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본 정치인과 우익들의 움직임에만 관심… 일본의 일반 국민들에게 무관심

일본 국민 다수, "위안부 보상은 법적 해결 끝나" "과거사에 대해 충분히 사과했다"

일본 국민, 아베의 '더 큰 일본 만들기'에 동참… "역사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이웃이지만 과거사라는 벽이 두 나라를 아주 먼 나라로 갈라 놓고 있다. 가해국과 피해국의 관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우 예민하다. 특히 일본의 한반도 강점(强占) 트라우마는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여전히 고통의 기억 속에 살아계시고 일본은 끊임없이 한국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압박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한일관계는 결코 앞으로 나갈 수 없는 것일까.

우리 국민들이 일본을 바라볼 때는 과거사라고 하는 거대한 역사적 숙명이 우선한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은 그들의 할아버지·부모 세대에 저질러진 침략의 역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역사는 ‘진실’과 ‘소통’으로 대면해야 한다. 와다 하루키는 도쿄대학 교수를 역임한 저명한 학자이다. 우리 국민들에게도 일본의 양심을 대변하는 양심 있는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다. 고령의 학자가 위안부와 독도 문제 등에 대해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당연해 보일 수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군국주의와 우경화 현상이 가파르게 늘어난 일본 사회에서 자칫 한국을 비호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데도 큰 용기와 희생이 필요한 이유다. 와다 교수는 1938년 생으로 일본의 현대사를 송두리째 겪은 인물이다. 태어난 지역이 오사카부라 한국이 고향인 재일동포들의 삶에도 익숙하다. 전문 분야가 남북한 현대사여서 일본의 일방적인 사료가 아니라 객관적인 1차 자료 분석을 통해 한반도 정세에 대한 독립적인 인식을 갖추고 있다. 이런 와다 교수이지만 일본 내에서는 극우 세력들에 의해 매우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일본 정치인뿐 아니라 일본 국민에게도 관심 가져야

일본 우익들의 심사를 불편하게 하는 또 한명의 인물은 마이크 혼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본계 미국인이다. 그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전쟁범죄에 사죄와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맹렬히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아베 총리가 가장 껄끄러워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인정, 사죄 및 역사적 책임과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주도하고 있다. 고인이 되었지만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적극적으로 저지한 같은 일본계의 대니얼 이노우에 연방 상원의원과도 명백히 차별되는 행보이다. 혼다 의원은 한결같이 역사적인 문제에 대해 ‘진실을 밝히는 일’이며 옳은 일이라는 입장이다. 저명한 일본인 학자와 일본계 미국인의 인식은 이와 같은데 한일 과거사를 바라보는 일본의 일반 국민들 생각은 어떨까. 한일관계에 말하는 데 있어 과거는 ‘일제 침략’이었고 현재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미래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독도 문제’가 될 개연성이 크다. 우리는 지난 수십년 동안 한일관계를 지켜보면서 일본 총리와 일본의 우익 그리고 일본의 문화에만 시선을 두었다. 일본 정치인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독특한 일본 문화를 향유하는 일본 국민들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했는지 모르겠다. 광복70년, 한국인들의 아픔은 좀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 위안부 문제, 과거사 문제, 사과 및 사죄 문제, 독도 문제, 한일 양국의 미래 문제를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얼굴은 무엇일까.

일본 국민 74% "위안부 보상 문제 법적 해결 끝나"

가장 먼저 살펴볼 내용은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일본 국민들의 얼굴이다. 한국은 다른 어떤 문제보다도 일본군 위안부 이슈에 대해 예민하다. 사과와 보상을 받아야 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여생이 많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안식처인 ‘나눔의 집’에서 여생을 보내시고 있지만 한 분 두 분 해를 넘기며 오욕과 애환의 한 많은 삶을 마감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들 많은 문제들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 중의 하나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비통함이다. 우리 국민들은 일본 국민들이 위안부 문제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대로 읽고 있을까. 심정적으로는 많은 일본 국민들이 일본 강점기와 2차 대전 동안 저지른 군 위안부에 대해 상당한 죄책감과 죄의식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광복 70년이 흐른 지금 일본의 유력 신문이 들여다본 일본인들의 자화상은 우리의 추측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획의 일환으로 일본의 유력지인 아사히 신문이 지난 5월 13일부터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2147명 우편조사). 위안부 문제가 양국 간에 해결되었는지 여부를 물어본 결과 일본인 응답자 10명 중 7명이 넘는 74%는 ‘보상 문제는 법적 해결이 끝났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위안부 문제 해결이 어느 정도 중요한지 물어본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매우 중요하다는 적극적인 응답은 10명 중 1명 정도인 11%에 불과했다. 어느 정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42%나 되었지만 일본인의 응답 태도(정서)에 비추어 보면 높은 관심과 문제 해결의 적극성을 보여주는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그림1).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일본 국민의 얼굴은 우리의 생각과는 달라 보인다.

