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리포트]
국내 주식시장, 외국인투자자가 사실상 지배
외국인은 '전기 대비 성장률' 기준 투자로 대박
국내 주식시장 부진의 근원은 저성장과 고환율
주식시장 살리려면 성장률 높이고 환율 낮춰야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
[최용식 소장 칼럼] 주식시장이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일시적이나마 1,900 아래로 떨어진 적도 있다. 지금은 다소 회복됐지만 주식시장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다양한 원인을 제시한다. 우선 해외 주식시장의 약세와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등이 꼽힌다. 그 중에서도 해외 주식시장의 약세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국내 주식시장이 그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 시장의 약세가 결정적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해외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일 때도 국내 주식시장은 약세를 보이거나 해외 시장이 상승한 만큼 충분히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다우지수는 9월 한때 1만7,000을 돌파한 바 있다. 이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고점인 1만4,000대를 훌쩍 넘어선 실적이다. 잠시 약세를 보인 지금도 다우지수는 1만6,000대를 상회하고 있다. 4반세기 가까이 경기 부진의 늪에 빠진 일본의 니케이 지수마저 전 고점에 근접한 1만6,000대를 기록한 바 있고, 현재도 1만5,000대 돌파를 시도하곤 한다.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 대부분도 전 고점을 넘나들며 상대적으로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국내 주식시장은 전 고점을 한 번도 넘어서지 못했고,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국내 주식시장 동향을 읽어내기 어렵다.

외국인이 지배하는 주식시장… 20여년 간 10.5배 수익률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자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실제로 외국인이 매도에 나서면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보이고, 외국인이 매수에 나서면 강세를 보이곤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 이유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주식 보유량이 전체의 1/3 전후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할 뿐 아니라, 내국인 투자자가 손실을 보이는 사이에 외국인 투자자는 대체로 큰 이익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당수 내국인 투자자는 외국인 투자자를 추격하여 매수하거나 매도하곤 한다.

도대체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그동안 얼마나 벌었을까? 놀라지 마시라. 외국인은 1991년부터 2012년까지 총 346억 달러를 투자해 3,634억 달러를 보유함으로써 10.5배의 수익률을 올렸다. 특히 2009년까지의 투자수익이 눈부셨다. 이 때까지의 순투자 금액은 874억 달러였고 순회수 금액은 863억 달러여서 총 11억 달러를 투자한 셈인데, 2009년 말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주식 총액은 2,360억 달러에 달했다. 무려 200배 이상의 이익을 남긴 셈이다. 그 대부분의 이익은 2000년 이후 10년 동안 거둬갔다. 그 후에는 수익률이 다소 떨어졌지만,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동안에도 335억 달러를 순투자하여 약 3.8배인 1,274억 달러나 벌어들였다.

반면에 국내 투자자는 기관이든 개인이든 대체적으로 손실을 기록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경제학적 지식이 약간 필요하다. 국내 경제전문가들에게 ‘경기 흐름과 주식시장 중에서 어느 것이 선행하는가?’라고 물으면, 대부분 ‘주식시장이 경기를 선행한다.’고 대답한다. 더욱이 통계청이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에도 주가지수가 포함돼 있다. 그럼 진짜로 주식시장이 경기흐름을 선행할까? 아니다. 이것은 1980년대까지만 맞는 답변이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경기 흐름과 관련한 경제지표가 새롭게 발표될 때마다 주식시장이 요동친다. 그런 나라들에서는 경기가 주식시장을 선행한다는 사실이 이미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 왜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경기흐름을 선행한다고 잘못 알고 있을까? 경기 판단 지표가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식 장세를 지배하는 성장률 지표의 변화

경기를 판단하는 기본적인 지표는 성장률이다. 성장률이 높으면 경기는 호조이고, 성장률이 낮으면 경기는 부진하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성장률은 국민계정의 증가율을 뜻한다. 이 국민계정은 그동안 발전을 거듭해 왔다. 처음에는 국민총소득(GNI, Gross National Income)이 경기를 판단하는 중심 개념이었지만, 이것으로는 경기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내기 어렵다는 사실이 차츰 드러났다.

그래서 1960년대부터 부상한 것이 국민총생산(GNP, Gross National Production)이다. 소득이 아니라 생산의 관점에서 국민계정을 살펴야 전반적인 경기 흐름을 더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이것 역시 경기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980년대부터 등장한 것은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ion, GDP)이다.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가리지 않고 국내에서 생산하여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국내 경기에 훨씬 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 후로도 경기흐름을 좀 더 정확하게 읽어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처음에는 국내총생산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을 경기 판단의 주요 지표로 삼았다. 경기가 호조인가 부진인가를 아는 데는 이것이 비교적 정확했다. 하지만 경기가 장차 어디로 흘러갈지 알기 위해서는 다른 지표가 필요했다. 그래서 1990년대 이후에 등장한 것이 전기 대비 성장률이다. 직전 분기에 비해 현재 분기의 국내총생산이 얼마나 증가했는가를 알아야 경기의 향방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한 것이다. 실제로 전기 대비 성장률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경기가 상승하는지, 하강하는지 비교적 정확히 포착할 수 있다.

