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의 내년 12월 대선 미리보기

여론으로 분석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경쟁력 실체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 경제문제 3개 산 넘어야 가능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따 놓은 당상처럼 보였던 미국 대통령 선거는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대한 대중의 우려가 기대로 바뀌면서 예측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미국 대통령 경선 초반만 하더라도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누구보다 안정적인 후보로 받아들여졌다. 최고의 학력에 다양한 정치경험 그리고 아직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미국 국민들에게는 최선의 선택으로까지 비쳐졌다.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인기 있는 대중적 정치인 중에 한사람이다. 8년 전 민주당 경선에서도 힐러리의 가장 큰 우군은 다름 아닌 남편이었다.

르윈스키 스캔들만 없었더라면 3선 대통령도 가능할 정도의 인기몰이를 했었다.(미국 헌법상 3선 도전은 불가능하지만...) 오죽했으면 힐러리를 선택하면 ‘빌 클린턴’까지도 덤으로 얻는다는 웃지 못 할 홍보문구까지 나돌았을까.

68세인 힐러리는 나이를 잊게 만들 정도로 정력적이고 활동적이다. 미국의 명문 여대인 웨슬리 대학을 졸업했고 미국 최고 명문 사립대 중의 하나인 예일대 로스쿨에서 공부했다. 이곳에서 빌 클린턴을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부인 미첼을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만나게 되는 러브스토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힐러리의 그 후 인생역정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연방 상원의원 자리도 차지했고, 오바마 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을 역임해 세계 최강대국의 최고 외교실무책임자의 자리에도 올랐다.

남은 것은 대통령직뿐이다. 하지만 손에 다 쥔 것 같았던 대선 행보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미치광이로까지 놀림을 받았던 트럼프는 일찌감치 공화당 후보로 확정되고 본선 경쟁력 확보에 전력투구하는 상황이다.

공화당 경선과정의 각종 기행으로 후보가 되기는커녕 공화당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리란 예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본선에서 힐러리를 앞선다는 결과가 나올 정도여서 힐러리 캠프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FOX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5월19일)에서 오차범위 내 수준이기는 하지만 힐러리는 가상대결에서 트럼프에 뒤지고 경선 라이벌인 샌더스는 트럼프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경선 레이스에서는 힐러리가 질주하고 있지만 본선 경쟁력에서는 샌더스가 더 앞서는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본선 경쟁력을 빌미로 샌더스 측에서 경선 완주를 공공연히 선언하고 나섰다. 만약 샌더스가 전당대회까지 참가할 경우 힐러리는 적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된다. 전당대회 현장에서 어떤 돌발 사태가 일어날지 알 수 없고 본선 대결로 빠른 전환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령 민주당 후보로 최종 낙점 받고도 피투성이가 된 채 트럼프와 마주하게 되는 상황이 전개된다. 힐러리 클린턴이 왜 이런 국면까지 내몰리게 된 것일까. 우선 현직 대통령을 뛰어 넘지 못했고 공화당과 차별되는 민주당의 성격을 부각시키지 못했다.

공공메일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허점을 노출하면서 도덕성 논란에도 휩싸였다. 특히 가장 중요한 이슈인 경제 문제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마바 현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데도 실패했고, 지난 8년간 미국을 책임져온 여당 즉 민주당의 구태의연한 현 상황도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 미국의 유권자들이 트럼프에 열광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경제다. 미국 국민들 역시 경제적 상황은 우리만큼이나 여유가 없다. 트럼프는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대중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그들의 언어로 대변해 주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끔 한다. 왠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어려운 경제 문제도 해결될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반면 안정감만 지루할 정도로 반복 재생하는 힐러리에게서 경제 문제의 탈출구를 발견하긴 어려워 보이기도 한다.

한국 사정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선거 참패로 거의 그로기 상태다. 비상위다 혁신위다 위기 탈출 119 해법을 이래저래 시도해 보지만 국민들의 기대에 전혀 못 미치고 있다.