과거사 바라보는 일본인과 한국인의 근본적 인식 차

다음으로 생각할 일본의 얼굴은 과거사 관련이다. 일본은 명백히 가해자였다. 그리고 한국은 피해자였다. 일본이 한반도를 침탈한 지 100년이 흘렀지만 한국 국민들은 과거의 가슴 아픈 역사를 잊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3.1절이나 광복절이 되면 일본이 저지른 과거의 만행에 치를 떨며 분노하곤 한다. 그렇다면 일본 국민들은 한일 간의 뿌리 깊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통절한 기억이 있을까. 자칫 우리는 일본 국민들의 전반적인 정서에는 눈감은 채 와다 하루키와 같은 일본의 양심이 절대 다수라고 오해하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아사히 신문이 일본 국민들을 대상으로 지난 5월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과거사 문제에 대해 매듭지어졌다고 보는 생각이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9%나 되었다. 매듭지어지지 않았다는 의견이 42%나 되었지만 과거사 문제의 책임이 일본에 있다는 인식과는 별개이다. 한편 리서치앤리서치가 동아일보의 의뢰를 받아 지난 5월 27~28일 실시한 조사(전국1011명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에서 ‘한일 간 과거사 문제가 매듭지어졌는지’ 물어본 결과 전체 응답자의 단 2%만이 ‘매듭지어졌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감정적인 대응 차원을 넘어 한국 국민들에게는 과거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작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일본 국민들과의 인식 차는 충격적이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우익들의 기념관 격인 우슈간을 방문하며 애국심을 느끼는 일본인이 군국주의 우경화에 찌든 일본인이 아니라 평범한 일본인이라면 충격은 더욱 커진다. 일본인들이 보여주는 과거사의 얼굴은 우리 예상과는 크게 빗나간다.

다수 일본인들, "과거사에 대해 충분히 사죄 또는 사과를 했다"

한일관계에서 꼭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가 ‘사죄’ 표명이다. 사죄와 관련한 일본인들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와는 선천적으로 궁합이 맞지 않아 보일 정도로 각종 국제 무대에서 상호 경원시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무라야마와 고이즈미 담화문이 한국 국민을 움직인 것은 ‘사죄’라는 표현 때문이었다. 박 대통령은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사과’ 없는 정상회담을 국민 정서상 추진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줄곧 피력해 왔었다. 그만큼 한일관계의 무거운 빗장이 되고 있는 ‘사죄 또는 사과’를 일본은 하지 않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일본의 사과나 사죄가 단지 아베 총리의 고집스럽고 독선적인 행동으로 이해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사히 신문이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에 대해 일본 국민들의 분위기 역시 아베 총리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아사히 신문에서 일본 국민들에게 ‘식민지 지배에 대해 일본은 충분히 사죄했는지’ 여부를 물어본 결과 압도적인 65%가 ‘충분히 사죄했다’고 응답했다. ‘사죄가 불충분했다’는 의견은 불과 20%에 그쳤다(그림2). 아사히 신문의 조사 결과를 아베 정부가 반영한다면 한일관계에 있어 적극적으로 ‘사죄’를 할 필요성을 느낄 리 만무하다. 아베 총리가 가장 신경 쓰는 여론은 한국도 미국도 중국도 아닌 일본 국민들 그것도 핵심 지지 기반의 민심이다. 여론을 통해 발견한 일본인들은 ‘충분히 사죄 또는 사과’를 했다는 얼굴이다.

