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 엘리엇, 두 가지 파고는 최고 리더가 넘어야 할 시련일 뿐"

"메르스 사태에 대해 진솔한 입장 밝히고 책임 지는 자세 보여야"

[김동원 데일리한국 경제산업 에디터 칼럼] 삼성그룹이 요즘 양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대한민국을 온통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메르스’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제동을 걸고 있는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바로 주범이다. 둘 다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어떤 면에서는 실적 악화나 경영 적자보다 더 치명적일 수도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즉 메르스는 ‘치사율이 10%가 넘는 중동 독감’이라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중동 지방에서 낙타로 인해 발생한 독감인데, 사망률이 14%를 오르락내리락하니 그저 오싹할 수밖에 없다. 무시하기에는 너무 위험해 보이고, 그렇다고 모든 국민이 두려움에 빠져 소비 위축까지 겪어야 할 일은 아니다.

이처럼 실체가 모호한 메르스 사태가 번지면서 삼성은 거의 무방비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허술한 환자 관리 체계와 부실한 방역 시스템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병원 관계자의 말처럼 "삼성이 아니고 국가가 뚫린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삼성’ 브랜드의 대명사처럼 통하던 ‘완벽’ '초일류' 이미지가 단번에 우르르 무너져내린 것은 여러모로 안타까운 일이다.

급기야 삼성그룹 사장단이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머리 숙여 사죄하고, 삼성서울병원장은 대통령에게 청주 질병관리본부 정부대책본부까지 불려가 면전에서 질책 당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경우는 다르지만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것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와 직결돼 있다. 엘리엇이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며 양사 합병에 반대하는 것 자체가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화살이 돌려지며 ‘이재용 리더십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 위기설이 도는 와중에 이 부회장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미약해 보인다는 지적도 들린다. 특히 최근 취임한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리도 이 부회장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다.

삼성병원이 바로 삼성생명공익재단 산하 병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에 오르자마자 삼성병원은 메르스의 2차 진원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며 온국민의 지탄 대상이 됐다. ‘경영 승계의 신호탄’이라던 이 부회장의 재단 이사장 취임도 빛이 바랬음은 물론이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공백’을 절감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자신이 아버지의 빈 자리를 메울 그릇임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지도자나 리더는 위기를 딛고 일어서야 진정으로 평가받고 인정받게 된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이다. 시련을 이겨내야 타인의 고통을 보듬으며 극복해낼 수 있는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 내재적 한계를 안고 있다. 삼성그룹 전체의 위기라고 본인이 나서서 분위기를 다잡기에는 여건이 여의치 않은 게 사실이다. 아직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지 않아 공식 직함은 여전히 부회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본인이 직접 여론의 전면에 나서기는 부담스럽다는 게 삼성의 분위기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삼성의 실질적 리더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국민 앞에 서서 진솔하게 입장을 밝히고 먼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작년 5월 이후 1년여 간 힘겨운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에 대한 이런저런 시선도 삼성그룹의 차기 총수로서 이 부회장이 막아내고 보듬어야 할 짐이다. 기업의 최고 리더라는 타이틀은 역경을 이겨내지 않고 그저 물려받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삼성'(三星)은 하늘의 별처럼 크고, 강하고, 영원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삼성이 처한 작금의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어떻게 삼성 본연의 브랜드를 되살리고 굳건히 키워낼 수 있을지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 지금이 바로 이 부회장이 자체 발광하는 별임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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