올해 임기가 끝남에도 불구하고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는 달리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마치 못에 찔린 타이어 마냥 바람(지지율)이 점점 빠지고 있다.

원내 1당의 지위까지 뺏기면서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몰려있는 분위기다. 대통령 임기가 1년 9개월 가량 남아있지만 언론들은 차기 대통령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듯 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중심으로한 야권은 대통령 후보들이 부각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선거때 입은 내상으로 변변한 후보조차 거론되지 못하고 있다.

그마나 가장 유력한 카드로 대두된 인물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반 총장은 자신이 포함된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대부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순항중이다. 이대로 가면 반 총장의 대통령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일까. 충청대망론이 맹위를 떨치면서 반 총장의 차기 대선 출마를 부채질하고 있지만 승리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지난 총선 전까지만 하더라도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한 집권여당의 대선 후보 자리는 솔깃했다. 그렇지만 선거 결과는 사무총장 임기를 6개월여 남겨둔 반 총장을 더욱 고민으로 몰아넣고 있다.

야권의 운동장이 넓어진 정치권에서 반 총장이 대선 후보로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3개의 산(山)을 반드시 넘어야할 것이다.

우선 친박과 비박으로 나누어져 세(勢) 대결을 벌이고 있는 새누리당을 넘어서야 한다. 2012년 박 대통령이 대선 승리하는데 최적화된 새누리당의 구조는 그 수명을 다했다. 풍비박산 일보직전까지 갔었던 야권의 지리멸렬로 반사이익을 누린 새누리당이었지만 국회의원 선거이후 전세는 역전되고 말았다. 지금의 새누리당을 뛰어넘지 못하고서는 집 떠난 지지층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어렵다.

두번째는 박근혜라는 큰 산을 훌쩍 뛰어넘어야 한다. 대중들에게 반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상당히 잘 교감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예사롭지 않은 인연이라는 설명까지 뒤따른다. 그러나 20%대 지지율까지 추락해버린 대통령에게만 의존한다면 당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반 총장이 넘어야할 가장 높은 세번째 산은 바로 경제다. 국민들은 지도자의 화려한 스펙보다도, 유창한 영어실력보다도, 먹고사는 문제에 더 관심이 크다. 직업외교관인 반 총장이 경제문제에 있어 국민들에게 믿음과 확신을 주지 못한다면 설령 대선 후보 레이스를 펼치더라도 지독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반 총장은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경제라는 3개의 산을 반드시 넘어서야만 할 것이다.

이제 각론으로 들어가 과연 이들 산을 반 총장이 넘어설 수 있을지 분석해보자. 먼저 새누리당이라는 첫번째 산 앞에서 반 총장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반기문 총장이 차기 대권 후보로 급부상했던 2014년 연말만 하더라도 새누리당 지지율은 제 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크게 웃돌았다.

리서치앤리서치가 데일리한국-주간한국 공동의뢰를 받아 2014년 12월 20~22일 실시한 여론조사(전국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응답률 11.7%)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46.2%,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은 25.3%였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새누리당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얘기다.

당시 차기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도를 물어본 결과, 반기문 총장은 39.7%로 2위인 박원순 서울시장(11.6%)과 3위인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10%)보다 거의 30%포인트 가까이 앞서는 압도적 우세를 보였다. 즉 새누리당의 기초체력인 정당 지지율이 견고한 상황에서 반 총장이 대선에 나설 경우 그 경쟁력은 예상을 뛰어 넘어 대세론으로까지 확장될 수준이었다.

하지만 선거 이후 지리멸렬해진 새누리당 지지율은 반 총장의 경쟁력을 한 단계 '추락'시켰다. ‘충청대망론’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가장 핵심적 지지층인 정당이 와해돼 버린다면 그야말로 공염불에 그치기 십상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15~16일 리서치앤리서치가 데일리한국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 14%)에서 정당지지도와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물어본 결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26.5%에 그쳤다.

