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 원흉은 고환율 정책… 환율의 점진적 인하가 경제를 살려낼 첫걸음

야당 주장하고 여권 만지작거리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은 재앙 부를 것

재정 팽창을 통한 성장 정책도 효과 없어… 피와 땀을 흘리는 대안 찾아야

최용식 정치경제평론가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 경제 리포트] 수출이 심상치 않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 1월에 -0.7%를 기록했는데, 2월에는 감소 폭이 더 커져 -3.4%를 기록했다. 정책당국은 국제 석유가격이 떨어져 석유제품 수출이 전반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지만, 이것은 정책 실패에 대한 변명에 불과하다.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수출은 이상 징후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출 증가율은 이미 2012년부터 2.8%를 기록했고 2013년과 214년에도 각각 2.3%와 2.4%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것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낮은 실적이다. 뿐만 아니라 이처럼 장기간 수출 증가율이 낮았던 것은 우리 경제가 산업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1950년대 후반 이래 거의 60년 만에 처음 나타난 심각한 사태이다.

수출마저 감소하면…

우리 경제는 벌써 13년째 세계 평균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장기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셈이다. 특히 2008년 이후의 연평균 성장률은 3.1%를 갓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니 국민의 경제난이 얼마나 심각할 것이며, 기업이나 자영업자의 경영난은 또 얼마나 심각하겠는가?! 민초들은 “왜 이리 먹고살기가 힘드냐? 옛날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었지만, 2~3년 지나면 조금이나마 좋아졌고, 5~6년 지나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때는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었고, 나름대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었다. 하다못해 꿈이라도 꿀 수 있었다. 지금은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먹고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희망도 보이지 않고, 미래에 대한 설계는 물론이고 꿈조차 꿀 수가 없다며 하소연하는 실정이다.

그동안 경제성장의 동력 역할을 해왔던 수출마저 위와 같이 감소하고 있으니, 앞으로는 경제난이 또 얼마나 심각해지겠는가? 도대체 수출은 왜 올해 들어 감소하고, 경기는 왜 지금처럼 장기 부진을 거듭하고 있을까? 경제를 진짜로 살려낼 길은 없을까? 지금부터 그 해법을 찾아보자. 그래야 국민들이 경제난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야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과 사오정(45세 정년)이 사라지지 않겠는가? 그래야 노인 의료와 복지 그리고 어린이집 예산도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는가? 경제를 살려내는 일은 어느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지 않은가 말이다.

우선, 수출이 부진한 이유부터 따져보자. 흔히 수출이 증가하려면 환율이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상승해야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정체도 알 수 없는 ‘실효환율’이라는 것을 내세워 현재의 환율로는 국제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공인된 잣대가 아니라 자신이 제작한 잣대로 길이를 재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우리 환율은 달러는 물론이고 엔화에 대해서도, 위안화에 대해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한때 7원대 중반에 불과했으나 당시에는 수출이 호조였다. 지금은 엔화 환율이 9.2원을 중심으로 등락하고 있어도 수출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점점 더 부진해지고만 있다. 달러나 위안화에 대한 환율도 마차가지이다.

수출이 부진해진 이유부터 찾아라

도대체 수출이 장기간 부진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수출이 증가하기 위해서는 생산시설이 증가하거나 수출품의 가격이 상승해야 한다. 우선, 생산시설이 증가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증가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수출도 부진하고 내수도 부진한 경우에는 투자가 일어나기 어렵다. 아니다. 이런 때에 투자를 증가시키면 기업은 도산하기 십상이다. 생산시설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비가 소요되는데, 수출과 국내 판매가 증가하지 않으면 투자비는 제품의 생산비만 올릴 뿐이다. 따라서 생산시설의 확장은 지금처럼 경기가 장기간 부진할 때는 기대하기 어렵다.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다. 수출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수출품의 가격을 상승시켜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수출품의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을까? 품질을 높이고 불량률을 최소화하며 디자인과 색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야 하고 새로운 기능의 제품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 상표력도 키워야 한다. 이런 일은 어떤 경우에 활발하게 이뤄질까? 환율이 점진적으로 떨어질 때이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다. 환율이 2001년 1,326원에서 2007년 10월에는 한때 899원까지 떨어졌다. 이것은 환율이 매년 6.6%씩 떨어진 것을 의미했는데, 이 기간에 수출은 매년 17% 이상씩 증가했었다.

