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아니고 '공안검사' 출신인 황교안 후보자 지명에 여야 미묘한 반응

국무총리는 행정 각부 통할하는 역할… 청문회에서 국정 전반 따져 물어야

새 총리 임무… 공안문제 법무부에 맡기고 비정상 정국의 정상화에 주력해야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데일리한국=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칼럼] 박근혜 대통령이 장고 끝에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새 총리 후보자로 지명해 국회에 동의를 요청했다. 여당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대선주자가 지명되지 않는 것에 안도하는 기색이고, 야당은 '공안 정국' 도래라는 공격 목표를 제공하여 당의 분열을 봉합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생각으로 내심 '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선주자 아니면서 검사 출신 총리 지명..여야의 내심은 환영?

박 대통령이 초대 총리와 제2대 총리에 이어 제3대 총리까지 성균관대 법학과 출신인 법조인을 지명한 데 대하여 특정 대학을 선호하고 있다는 비판과 "또 법조인이냐"는 실망의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생각은 국방과 국가안보가 중요한 때에 국내 안보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법조인을 등용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국방은 군인에게, 법치질서 유지는 판ㆍ검사 출신에게 맡기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는 이미 전 헌법재판소장과 전 대법관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예가 있었는데, 이들이 사퇴했음에도 질리지 않고 다시 법조인을 총리로 지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야당은 황 후보자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바타'에 비유하며 공격하고 있다.

민주국가에서 법조인 출신 정치가의 발탁은 불가피하다. 미국에서는 역대 대통령이 44명인데, 그 중 25명이 법조인 출신이다. 또 역대 미국 상·하 양원의 의원 중 43%가 법조인이었다는 점을 보면 행정이나 입법의 영역은 상당 부분 법조인의 직무임을 알 수 있다. 법조계 정치인으로는 독일의 초대 총리인 아데나워 외에도 인도의 간디·네루, 남아공의 만델라, 싱가포르의 리콴유 등이 있다.

독학으로 법을 전공한 사람 중에는 미국의 링컨 대통령과 잭슨 대통령이 있다. 법학은 사회 병리를 치유하기 위한 학문이다, 즉 국론을 통합하고 정치를 영도하면서 '사회 의사'를 양성하는 학문이다. 국가에서도 가장 필요한 질서 유지를 위한 법치주의와 입헌주의의 수호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조인이 정치인·지도자가 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다.

우리나라에서 법조인 출신 총리는 경원의 대상이 되어 온 것 같다. 법조인은 지나치게 개인의 명예를 존중하여 정부의 팀워크를 파괴한다든가 독선적이 되어 대통령의 명에 순종하지 않는다는 등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또 '책임 총리'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않고 '대독 총리'로 그치며 총리직 유지에만 연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에 지명된 황 총리 후보자에 대해 야당은 "대통령의 명에 순종하여 '공안 총리'가 될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공안 질서의 유지는 이제까지와 같이 검찰총장과 법부부장관의 영역이지 오로지 총리의 직무 영역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 86조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수사와 기소, 공소 유지는 검찰의 기능이며 법치행정의 유지는 법무부의 역할인 것이다. 총리는 대통령의 모든 국무를 보좌하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공안 검사 출신이라고 해서공안 정국을 이끌어간다고 하는 것은 억측이다.

박근혜정부의 초대 총리인 정홍원 전 국무총리도 수사, 공소유지 등 기능은 전적으로 검찰과 법무부에 위임했었다. 야당은 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공안 검사의 전력을 들춰내 공안 정국 이슈로 몰아가려는 것이다. 범죄수사 문제는 법무행정 소관이기 때문에 후임 법무부장관 청문회에서 따지고, 총리 청문회에서는 국정 전반의 업무 수행 능력을 검증해야 할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위원들은 자기들의 허물은 덮어둔 채 공직 후보자들의 신상 공개에만 열중하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다. 이번 청문회부터라도 총리의 직무 수행 능력, 국정 비전 점검 등에 치중해야 한다.

총리는 행정 각부 통할 역할… 청문회에서 국정 전반 물어야

국무총리는 국정 전반을 보좌하는 책임을 지고 있으므로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전공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민생·국방 등 국정 전반에 대해 질문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고 향후 국정 방향을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과거에 행해졌던 장관 청문회 때의 논의를 재탕해서 국민을 실망시키고 국정의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황 후보자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그가 승승장구한 검사가 아니고 와신상담한 적이 있었다고 하니 수양이 되었을 것이고, 음악도 즐긴다고 하니 법조인으로서도 적격자라고 생각된다. 황 장관은 학구파로서 국가보안법과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해 해설서를 썼고 종교서적까지 썼다고 하니 도량이 좁은 수사검사만은 아닌 것 같다. 그는 통합진보당 위헌 소송도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 중 40%가 황 후보자 지명에 찬성하고, 36.5%가 반대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임기도 2년 3개월이 지나고, 이제 2년 9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2016년 4월의 국회의원 총선과 2017년 12월의 대선을 감안하면 사실상 임기는 반환점을 거의 지났다고 할 수 있다. 이 중요한 시기를 인사청문회로 허송세월하지 말고 국정이 빨리 정상궤도에 올라갈 수 있도록 여야가 협력해야 할 것이다.

새 총리 임무… 비정상 정국과 정부의 정상화, 민생 부흥

국무총리는 정식으로 임명되면 공안 문제는 법무부에 맡기고, 비정상화 정국의 정상화, 국기기강 확립, 민생 경제의 부흥 등을 위하여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국가안보를 위하여 국가보안법, 집시법, 범죄단체해산법 등을 개정하거나 제정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법률안 제출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반정부 성향 단체의 불법 시위 근절과 법치질서 확립을 위해서도 전력하여야 할 것이다.

일본 신문에서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3분의 1이 전과자이고, 시ㆍ도의원들 중에 전과자가 많다고 조롱하고 있다. 공정한 선거법 집행으로 범죄자가 국록을 받고 반정부운동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수호하는 공정한 법치질서와 자유로운 시장경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의 정상화를 하루속히 달성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프로필
서울대 법대, 뮌헨대 유학(헌법학), 서울대 법학박사- 서울대 법대 교수- 한국공법학회 회장, 한국헌법연구소장- 탐라대 총장-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장- 서울대 명예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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