현 정부 들어 최저치로 평가받는 새누리당 지지율은 당의 향후 운명마저 깊은 수렁으로 빠트리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26.6%, 국민의당은 20.3%였다.

그림1
대선 후보 적합도 질문에서는 반 총장이 25.4%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16.6%였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4%였다. 반 총장이 1위를 거머쥐기는 했으나 불과 1년 5개월여 전의 조사와 비교하면 15%포인트 가까이 지지율이 폭락했다 (그림1). 1년 5개월 전과는 차기 대선 구도 자체가 확연히 달라진 셈이다.

유권자들에게는 반 총장이 대권 가도에 나서게 되면 새누리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 지지율은 선거 결과의 반영으로 날개 없이 추락했고, 반 총장의 대선 후보 경쟁력도 동반 하락하며 치명적인 영향을 받은 모양새다.

대세론을 운운하던 기억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최근조사에서는 문재인과 안철수 두 야권 후보의 지지율만 합쳐도 반 총장의 지지율을 가볍게 제압한다. 선거이전 새누리당 지지율은 반 총장에게 신록이 우거진 희망의 산이었지만 총선이후에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가파른 민둥산으로 바뀌고 말았다.

반 총장이 대업을 꿈꾼다면 반드시 넘어야할 또 하나의 산이 박근혜 대통령이다. 2012년 대선 결과로 박 대통령은 보수의 아이콘이 되었다. 새누리당 지지층을 오롯이 결집했고 50대와 60세 이상 유권자들에게 마치 성역의 존재처럼 콘크리트 지지층을 다지는데 절대적이었다.

여러 차례 고비가 있었지만 견고한 지지층은 박 대통령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유엔에서 또는 지구촌 곡곳의 서로 다른 국제무대에서 반 총장과 조우하는 박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남달랐다. 외교 무대에서 빛을 발하는 박 대통령에 대해 반 총장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해석됐고 더더욱 새누리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반 총장이 힘을 받는 것으로 이해됐다.

일종의 ‘반박밀월(반 총장과 박 대통령의 친밀한 관계를 빗댄 말)’관계였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박 대통령이 40%대 이상 견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면 반 총장에게 박 대통령은 천군만마의 지원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의 지지층을 고스란히 반 총장의 우군으로 끌어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2014년 연말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39.3%였고 반 총장의 지지율은 39.7%였다.

비정치권에서 대권 시동을 거는 반 총장에게 현직인 박 대통령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이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세대 지지 기반인 50대와 60세 이상에서 반 총장의 지지율은 각각 41.3%와 41.1%를 기록했다. 대세론을 이야기해도 좋을 정도로 높은 지지율이다.

박 대통령의 지역 기반인 TK지역에서는 여야 다자 대결 구도에서 반 총장 지지율은 과반이 넘는 52.5%에 달했다. PK지역은 이보다는 낮지만 전체 평균과 비슷한 38.8%였다.

조사 시점만 하더라도 김무성 당시 대표가 PK지역에서 나름 선전했던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급전직하한 여론조사가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사정은 달라지고 있다.

반 총장의 지역 기반이 될 수 있는 충청권에서조차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다. 지난 15~16일의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반 총장의 TK지역 지지율은 29.4%였다. 불과 1년 5개월여 전의 조사에서는 과반이 넘었던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민심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그림2
대통령의 고정 지지층이 흔들리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PK지역에서는 반총장에 대한 지지율이 26.9%에 그쳤다. 대세론을 거론하기는커녕 향후 본선 경쟁력을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는 모양새다.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형성했었던 50대에서 상황은 더 심각하다. 반 총장의 50대와 60세 이상 지지율은 각각 29.6%와 32.1%로 차기 대권을 장담하기 힘들어졌다 (그림2).

