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D-6개월 시점… 여권의 공천 갈등과 '오리무중' 대결 구도 주목

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따른 靑의 이슈 주도 등 6가지 관전 포인트 주시해야

공천 전쟁의 무게중심은 어느 쪽으로?… 대통령 영향력 크지만 타협 가능성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
[데일리한국=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 칼럼] 20대 총선을 앞둔 요즘 여의도 정가는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내년 총선이 4월13일에 실시되므로 총선을 꼭 6개월 앞두고 있다. 총선을 치르기 위한 선거구 획정도 안되어 있는데다, 여야 각 당이 계파별로 공천 룰을 놓고 내부 투쟁을 벌이고 있어서 총선 구도는 아직도 완전히 안갯속이다.

총선 D-6개월 시점… 구도 안갯속, 여권의 공천 갈등

이런 상황에서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10월 12일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발행 체제를 현행 검인정에서 국정화로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서로 '종북 숙주'와 '친일 유신'이라고 비난하는 이념 대결 프레임이 내년 총선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내외로 비교적 공고한 상태에서 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둘러싼 이념 논쟁이 확대될 경우 새누리당이 다소 유리한 국면에서 총선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역대 최약체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무능과 무능력의 문제를 해결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까지 남은 6개월 동안 국사 교과서 국정화 등 여러 변수들이 민심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총선을 지켜보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새누리당에선 공천 관련 특별기구를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친박과 비박이 심각한 내부 투쟁에 돌입하였다. 겉으로는 공천기구를 둘러싼 '공천 전쟁'으로 보이지만 다음의 여섯 가지 관전 포인트를 살펴보면 공천 갈등 내면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국사 교과서 국정화 파장… 여권 내에서 靑·정부가 이슈 주도

첫째, 황 교육부장관의 중·고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 발표로 여권의 중심축은 청와대와 정부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발표로 여·야의 극심한 대결 구도가 예상된다. 결국 이념 논쟁으로 흐르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극한 투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정부·여당에게도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높다. 민심의 가닥이 잡히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튼 이 논란으로 새누리당 내부의 공천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이슈의 주도권을 정부와 청와대가 가져가게 됐다. 국정 교과서 정국이 장기화될수록 여권 내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이슈 장악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김무성 대표와 비박계가 이번 이슈에 대해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임을 가만하면 총선까지 여권 내부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20대 총선 공천의 영향력이 어느 진영, 누구에게 쏠릴 것인지 보이게 될 것이다.

총선 결과는 박 대통령의 후계구도에 영향

둘째, 다음 총선 공천 결과는 박근혜 대통령의 후계구도를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이다. 또 김무성 대표의 대권 가도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여당 내부에서 유력 대선주자 여러 명이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고 싶어할 것이고, 외부 유력 주자를 영입할 경우에도 자신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많이 있어야 여러 가지 대권 경쟁 구도를 구상할 수 있다. 청와대 정무특보 윤상현 의원이 얼마 전 “다음 총선 이후 영남권·충청권의 4선 의원들 중에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발언한 것이나 원유철 원내대표가 최근 “김무성 대표만 있는 것 아니다”고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같은 발언은 기본적으로 박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번 20대 총선에서 자신을 따르는 자파 세력을 굳건히 구축해서 이른바 ‘김무성 대체론’을 형성해야만 자신에 유리한 대선후보 경선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현재의 여권 갈등이 공천 전쟁을 넘어서 차기 권력을 향한 치열한 권력 투쟁으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총선기구 구성 둘러싼 친박·비박의 샅바싸움 배경

셋째, 공천기구 구성과 논의 내용을 둘러싼 치열한 수 싸움과 기 싸움이다. 공천기구 위원장 선임을 놓고도 친박계는 이주영 의원을 추천하고 김무성 대표 측은 황진하 사무총장을 선호하고 있다. 두 계파가 입장 차를 보이며 대치하는 이유는 공천기구 위원장이 공천 룰 결정에 깊이 관여하고 공천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영향력을 반영하려는 측과 청와대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측의 이해관계가 분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공천기구에서 쟁점이 될 수 있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당천당규 상에 규정돼 있는 '우선 추천' 지역에 대한 해석이다. 우선 추천 지역은 여성·장애인 등 정치적 소외자에 대한 배려 필요성이 있거나 현저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역으로 규정돼 있다. 친박 측은 사실상의 '전략공천'으로 해석해 전국 어느 지역에도 우선 추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김대표 측은 새누리당 우세 지역인 서울의 강남3구와 영남 지역은 우선 추천 지역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후보 선출 방식으로 규정된 당원: 국민의 의사 50:50 비율이다. 친박계는 현행을 유지하자는 것이고 비박계는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80%이상으로 올리자는 것이다. 이렇게 친박계와 비박계는 공천기구 구성과 주요 쟁점을 놓고 치열하게 샅바싸움을 하고 있다. 현역 의원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안과 신진 인사 진입이 용이한 안의 대결 구도인 셈이다. 현역의원이 다수인 비박계와 신진 인사 진입이 많아야 유리한 친박계의 대치인 것이다.