환율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떨어지면 기업의 경영수지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원화 가치로는 그동안 47%나 상승했으므로, 수출기업으로서는 수출품의 가격을 최소한 50% 이상 상승시켰어야 했다. 2001년에 100달러짜리를 수출했다면 2007년에는 150달러짜리 이상을 수출해야 했던 셈이다. 이게 어찌 가능했을까? 수출기업은 망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쳤고, 이것이 더 높은 가격의 수출품을 수출하게 했다.

최근에는 왜 수출이 부진해졌을까? 정책당국이 고환율을 유지시켜줬기 때문이다.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자 수출기업들은 편하게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래서 기업들은 굳이 품질을 높이고 불량률을 최소화하며 디자인과 색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새로운 기능의 제품을 꾸준히 개발하며 상표력을 키울 필요가 없었다. 결국 고환율 정책이 우리 수출을 지금처럼 부진하게 하는 결과를 빚은 것이다.

경기 부진의 원흉은 고환율 정책

정책당국의 고환율 유지 정책은 국내 경기의 장기 부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대규모 흑자를 장기간 기록하고 있다. 2012년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5백억 달러를 돌파했고, 2013년에는 8백억 달러도 넘어섰으며, 지난해에는 거의 9백억 달러에 육박했다. 올해는 1천억 달러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의 외환이 국내에 추가로 유입되는 셈이다. 이런 경우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연히 외환의 공급이 엄청나게 증가하므로 환율은 하락 압력을 강하게 받는다. 그런데 환율은 그동안 등락을 거듭하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2007년에 899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이 지금은 1,100원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또 무엇일까? 정책당국이 강력한 환율 방어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으로 환율을 방어했을까? 과거에는 외환시장에서 외환을 사들여 외환보유고를 쌓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는데, 재정수지 적자가 커지면서 이게 어려워졌다. 그래서 근래에는 해외투자를 유도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 순투자는 2013년에 5백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7백억 달러에 육박했다. 이것은 또 무엇을 의미할까? 수출로 애써 벌어들인 소득을 그만큼 바로바로 해외로 유출시킨 것을 의미한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소득이 해외로 유출되었으니 국내수요는 부족해지고 경기는 당연히 부진해지고 만다.

환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하면… 경제 살려낼 첫걸음

그럼 경제를 어떻게 해야 살려낼 수 있을까? 경제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내수를 확장하고 수출도 증가시켜야 한다. 이것은 어떤 경우에 가능해질까? 당연히 환율이 점진적으로 떨어질 때이다. 환율이 점진적으로 떨어지면 수출기업은 망하지 않기 위해 높은 수출가격을 받을 신제품을 생산하거나 생산효율이 높은 새로운 시설들을 설치할 수밖에 없다. 또한 환율이 점진적으로 떨어지면 내수도 살아난다. 환율이 떨어지면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주요 원자재의 가격이 떨어져 물가가 안정되고, 이 경우에는 같은 소득으로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게 되어 경기는 상승한다. 더욱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수출은 13%에 불과한 반면에, 내수는 무려 87%에 이른다. 경제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집중적으로 내수를 키워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환율이 점진적으로 떨어져야 한다. 이게 경제를 살려낼 첫걸음이다.