물론 대통령 선거까지는 많은 시간과 변수가 남아 있고 우리가 몰랐던 반 총장의 추가적인 정치적 파괴력이 펼쳐질 여지도 충분히 살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총장에게 절대적 지원군으로 추호도 의심할 수 없었던 박 대통령 지지 기반의 붕괴는 뼈아픈 대목이다. 결코 현직 대통령과의 밀월 관계만으로 대선의 산을 뛰어넘어 다음 산의 봉우리까지 내달리긴 숨 가쁜 여정이다. 반 총장이 대권 길목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흔들리는 박 대통령의 '후광'을 뛰어 넘어야 가능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반 총장이 넘어야할 가장 큰 산은 바로 경제다.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포함해 취임 직후에도 여러 차례 경제 성과를 강조했지만 대통령의 창조경제와 4대 개혁은 현재 많이 빛이 바랜 상태다. 박 대통령 지지율의 가장 부정적인 원인으로 경제성과 미흡을 지적받고 있다. 세계 경제는 불안정성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한미일 동맹 그리고 대북관계 및 대중관계 등의 안보 이슈보다는 경제 문제가 국민들에게 더 시급한 현안이 되고 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때 새누리당에 몸담았던 김종인 대표가 벼락같이 더불어민주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경제관련 문제에 대한 위기감이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각종 보궐선거에서 ‘국민지갑’으로 재미를 보지 못했던 야당은 분열 상황이 초래되는 최악의 국면 속에서도 경제민주화 아이콘으로 원내 1당으로 도약했다.

한때 전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되었고 아직도 그 여진이 남아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경우도 좌충우돌의 캐릭터로 전 세계인들의 비웃음을 샀지만 점차 경제 문제 해결사로 이미지를 전환하면서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15~16일 실시한 조사에서 20대 국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물어보았다. 20대 국회의 전반기에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고 다음 대통령은 20대 국회 후반기와 함께 한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꼽는 중점과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20대국회가 중점 추진해야할 과제로 '경제 성장'이 23.6%로 가장 높았다는 점은 의미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 다음으로 경제적 양극화 완화, 삶의 질 개선, 정치 개혁, 국민 통합 순이었다. 안보 이슈와 관련이 있는 국가 안보 강화, 국제 경쟁력 강화, 남북관계 개선은 모두 5위권 밖이었다.

경제 관련 이슈만 모아보면 57.3%나 된다. 국민 10명 중 6명 가까이는 안보나 국제 그리고 대북 이슈보다는 경제 이슈에 더 관심이 쏠려 있다. 국제 안보적 이슈는 모두 합쳐도 고작 15%에도 못미친다.

그림3
국내 정치 이슈가 20%정도나 되기 때문에 이 문제 또한 반 총장에게는 예사로운 부분이 아니다 (그림3). 대통령이 모든 현안에 걸쳐 최고 전문가 수준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생을 국제 외교 무대에서 활약해온 반 총장의 이미지는 ‘최고 수준의 외교 전문가’ 로 국민들에게 각인돼 있다.

외교에 능했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1992년 대선에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Stupid, it’s Economy)’라는 슬로건으로 선거에서 승리를 쟁취했다. 다른 건 몰라도 경제만큼은 영원불멸의 선거 기준이 되고 있다. 대권 도전을 원한다면 반 총장은 경제의 산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25일부터 4박6일로 이어지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한국 방문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공식적인 유엔 일정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대구경북 지역의 전통적 유산이 서려있는 안동을 방문하는 스케줄이 포함돼 있어 주목된다.

반 총장이 대권 후보가 되고 다음 대통령으로서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영남 특히 대구경북의 지원 사격을 받아야만 한다는 정치 공학적 해석이 앞 다퉈 신문 지면에 등장하는 것오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반 총장에 대한 출마 기대감은 새누리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기존 대선 후보로 거론되었던 김무성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은 당의 선거 패배와 출마 지역에서의 낙마로 본선 파괴력에 물음표가 달려 있다.