친박의 '물갈이론'·비박의 '국민공천제' 명분 대결

넷째, 공천과 관련한 명분 대결을 볼 수 있다. 친박계는 '현역 의원 물갈이론'을, 비박계는 '상향식 국민 공천제'를 각각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친박계는 박 대통령이 지난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발언한 ‘배신의 정치’를 생각하며 다수의 현역 의원들을 '물갈이' 해야만 친박계의 세력을 확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비박계는 정의화 국회의장 후보 경선, 유승민 원내대표 경선 등 그간의 당내 경선에서 보듯이 원내에서는 비박계 현역 의원들이 많다고 판단하고 현역 의원들이 다시 재진입하는 것을 선호한다. 결국 물갈이론과 국민공천제를 내세운 공천 관련 명분 논쟁은 계속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가 공천 영향력에 변수

다섯째, 공천이 임박한 시점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월 목함지뢰 사건 이후 안보 위기 관리 능력과 외교적 성과로 50%에 가까운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 새누리당은 내년 총선 캠패인 전략 중 하나로 '박근혜 대통령 마케팅'을 생각할 것이다. 새누리당 지지율보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통령의 지지율 추세가 앞으로 6개월 간 어떻게 될 것인지도 친박계와 비박계의 내부 투쟁 과정에서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김무성 대표, '결단의 리더십' 보일지 여부 주목

여섯째,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이 앞으로 어떻게 발휘될 수 있을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이다. 새누리당이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11:4로 승리한 데 이어 올해 4·29 재보선에서도 4:0으로 완승하면서 정가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선거의 왕자’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세월호 사건과 성완종 게이트로 새누리당에 불리한 환경임에도 '박근혜 대통령 마케팅' 없이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는 유독 자신의 발언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물러나는 상황을 여러 번 연출하면서 리더십에서 상당한 상처를 입은 것 또한 사실이다. 상하이 개헌 발언,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 문재인 대표와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합의 등의 쟁점에서 청와대와 친박계로부터 비판과 공격을 받고 물러선 바 있다. 따라서 내년 초 공천 시점에서 ‘무대’(김무성 대표)가 리더십을 회복해 총선을 제대로 지휘할 수 있을지도 주요 변수이다. 김 대표 측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그동안 여권 단합을 위해 몇차례 충돌을 피하는 전략을 폈으나 총선 시점에서는 쉽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결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김 대표가 이같은 언급대로 실제 행동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현재 현역 의원 중에서는 비박계가 다소 우세할지 모르지만 이미 최고위원회의는 친박계 또는 신(新)친박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서 김 대표 측의 정치적 결단을 제약하는 장애물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공천 전쟁의 무게중심은 친박, 비박 어느쪽으로?

과연 총선이 다가올수록 공천 전쟁의 무게중심은 어느 쪽으로 쏠리게 될까? 친박계가 국정수행 지지율 50% 내외로 유지한 박근혜 대통령의 후계 구도을 안정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명분과 힘을 얻어서 공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선거의 왕자’라는 별명을 얻은 김무성 대표와 비박계가 국민공천제의 대의명분과 힘을 얻어서 공천 룰을 만들어갈 것인가? 이를 둘러싸고 여러 갈래 엇갈린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 대표가 순순히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 쪽으로 무게비중이 더 쏠릴 것이라는 게 다수 견해인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공천 시점이 대통령 임기가 1년도 아니고 2년이 남은 때여서 대통령 리더십을 약화시키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대표가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아직은 '대세론'을 형성하지 못하고 유력 대선주자 중 한 사람이라는 점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여당에서 김영삼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대세론'을 형성한 것과 비교된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김 대표 측을 쉽게 무장해제시키기도 쉽지 않다. 여론의 역풍 등 여러 악재의 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과 김 대표 측은 '제로섬 게임'처럼 정면 대결로 치닫기보다는 서로의 힘과 영향력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적정 선에서 타협점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 프로필
중앙대 경제학과 - 국회 정책연구위원 -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 새정치전략연구소장(현) 동국대 사회과학대학 겸임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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