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외관계 5대 위기… 북한 인권 이슈 부상 등
북한의 선택 카드는 강경 돌파와 극적 타협 두 가지
부정적 요소가 더 강해… 남북관계 순조롭지는 않을 것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칼럼] 2014년 말과 2015년 초의 남북한 관계는 갈림길에 들어서 있다. 그 하나의 길은 남북한 간의 대결과 갈등이 현저히 높아지는 경로이다. 다른 하나는 남북한이 순조롭지는 않겠지만 관계 개선 경로에 접어드는 것이다.

연말연초 남북관계는 대치와 대화의 갈림길

현재의 시기가 왜 남북관계에서 갈림길이 되는 시기인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북한이 대남 및 대외 관계에서 위기적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위기적 상황을 극복하자면 북한은 대남 및 대외 정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돌파구를 열기 위해 북한 당국은 강경책 또는 유화책을 선택할 수 있다. 북한이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내년도 남북관계는 달라질 수 있다. 물론 한국 정부의 정책 선택도 북한의 선택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다면 2014년 말 현재 북한이 처한 위기의 내용은 무엇인가? 이는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침해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지난 2월 보고서를 발표했고, 북한의 인권 유린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토록 권고했다. 이에 유럽연합과 일본은 지난 10월 북한 인권 상황을 ICC에 회부하자는 내용 등을 담은 유엔 총회 결의안을 상정했다. 유엔 총회에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제3위원회가 18일(현지 시간) 이 결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북한과 그 지도자 김정은은 명예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북한의 5대 위기… 북한 인권 이슈 부상, 북미관계 악화 가능성

둘째, 북한은 외교적 고립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일본과 납치자 문제에 대한 협상을 지난 5월 재개했었다. 그런데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북한과 일본 간에 납치자 문제 해결 문제에서 진전이 있기 힘들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셋째, 그렇지 않아도 얼어붙은 미국과의 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대두했다. 11월 미국 의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공격받고 있다. 공화당 쪽 비판의 요지는 북한에 대해 충분한 압력을 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공화당이 주도하여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대북 금융 제재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남북관계 개선 실패, 냉랭한 북중 관계도 부담

넷째, 2014년 신년연설에서 김정은이 요구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조성’ 정책에서 북한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금년도 북한은 ‘관계 개선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한국 정부에 대해 압박과 회유를 동원했었다. 대남 회유책으로는 이산가족 상봉 허용, 아시안게임 응원단 파견 용의 천명, 고위급 3인방 인천 방문 및 2차 고위급 회담 참가 용의 천명 등이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과의 갈등 조절에 성공하지 못했으며, 따라서 ‘분위기 조성’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다섯째, 중국과 냉랭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이 아니라 한국을 먼저 방문했다.

2014년의 상황 전개는 한마디로 북한의 대외 관계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이를 방치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북한은 두 가지 정책 대안을 검토할 수 있다.

북한 선택은 강경과 타협 두 가지… 부정적 요소가 더 강해

첫째, 강경 돌파 정책이다. 북한이 한국 및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완전히 포기하는 한편 대남 군사 압력과 핵무기 및 미사일 능력 향상에 매진하는 정책을 선택하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 외무성은 11월 4일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미국과 ‘인권이나 핵에 대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적도 있었다. 북한은 증대된 대량살상무기 능력에 기반하여 2~3년 후 확연한 힘의 우위를 확보한 상태에서 한국과 미국의 다음 정부와 협상하고자 결정할 수도 있다.

북한이 만약 이러한 선택을 한다면, 2014년 말 또는 2015년 초에 동창리 발사 시설을 이용한 장거리 로켓 실험이 있을 것이다. 동창리 발사 시설의 규모로 보면 아마도 미국 본토 도달에 근접할 능력을 보여주는 로켓을 실험할 수도 있다. 과거 전례로 보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발점으로 한반도 정세는 긴장 상승의 악순환에 접어든다. 북한은 뒤이어 4차 핵실험을 거행할 것이다. 아마도 동시다발 핵실험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미국은 추가적으로 징벌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앞으로 한국과 미국의 현 정부와 관계 개선을 모색할 수 있는 여지는 아예 소멸할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마지막 순간에 극적 타협을 시도하는 것이다. 북한은 위에서 서술한 강경 돌파 정책이 자초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외교 고립의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강경 돌파 보다는 한국·미국과 타협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할 수 있다. 만약 북한이 이 노선을 택한다면,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그동안 요구해왔던 내용 중 일부를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그 동안의 긴장과 불신 관계로 볼 때, 설령 북한 스스로 보기에 ‘양보’를 한다고 해도 북한이 한국 및 미국과 안정된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다. 2009년 이후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자 하면서 대남 군사 도발 능력을 강화해 왔다. 특히 북한은 2015년을 ‘통일대전’의 해로 설정해 놓고 있다.

결론적으로 11월 중순 현재로서는 2015년 남북관계에 부정적 요소가 더 강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반전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남북관계가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 박형중 선임연구위원 프로필
성균관대 경제학과- 독일 마르부르크대 정치학박사- 부르킹스연구소 객원연구원-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현)-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민주평통 정치안보국제분과 간사(현)- 통일준비위 정치·법제도분과 전문위원(간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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