반 총장은 흔히 고건 전 총리와 비교되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했던 고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의 탄핵국면에서 대통령 업무 대행을 무난하게 수행하며 대선 후보로 급부상했었다.

하지만 고건 전 총리는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갖춰야할 지역기반, 세대기반, 이념기반을 제대로 갖지 못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사격을 받지도 못했다. 무당층과 중도층을 중심으로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효과는 누렸지만 견고한 지지층 없는 ‘고건 현상’은 금새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반 총장은 고건 전 총리와는 엄연히 다르다. 당장에라도 선거 캠페인에 도움을 줄 것 같은 ‘충청대망론’이 생물처럼 꿈틀거리고 있고, 여의도 정치권은 물론이거니와 대중들의 관심 사정거리 내에 계속 머물러 있다.

2014년부터 반기문 대망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아직까지 그 현상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점도 눈여볼 대목이다. 세계 정치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유엔 사무총장직을 재선한 경력도 국내 정치 무대에 데뷔할 경우 만만찮은 정치적 자산으로 평가할만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해 연말이 임기인 반 총장의 유엔 생활이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반 총장의 대선 행보와 관련 국제 사회에서도 호불호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미국이나 중국 등에서는 뚜렷한 이의 제기가 없는 상황이지만 유럽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유엔 결의사항을 인용해 사무총장의 임기 이후 특정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에 가서는 안 된다는 반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대통령의 자리야 말로 특정 국가의 이익 즉 국익을 가장 크게 대변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설득력 있는 대응이 나오지 않는다면 입장이 궁색해질수도 있다.

한편 기후협정에 대한 일부 기여 외에 분쟁 조정 능력과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강대국과 중진국 사이의 이해 조정 실패 등 반 총장의 경력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도 적지 않아 보인다.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하며 국제 사회의 가장 높은 산에 올랐던 반 총장의 국내 대권 고지 등정 준비가 머지 않아 보인다. 반 총장의 경쟁력 있는 지지율에는 탈정치, 탈세대, 탈이념의 3탈 이미지가 크게 기여한바 있다.

하지만 막상 국내 정치판에 뛰어들면 현실정치와 결코 동떨어져 홀로 갈수는 없다. 외교관으로 잔뼈가 굵은 반 총장의 매력은 모든 일에 있어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에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성, 즉 중용에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외교가에서 어려운 문제를 잘 비켜간다는 의미에서 반총장에게 '기름장어(Oily Eel')라는 별명을 선사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교 무대와는 달리 국내정치에서는 중립이나 중용을 유지하기 어렵거니와 수많은 민감한 현안과 관련해 국민들의 눈을 피해 빠져나가긴 더욱 힘들수 밖에 없다.

반총장은 아마도 그동안 살아왔던 인생과 전혀 다른 세계에 직면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각종 요직과 청와대 근무까지 경험했다고는 하나 대통령에 도전하는 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경험이다.

인기 걸그룹인 소녀시대 그리고 태티서의 멤버인 서현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꼽은바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세계 외교수장으로 등극한 반 총장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어려운 정치적 사정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반 총장은 새누리당이든 다른 당의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든 좋은 대통령 후보감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반 총장이 여러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대통령이 되는 대도무문(大道無門)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3개의 고봉준령(高峰峻嶺)을 넘어야만 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경제의 산을 뛰어넘는 아우라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을 상대로 국제 정치무대와 같은 외교전을 펼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장밋빛 일색으로 보였던 새누리당 지지율도,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경제 이슈가 아닌 대북 문제도 더 이상 반 총장에게 날개를 달아 주진 못한다.

자칫 잘못하면 '이카루스의 날개'가 된다. 땅 끝 마을 해남으로부터 강원도 산골짜기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 살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혼 속에 살아 숨 쉬는 후보가 되어야만 ‘대권의 꿈’은 가능하다. 대선 가도에서 반 총장이 어떤 역량과 매력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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