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업이익 60% 감소...'매각 사전작업 준비' 차질
사업가형지점장제 도입 놓고 노조와 갈등 격화도 부담

동양생명은 지난 25일 서울 중구 장충테니스장에서 헬스케어 서비스 일환 및 어르신 복지 증진을 위해 ‘2023 서울시 시니어 테니스 대회’를 개최하였다. 저우궈단 동양생명 CEO가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동양생명
동양생명은 지난 25일 서울 중구 장충테니스장에서 헬스케어 서비스 일환 및 어르신 복지 증진을 위해 ‘2023 서울시 시니어 테니스 대회’를 개최하였다. 저우궈단 동양생명 CEO가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동양생명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저우궈단 동양생명 대표가 취임 1년만에 위기를 맞았다. 순이익과 영업이익이 급감한 상황에서 영업력 강화와 경영개선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동양생명 노동조합이 ‘대표이사 퇴진투쟁’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저우궈단 대표가 동양생명 매각작업에 나서기 위해서는 경영개선이 첫 과제인 만큼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이번 대표이사 퇴진투쟁도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 금융·보험 두루 경험 강점..."지속 가능 성장 이끌 적임자"

저우궈단 대표는 1959년 태어나 미국 코네티컷 대학교 대학원에서 금융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보험사 트래블러스와 모건스탠리에서 일했고, 이후 국립타이완대학교 재무금융연구소에서 교수로 근무하며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 관리에 관해 강의를 했다.

또 타이완 홍타이보험그룹 회장, 타이캉보험그룹 부회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 선임고문, 타이캉보험그룹 비상임이사 등을 거쳐 지난 2021년부터 동양생명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일했고, 2022년 3월 임기 3년의 동양생명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당시 동양생명은 저우궈단 대표에 대해 “금융과 보험업을 경험한 보험업 전문가다”라며 “다양한 업무에 관한 전문성 및 노하우, 리더십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금융과 보험환경 변화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건전 경영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다”라고 설명했다.

◇ 보험업 전문가의 형편없는 첫 성적표

그러나 보험업 전문가라는 저우권단 대표의 첫 성적표는 형편없었다. 지난해 기준 자본과 부채를 합한 동양생명의 자산규모는 37조4202억원으로 전년 동기 37조1034억원 대비 4.3% 증가했다. 이는 부채가 늘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동양생명 부채는 35조5107억원으로 4.1% 증가한 반면, 자본은 1조9096억원으로 무려 37.3%나 급감했다.

특히, 동양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740억원으로 전년 동기 2756억원 대비 73.2% 급감했고, 영업이익도 1299억원으로 전년 동기 3322억원 대비 60.9% 감소했다. 동양생명의 영업이익 감소는 전속설계사 및 GA(법인보험대리점) 등에 지출이 늘면서 사업비가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동양생명의 사업비는 44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활발한 영업으로 영업수익과 함께 보험료수익이 크게 개선됐지만 영업비용의 보험계약부채 전입액도 함께 증가했다.

◇ 영업력 강화·경영개선 나선 임기 2년차

임기 2년차인 올해 저우궈단 대표는 본격적인 영업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동양생명은 FC점포를 62개에서 약 40개로 통폐합해 채산성 있는 점포를 만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해당 사업모델에서 사업가형지점장(BM)이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정규직 지점장의 자율적 선택에 의한 ‘BM영업체제’를 구축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사업가형 지점장제도는 정규직 신분의 기존 지점장을 계약직으로 전환해 실적에 따라 보상하는 제도로, 보험사 입장에서는 지점장을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전환할 경우 퇴직금이나 각종 처우 관련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또 동양생명은 지난 1일 판매자회사(GA)인 ‘마이엔젤금융서비스’의 사명을 ‘동양생명금융서비스’로 변경하고, 자사에서 약 20년간 몸 담으며 경영기획팀장, FC본부장 등을 역임한 황문경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이번 사명 변경을 통해 동양생명금융서비스의 브랜드 파워 강화 및 영업 활성화와 함께 향후에는 TM(텔레마케탕)영업과 대면영업의 시너지를 통해 차별화된 판매자회사로 성장까지 기대하고 있다.

