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최나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 수장으로 임명됐던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논란 끝에 사퇴하면서 민주당 내 후폭풍이 거세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불법 정치자금)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코인) 투자 논란이 야기한 당의 위기를 타개하겠다며 꺼내든 ‘이래경 혁신위원장’ 카드가 되레 또 다른 혼란을 낳은 모양새다.
7일 민주당 내에서는 비이재명(비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책임론까지 터져 나왔다. 당 일각에서는 본질적으로 당의 혁신 방향성을 재차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상민 “이재명 대표 책임 커…스스로 퇴진해야”
김종민 “왜 혁신기구 만들기로 했는지 생각해 봐야”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런 (혁신위원장 인선) 의사 결정에 이르게 된 이 대표한테 책임이 크다”며 이 대표가 스스로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 자신부터 사법리스크 결함을 안고 출발했고, 여러 가지 리더십을 발휘하는 중요 대목에서도 제대로 못 했다”며 “‘돈 봉투’ 사건이나 최측근 김남국 의원 코인 건에 있어서도 매우 부적절한 대응을 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결함과 한계를 제거하려면 이 대표 스스로가 퇴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혁신위원장 인선 사태의 본질은 혁신기구 방향성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지금 혁신위원장을 인선한 것을 보면, ‘이재명의 민주당’, ‘이재명을 지지하는 팬덤 지지층의 방향’ 이것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가는 것을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런데 이렇게 되면 강성지지층의 지지는 강화될 수 있지만 국민들 일반 여론, 중도층, 더 넓은 국민들의 지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래경 내정자가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이 대표가 혁신을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하면 좋겠다”며 “또 의원총회에서 왜 의원들이 혁신기구를 만들자고 결의했는지 의원들의 고민이 담긴 민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차기 혁신위원장에 우상호‧홍익표 등 거론에…
비명계 “어떻게든 이재명 체제 이어가려는 방식으론 혁신 안 돼”
차기 혁신위원장 인선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앞으로 혁신위는 어떻게 되는 건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혁신위원장을 또 (인선) 해야 한다. 혁신을 할 수 있는 인물을 또 찾아야 한다”며 우상호 의원, 홍익표 의원 등을 거론했다.
반면 비명계에서는 이 대표 체제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혁신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박 대변인이 우상호‧홍익표 의원을 후보로 거론한 것에 대해 “이 대표 체제를 어떻게든 이어가는, 이 대표 체제를 보호하는 이런 관점에서 여러 가지 얘기를 하거나 판단을 하려 한다”며 “그런데 지금 기본적으로 그런 체제를 갖고 혁신이 안 된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만 가지고는 총선 못 이긴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퇴진 뒤 원내대표 대행 체제에서 시작해야” 주장도
더 나아가 혁신위 자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이 대표 퇴진 이후 원내대표 대행 체제에서 민주당의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명계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상민 의원은 “이 대표가 아무리 혁신위를 구성한다고 할지라도 이번에 드러났듯 자기 쪽에 기운 사람을 하지 않겠나. 본능에 가까운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이게 혁신이겠나. 자기 친정 체제의 강화”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퇴진하면 민주당은 어떤 길을 가야 하나’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원내대표가 최근 선출되지 않았나. 원내대표가 대행체제로 일단은 시작하겠지만, 그런 구조가 되면 당내에선 이런 저런 의견이 있을 테고 그런 여러 가지 의견이 논의 끝에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당내에서 그 논의(이 대표 퇴진 이후 민주당 방향)가 본격적으로 공론화가 안 됐다. 이 대표가 있는데 그거를 논의할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이날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당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당 대표가 언제나 책임을 져야 한다”며 “결과에 대해서는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 대표가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질 것인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침묵했다.
지난 5일 민주당은 이 이사장을 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천안함 조작설’ 등 이 이사장의 과거 글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이 이사장은 임명 9시간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