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음극 ‘재료’는 그대로 국내 생산해도 혜택 
산업부 “우리 의견 상당부분 반영…불확실성 해소”

사진=LG에너지솔루션
사진=LG에너지솔루션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지침이 발표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국의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평가에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IRA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 지침 규정을 발표, 이를 이달 1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규정에 따르면 북미에서 생산·조립한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V)에 한정해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며 배터리 핵심 광물은 추출·가공 과정에서 50% 이상 부가가치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창출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배터리 관련 품목 중 양극판·음극판은 부품으로 간주돼 앞으로 북미 제조·조립해야 혜택을 볼 수 있다. 다만 양극 활물질 등은 구성 재료로 분류되면서 FTA 체결국인 한국에서 생산해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미 국내 기업들은 양극재·음극재 활물질 등 재표는 국내에서 생산하고 양극판·음극판을 만드는 단계는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어 기존 공급망을 대체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미국과 FTA을 체결하지 않은 핵심광물 원산지에서 수입한 재료를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가공해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 한국 정부가 원산지 국가에 포함시켜달라고 요청해온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는 당장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추가될 경우 해당 국가에서 수입한 광물을 국내에서 가공해 부가가치 기준을 충족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와 업계는 일단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간 정부가 다양한 채널로 미국과 IRA 관련 협의를 진행하며 국내 업계의 우려와 입장을 전달한 결과 상당히 유리한 방향으로 요건이 정해졌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전반적으로 우리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며 “미국의 이번 발표로 국내 배터리·소재 업계는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고 한·미 간 배터리 공급망 협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 업계와 정부가 함께 요청한 사항이 반영되면서 양국 간의 배터리 공급망 협력 관계가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협회는 “IRA 가이던스 내에 배터리 부품·광물 요건이 명확하게 규정돼 예측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미국의 전기차 업체들과 우리 배터리 기업 간 전략적 파트너십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며 "해외 의존도가 높던 소재 분야도 공급망 내재화가 강화돼 국내투자 활성화와 더불어 수출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는 “다양한 외교채널을 통해 업계 의견이 미국 측에 반영되도록 노력해 준 정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며 “IRA 가이던스를 최대한 활용해 한·미 간 공급망 협력을 보다 강화하고 이를 발판으로 우리 기업들의 북미 시장 진출 확대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업계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에 대한 핵심광물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부담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며 우려국이나 광물 조달과 관련해 규정에 모호한 부분이 있어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IRA 규정에 따르면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외국 우려 단체’에서 조달해서는 안 된다. 당장은 중국산 핵심광물을 한국에서 가공해 쓸 수 있지만 2년 후까지는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미 재무부는 외국 우려 단체에 대한 정의를 향후 공개하겠다고 밝혔으나 IRA 취지상 중국 기업 다수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재무부는 앞서 지난달 21일 상무부와 함께 발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안에서 외국 우려 단체를 사실상 중국 기업 전체로 규정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