일본 국민 10명 중 6명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생각

한일관계에서 장차 가장 민감한 이슈가 될 내용은 독도 문제이다. 독도는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우리나라 영토이다. 당연한 역사적 사실이지만 일본 정부는 끊임없이 독도 영유권 문제를 제기해 왔다. 독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우리 외교부는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엄중 항의해왔고, 우리 국민들의 적개심은 더욱 커져 왔다. 다른 문제를 떠나 독도 문제만큼은 일본 국민들의 정상적인 생각과는 달리 일본 정부의 호전적이고 몰상식한 생각과 입장으로 우리 국민들은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그리고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의식화를 통해 다수의 일본 국민들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013년 6월 일본 내각부가 실시한 조사(일본 국민1784명)에 따르면 일본 국민 10명 중 6명 정도는 독도가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나 모두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응답(60.7%)을 나타냈다. 독도는 시마네현에 속한다는 의견이 62%였고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의견이 63.1%였다(그림3).

일본 정부가 실시한 것이므로 의도적인 성격이 강하고 정상적인 조사로서의 ABC를 갖추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인 일본 국민들은 압도적으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여기고 있다. 독도 문제는 시간만 지나면 우리 바람대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30여년 전 방송마다 흘러나오곤 했던 ‘독도는 우리땅’ 노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사에 나타난 일본 국민들의 얼굴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말이다.

일본인 41.4%"한일관계 미래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

마지막으로 한일 관계의 미래를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얼굴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우리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밝은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할 것이다. 피해국 국민의 입장에선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일본 국민들 또한 미래의 한일관계가 별로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우리에겐 어떻게 들릴까. 일본의 여론조사기관인 NPO에서 지난 4월 실시한 조사(일본 국민 1000명)에서 ‘한일 관계의 미래’에 대해 물어본 결과 2015년 현재의 상황과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41.4%로 가장 높았다. 미래에는 지금보다 한일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일본국민 10명 중 2명에 불과한 21.9%였고 반대로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의견은 12.1%였다. 일본 국민들은 미래에도 두 나라의 관계가 지금과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고 보는 얼굴이다. 아베 일본 총리가 담화문에 ‘통절한 사과’의 내용을 넣었다고 해서 근본적인 관계가 획기적으로 더 나아질 수는 없는 법이다.

일본 국민들, 아베 총리의 '더 큰 일본 만들기'에 동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사실상 전후 세대이다. 1954년 출생했으니 전쟁의 참화와 일본 식민지 지배의 잔혹상을 제대로 알 까닭이 없다. 어쩌면 집안 이력처럼 내려오는 일본의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한가지 목적에만 몰입되어 있는 인물로 비치기도 한다. 전후 세대 일본인들 다수의 여론은 우리가 희망하는 대로의 순수한 그리고 양심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위안부 문제, 과거사 문제, 사죄 문제, 독도 문제 등 사사건건 일본의 국익에 우선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광복 70년·분단70년의 가슴 아픈 이 순간에 일본 국민들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보다는 아베 총리의 ‘더 큰 일본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 국민들의 여론이 지금같이 흘러온 데는 일본 지도자들의 부도덕과 비양심으로부터 비롯된 원인이 크다. 철저하게 왜곡된 여론을 국민들에게 전달했고 한번 머릿속에 들여놓은 부정확한 정보는 좀체로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일본계 미국인인 마이크 혼다 연방하원의원이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고 해결책을 촉구하는 행동을 보인 이유는 ‘진실’을 쫓는 참 지식인의 책임을 느낀 데 있다. 여론을 통해 일본인들의 얼굴을 살펴보면 아베 총리가 아닌 다른 총리가 들어온다고 해서 한일 간 갈등은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광복 후 70년이 지났지만 일본인들은 그들의 과오를 통감할 진실에 눈감아왔다. 우리의 책임도 없진 않다. 우리 스스로와 국제사회에 한일 역사의 진실을 알리는 노력에 그리고 일본인들에게도 그 진실을 알도록 설득시키는 노력에 태만하지 않았는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 한일 간의 가장 큰 문제는 진실된 역사를 공유하지 못하는 불통에 있다. 일본은 가해자의 죄책감을 넘어 더 큰 국가로 성장하기 위해 역사적 진실 앞에 솔직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한국인들에게 일본은 없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서울대 국제대학원,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팀장-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이사,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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