혹시 다른 방법으로 경기를 살려낼 수는 없을까? 금리를 인하하면 투자가 증가하여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까? 혹시 재정지출을 확대하거나 재정적자를 키우면 총수요가 확장되어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까? 그동안 정책당국은 이런 모든 수단들을 지속적으로 동원해왔으나, 끝내 경제를 살려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또 무엇일까? 고환율 유지를 위한 해외투자 유도가 국내소득의 해외이전을 초래함으로써 위와 같은 정책들의 효과를 무산시키고 말았다. 무엇보다, 위와 같이 쉬운 방법으로 경제를 살려낼 수 있다면 세계적으로 경제난을 겪을 나라는 하나도 없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은 재앙을 부를 것

혹시 최근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소득 주도 성장정책’은 경제를 살려낼 수 있지 않을까? 아니다. 이런 정책으로 경제를 살려낸 역사적 사례는 단 하나도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에, 참혹하고 비극적인 결과를 빚었던 사례는 세계사적으로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그 중에서도 1930년대 중반에 프랑스의 인민전선이 추진했던 정책은 그런 대표적인 실패사례에 속한다.

프랑스 경제는 대공황 초반에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였으나 1932년을 넘어서면서부터 점점 더 심각해지기만 했다. 경제정책이 번번이 적절한 기회를 놓치거나 계속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권교체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1936년 총선에서는 사회주의자와 공산주의자가 손을 잡은 인민전선이 승리하여 정권을 접수했다. 인민전선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임금 인상과 3주 간의 유급 휴가, 40시간제를 규정한 마티뇽 협정(Accord de Matignon)을 기업주들과 체결했다. 임금은 최하층 노동자의 경우 15%, 최상층 노동자의 경우는 7%가 인상되는 등 대부분의 일터에서 평균 12% 인상됐다. 한마디로 지금 우리나라 야당이 주장하고 정부·여당까지 이 방법을 만지작거리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과 거의 똑같은 정책을 펼친 셈이다.

그밖에 프랑스 인민전선은 독점의 강력한 관리, 농산물 투기의 억제, 부정부패 척결, 탈세 방지 등의 정책과 함께 의무교육 기간 연장, 연금 생활자 및 퇴역 군인의 권리 존중, 사회보장의 유지 등을 내세웠다. 이런 모든 정책이 비용을 상승시켜 도매물가지수는 1936년 5월의 375에서 9월에는 410으로 상승하고(1913년=100), 소매물가지수는 76.4에서 80.5로 상승했다(1930년=100). 불과 4개월 사이에 소매물가는 5%, 도매물가는 10% 상승한 셈이다. 그래서 수출은 감소했고 주가는 하락했으며 자본 유출은 더욱 심화됐다. 이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당연히 경제난이 점점 더 심각해져만 갔다. 불과 20여 년 전에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프랑스를 침략했던 독일이 재무장을 대대적으로 진행시키고 있었지만, 프랑스는 경제난 때문에 자신의 재무장은커녕 독일의 재무장에 대응할 여력조차 없었다. 결국은 프랑스 전역이 독일에 점령당하는 참혹한 비극을 맛봐야 했다.

피와 땀 흘리며 경제 살리기 정책 찾아야

제발 이제는 책상머리에 앉아서 손쉽게 찾아지는 경제정책은 그만둬야 한다. 세상에서 소중한 것은 모두 피와 땀을 흘리지 않고는 얻을 수 없다. 경제를 살려내는 것처럼 소중한 일도 마찬가지이다. 피와 땀의 고통을 인내해야 비로소 성취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어떤 정책이 경제를 살려내고 성장을 시켰는지 지금부터라도 피와 땀을 흘려가며 찾아내야 한다. 재정 팽창을 통한 성장 정책이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처럼 수확체감의 법칙을 작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수확체증의 법칙을 발휘하는 경제정책을 찾아내야 한다. 그 출발점은 환율의 점진적인 인하이다. 이것은 기업들에게 피와 땀을 요구하겠지만, 이런 정책이 경제를 살려낼 발판을 마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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