필자는 굳게 믿는다. 교육산업에서는 헤드셋의 가격 정도는 전혀 장벽이 안 된다.

AR/VR 학습은 지식을 체험하는 전혀 새로운 학습방식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릴 적부터 다양한 가상체험 활동으로 ‘꿈’과 ‘끼’를 발굴하기에 안성맞춤기술이라는 얘기다.

다양한 직업을 가상공간에서 직접 체험해 봄으로써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거나 미래 직업에 자신의 적성을 맞춰보는 수단으로 쉽게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AR/VR기술을 이용해 각종 직업체험활동이 가능한 콘텐츠를 개발하면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는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누구든지 현실에서는 직접 체험해 보기 힘든 일들을 가상의 교실이나 일터에서 배우고 익히면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엄청난 기회를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상세계에선 불가능한 일이 없다. 교과목 학습용으로도 강력한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면 인체의 혈관 속으로 교실을 옮겨가서 혈관에 쌓이는 노폐물을 제거하는 약리 작용을 관찰하거나 혈관세포들의 반응을 관찰할 수 있다. 초미세 마이크로 특공대처럼 혈관을 따라다니면서 각종 장기에서 세포들의 활동을 관찰할 수도 있다.

또한 가상공간에 주제별로 열린 교실을 설치하고 전국의 학생들이 관심있는 교실에 들어가 서로 주제에 맞는 토론에 참여할 수 도있다. 그럴 경우, 학교생활에 얽매이지 않고 전국의 친구들과 지혜를 겨뤄보는 열린 기회를 맛보게 될 것이다.

미래 인재가 되려면 폭넓은 사고능력과 서로 다른 역할을 모아 큰 일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협력 작업에 능숙해야 한다.

AR/VR기술은 이런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수단으로 제격이다. 한국형 ‘포켓몬 고’ 게임은 필요없다. 미래인재를 키우는 교육 사업에 커다란 비즈니스 기회가 열려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AR/VR기술로 국가의 운명을 짊어질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한국형 교육플랫폼을 만들어 볼 것을 강력히 제안한다.

■ 이준정 서울대 객원교수 프로필: 미래예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있어 '미래탐험가'로 통한다. 성균관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졸업하고, 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POSCO그룹 연구소장과 지식경제부 기술지원(금속부문)단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서울대 재료공학과 객원교수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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