◇ 이미 예고된 장애물...노조의 ‘대표이사 퇴진투쟁’

매출확대, 영업력 강화 등의 경영개선에 갈 길이 바쁜 저우궈단 대표가 최근 장애물을 만났다. 동양생명 노동조합이 저우궈단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에 돌입한 것이다. 지난달 동양생명 노조는 긴급운영위원회와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대표이사 퇴진투쟁’을 논의하고 전원 찬성으로 이달 3일부터 ‘대표이사 퇴진투쟁’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동양생명 노조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피케팅, 구호 등의 방식으로 투쟁할 예정이다. 동양생명은 수차례 대주주가 바뀌면서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선 바는 있지만, 대표를 상대로 퇴진운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양생명 노조가 대표이사 퇴진투쟁에 나선 이유는 최근 보험설계사 지점 통폐합 및 정규직 지점장의 사업가형 지점장 전환제 실시와 관련해 불만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사업가형으로 전환시 금전적 지원이나 보상이 전무하고, 과거 실폐사례가 있는 제도라며 사업가형 지점장 영업체제 지침 철회를 요청했다. 현재 사업가형 지점장제도를 도입한 다른 보험사들은 사업가형 전환시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사실 동양생명 내부에서는 ‘대표이사 퇴진투쟁’의 조짐이 이미 지난해부터 나타났다. 동양생명 직원들 사이에서는 저우궈단 대표의 비효율적인 회의 운영방식과 잦은 조직개편 및 인사로 직원들의 내부 피로도 누적이 극에 달했고, 여기에 ‘소통 부재’에 대한 불만까지 터져나왔다.

재무전문가로서는 다양한 경험과 역량이 있는 저우궈단 대표가 한국 기업문화, 업권 특성 등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 보니, 내부적으론 톱다운(상명하달)식 경영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우려가 ‘대표이사 퇴진투쟁’이라는 현실이 된 것이다.

이번 동양생명 노조의 저우궈단 대표 퇴진투쟁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우선 저우궈단 대표가 노조나 직원들과의 소통이 익숙하지 않고, 그의 취임 최대 과제가 동양생명의 매각인 만큼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경영전략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저우궈단 대표, 매각 위해서는 경영개선이 최우선

동양생명은 2019년부터 다자보험그룹의 위탁경영 종료에 따른 매각설이 화두인 회사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저우궈단 대표가 취임한 것도 동양생명 매각작업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도 중국 정부의 다자보험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동양생명, ABL생명 등 해외 계열사를 정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동양생명은 1989년 동양시멘트와 미국 뮤츄얼베네피트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동양베네피트생명보험이 시초다. 외국인 지분이 정리돼 1995년 동양생명보험으로 이름을 바꿨다. 2000년에는 태평양생명보험을 흡수합병했으며 2009년에는 총자산 10조원을 돌파, 국내 생명보험사 중 최초로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기도 했다. 이후 동양그룹은 동양생명 지분 49.5%를 매각하면서 2011년 보고펀드가 동양생명의 최대주주로 바뀌게 됐다. 2013년 동양그룹에서 계열분리됐고, 2015년 보고펀드는 동양생명의 지분을 중국 안방보험에 넘기며 국내 최초 중국계 생보사가 됐다. 이후 안방보험은 부실화로 3년만에 중국 정부의 위탁경영에 들어갔고, 동양생명은 구제금융 성격인 다자보험 소속으로 이관됐다.

현재 동양생명의 지분은 다자보험이 42%, 자회사 안방그룹 홀딩스가 33.3%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소액주주(19.2%), 우리사주조합(0.4%) 등으로 구성돼 있다. 중국 금융당국이 2021년부터 진행해온 다자보험의 민영화 작업 과정에서 우량 계열사인 동양생명을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다자보험의 민영화 작업 과정에서 동양생명의 지배구조 역시 변동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동양생명의 재무건전성은 대체로 안정적인 편이지만 매각을 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경영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대면영업이 여전히 주요 판매채널로 자리 잡고 있고, 특히 판매상품의 다양성과 1200%룰과 같은 규제로 인해 GA채널이 기존 설계사 채널보다 높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변화하는 보험업계 상황 속에서, 당사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영업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특히 FC영업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조직 확대 및 영업채널 성장을 위한 다양한 보상방안과 우수 영업인력 확보를 위한 제도들을 준비하고 있으며, 자회사 영업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도 진행 중이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방안들을 검토하면서 ‘사업가형BM 도입’도 하나의 방안으로 고려되고 있지만, 이 역시 검토 중인 방안 중 하나일 뿐이며 충분한 소통과 검토 이후에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고, 당사는 영업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원 및 노조와 최대한 커뮤니케이션할 것이며, 충분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진행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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