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진로 논쟁] 집권하려면 혁신중도 강화하고 강경파를 주변부화해야
야당이 굳건해야 여당이 긴장하고 책임정치 구현
야당 투쟁 이미지 벗어나 정책 정당으로 혁신해야
'국민 감동과 분노' 표로 연결해야 집권할 수 있어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 광장에서 여야 유족이 참여하는 3자협의체 수용을 촉구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특별법 정국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40일 넘게 단식 투쟁을 하던 유민이 아빠가 단식을 중단한다고 해서 참으로 다행스럽다. 그동안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의 처지가 군색하게 됐다. 야당으로서 자기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야당이 굳건해야 여당이 긴장하고 책임정치를 할 수 있다. 여야의 건강한 긴장관계가 국민들에게 이로운 것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박영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출범한 지 3주가 지나가고 있다. “투쟁 정당의 이미지를 벗겠다” 는 취임 일성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장외투쟁을 사흘째 벌이고 있다. 이같은 풍경을 보면서 지난해 5.4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김한길 대표가 NLL(북방한계선) 정국으로 허송세월했던 일이 오버랩된다. 당시 친노세력과 문재인 의원의 NLL대화록 공방으로 민주당은 선거 패배 이후 당의 혁신 과제를 하나도 수행하지 못했다.

김철근 정치평론가
사안은 좀 다르지만 박영선 체제 출범 이후 또다시 정국의 중심으로 친노세력과 문재인 의원이 들어오게 됐다. 새정치연합에서 누가 당 대표가 되어도 친노와 문 의원에게 발목이 잡혀서 당의 혁신 과제들을 하나도 처리하지 못하게 되는 구조가 되었다.

이러한 여야의 강경 대치 정국을 '친노와 친박의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할 수 있다. 강 대 강의 대치 정국에서 친노와 친박은 국민들을 안중에 두지 않고 당내 입지를 확대하거나 공고히 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첨예한 대치 정국은 여당인 새누리당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야당은 국회라는 최대 무기를 버리면 여당을 견제하기 어렵다. 친박은 재집권에 유리하고, 친노는 당권을 잡기 쉬워지는 구도가 된다. 이런 구도에서는 야당과 새정치연합의 집권은 요원해진다.

미국 민주당은 1970년대 이후 1992년 클린턴 대통령 당선 때까지 1976년 지미 카터 대통령 당선을 제외하고 연전연패를 했다. 당시 미국 민주당 내에서는 선명성, 개혁성, 진보성이 부족하다는 반성과 함께 당의 노선을 '좌로 좌로' 옮겨가면서 패배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연패의 고리를 끊기 위한 노력으로 민주지도자협회(DLC)를 결성하여 당내의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당의 체질을 중도화해서 집권에 성공했다. 당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빌 클린턴의 대선 구호는 새정치연합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1997년 영국 보수당의 18년 장기 집권을 끝낸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는 “영국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노동당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까지 했다.

집권을 바라는 새정치연합은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복기해 봐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열린우리당, 민주당 시절까지 포함하여 10년 간 2번의 대선, 2번의 총선, 수많은 재보선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하면서 반성과 참회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노선과 정체성의 변화를 위해 노력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당내 강경파들에 밀려서 노선에선 좌로, 투쟁에선 강경과 선명성을 외쳐 왔다. 새정치연합이 혁신중도를 강화하는 다수파 전략을 펴고, 소수 강경파를 주변부화하지 않으면 집권은 불가능하다. 이같은 노력을 하지 않고 자칫 일본의 자민당 장기집권과 같은 상황을 허용할까 두렵다.

최근 새정치연합 장외투쟁에 대해 김영환, 황주홍 의원등 당내 의원 15명이 반대 성명을 발표한 일은 대단히 용기있는 행동이다. 당내 여러 사정 때문에 서명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뜻을 같이하는 많은 의원들이 더 있을 것이다. 이들 의원들과도 긴밀하게 연대해 투쟁 방식 변화 수준을 넘어서서 새정치연합의 나아갈 길도 제시하면서 치열하게 싸워 주기를 기대한다.

새정치연합은 정책 어젠다를 선점하고 국민들이 감동할 수 있는 민생 법안을 선제적으로 제기하는 등 피와 땀을 쏟으면서 치열한 노력을 해야 한다. 수십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아서 운영하는 민주정책연구원을 새정치연합의 싱크탱크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민주정책연구원의 활동은 새누리당의 여의도연구원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비대해진 중앙당 당직자들을 파견 배치하는 수준으로 운영돼서는 안된다. 전면적이고 대대적인 싱크탱크 수술이 필요하다.

새정치연합은 국민들의 감동과 분노를 조직하여 그것을 표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해야 의회의 다수파가 될 수 있고 집권할 수 있다. 선거에서 집권당을 심판하려면 집권당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견제하면서 반드시 무슨 이유로 반대하는지 국민들게 알리면서 반대 세력을 조직화해야 한다.

국회 선진화법은 야당이 국회에서 투쟁하는 데 아주 유리한 법안이다. 중차대하고 결론이 쉽게 나지 않을 안건에 대해서는 국회 선진화법을 발동하여 조정위원회에서 최장 90일 동안 토론, 논쟁, 협상를 하고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신청하여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우보 전술로 투표하는 원내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국회에서 지는 것이 민심을 잃는 것은 아니다. 민심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새정치연합이 되길 기대한다.

■김철근 정치평론가 프로필

중앙대 경제학과- 국회 정책연구위원-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안철수캠프 대외협력위원- 새정치전략연구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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