외국인은 '전기 대비 성장률' 기준 투자로 눈부신 성적

전기 대비 성장률을 기준으로 경기를 읽어낼 경우 ‘경기가 주식시장을 선행한다’는 사실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외국인은 이런 판단을 바탕으로 국내 주식에 투자하여 눈부신 성적을 남겼다. 외국인 투자자는 전기 대비 성장률이 상승하면 주식시장도 곧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하여 주식을 매입하곤 했던 것이다. 예외적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 반면 내국인 투자자는 경기가 호조를 보인 뒤 즉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인 다음에야 허겁지겁 주식을 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싼 가격일 때 주식을 매입했고, 내국인 투자자는 값이 비싸진 다음에야 주식을 매입했던 셈이다. 그랬으니 우리가 피땀 흘려 축적한 국부를 외국인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라도 전기 대비 성장률이 상승할 경우에 주식을 매입하면 내국인 투자자도 큰 이익을 볼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다. 다만 다른 투자자보다 좀 더 이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경기 흐름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더 싼 값에 주식을 사고,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게 됨으로써 더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왜 경기가 상승할 때 강세를 보이고, 경기가 하강할 때는 약세를 보일까? 그 이유는 주식을 매입하기 위한 수요는 기본적으로 소득의 저축에 의해 이뤄지고, 소득의 저축은 경기가 상승할 때 상대적으로 더 많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경기가 상승할 때는 소비의 증가보다 소득의 증가가 훨씬 더 빠르게 이뤄진다. 이 경우에 저축이 더 빠르게 늘어나면서 주식 수요도 그만큼 빠르게 증가하는 것이다.

외국인이 돈을 버는 또 다른 이유… 환차익 등

이 기회에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경기 동향과 상관없이 투자에 나섰던 예외적 사례도 살펴보자. 대표적 사례는 2000년의 경우이다. 연초에 ‘7%만 성장해도 괄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해줄 수 있다’고 보도했던 국내 언론들이 그 해에 8.8%나 성장했음에도 하반기부터 태도를 바꿔 경제위기가 곧 닥칠 것처럼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1,000을 넘었던 주가지수가 연말에는 겨우 500에 턱걸이하는 일이 벌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는 당시 경기 하강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을 대량으로 순매수했다.

또 다른 예외적 사례는 환율 동향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외국인은 환차익을 통해서도 이익을 남긴다. 가령 우리 환율이 1,300원일 때 1억 달러를 들여왔다면, 환율이 1,000원으로 떨어질 경우에는 1억3,000만 달러를 회수할 수 있다. 그래서 외국인은 대체적으로 우리 환율이 하락세일 때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고, 환율이 상승세일 때는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심지어 환율이 빠르게 떨어질 때는 국내 경기가 부진하여 주식시장이 약세일 때조차 환차익을 기대하고 우리 주식을 순매수했다.

국내 주식시장 약세의 근원은 저성장과 고환율

국내 주식시장이 해외 주식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이유가 드디어 밝혀졌다. 우선 국내 경기가 극도로 부진하여 기업들의 이익률이 크게 떨어졌던 데 있다. 실제로 우리 경제는 벌써 7년째 3%의 전후의 아주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낮은 성장률을 장기간 기록하는 것은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뒤 처음 겪는 일이다. 그만큼 국내 경기는 아주 심각하게 부진한 셈이다. 더욱이 미국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국내 경기가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언론이든 경제전문가든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 경제가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야 경제를 살려낼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일 게 아닌가. 과거에 실패했던 정책들이 지금껏 반복되는 것도, 그래서 국내 경기가 더욱 부진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른 이유는 그동안 하락세를 보였던 우리 환율이 최근 대체적으로 강세를 보였다는 데 있다. 지난 2월6일 1,083원까지 상승했던 우리 환율은 9월1일에는 1,012원까지 떨어졌다. 이 당시에는 대체적으로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며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그 후로 환율이 대체적으로 상승세로 돌아서며 10월8일에는 1,074원까지 올랐다. 이랬으니 외국인 투자자는 환차손을 입을 수밖에 없었고, 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물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합동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뒤에는 환율이 하락세를 보였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정책당국이 언제 또 외환시장에 개입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듯하다.

그럼 환율은 그동안 왜 강세를 보였을까? 외환의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당연히 환율은 하락하는데,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지난해 800억 달러에 육박하는 흑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900억 달러가 넘는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의 외환이 국내에 유입되고 있는 셈이니 환율은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정책당국이 외환을 사들이거나 해외투자를 유도함으로써 외환 수요에 가세하여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정책당국이 환율 방어를 이처럼 치열하게 하는 한 국내 주식시장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 살리려면 성장률 높이고 환율 낮춰야

혹시 국내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다른 이유가 없을까? 거의 모든 경제 변수들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끼치므로 다른 이유가 없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것들은 주변 변수일 따름이다.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가을에서 겨울로 갈 때에도 기류 변화가 기온을 상승시켜 따뜻한 날씨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기류 변화에 따른 일시적 기온 상승은 계절의 힘을 이겨내지 못한다. 한마디로 경제성장률과 환율은 주식시장에서 계절의 변동처럼 본질적이고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주식시장을 살려내기 위해서는 성장률을 높이고 환율을 점진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첩경이다. 더욱이 환율을 점진적으로 떨어뜨리면 국내 경기까지 상승세를 보여 성장률은 높아졌던 것이 그동안의 경험이다. 국내총생산에서 87%를 차지하는 내수는 환율이 떨어질 때에 확장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아주 중요하지만 지면 관계상 다른 기회를 기약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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