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 도중 뛰쳐나갔던 완벽주의 피아니스트
바흐·시마노프스키 등으로 감동 내한 리사이틀
‘발췌’와 ‘구성’ 묘미 살린 담백 연주 박수갈채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가 28일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에서 연주하고 있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가 28일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에서 연주하고 있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폴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54)는 리사이틀 하루 전인 27일 오후 ‘풍월당’에서 쇼케이스를 열었다.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있는 풍월당은 음악을 통해 감동·기쁨·위안을 주는 공간이다. 클래식 관련 음반과 서적이 즐비하고, 수시로 다양한 강좌도 열린다. 클래식 마니아에게는 ‘참새 방앗간’ 같은 곳이다.

진행과 통역을 맡은 정주영 씨는 안데르제프스키에게 ‘특별히 가깝게 느껴지는 작곡가가 있나?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가장 만나고 싶은 작곡가는 누구인가?’라고 질문했다.

“가깝게 느껴지는 작곡가는 늘 변하기 마련인데요, 그래도 꼽아보자면 베토벤입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들은 작품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입니다. 베토벤은 지금까지도 제게 굉장히 중요한 작곡가입니다. 베토벤이 없었다면 저도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몸은 있지만, 영혼이 없었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제가 태어난 폴란드는 세상의 나쁜 일들을 모두 겪은 나라입니다. 발생하는 모든 나쁜 일들은 천재성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내지요. 그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 바로 베토벤입니다. 베토벤은 선한 천재성으로 세상을 바르고 아름답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쇼팽을 가장 만나고 싶어요. 그는 가깝고도 먼 사람이에요. 수수께끼로 가득하고 내면이 복잡하죠. 그리고 서로 폴란드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쇼팽을 만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가 28일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에서 연주하고 있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가 28일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에서 연주하고 있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28일 오후 롯데콘서트홀. 안데르제프스키는 독주회 피날레로 ‘이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몸은 있지만 영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던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945)을 골랐다. 악성의 마지막 소나타 3곡(30번·31번·32번) 중 ‘31번(Op.110)’을 연주했다.

깜짝 놀랐다. 원곡의 형식을 살짝 비틀었다. 악장과 악장 사이를 쉬지 않고 연속해서 논스톱으로 연주하는 ‘아타카(Attacca)’ 방식으로 연주했다. ‘발췌’와 ‘구성’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각색형 피아니스트라는 별명에 걸맞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선보인 것.

1악장은 공기를 뚫고 날아와 가슴에 ‘넌 이제부터 내 음악의 포로야’라는 낙인을 찍었다. 악보 앞부분에 ‘콘 아마빌리타(Con Amabilita)’와 ‘잔프트(Sanft)’라는 지시어가 붙어 있는데, 정말 ‘사랑스럽게’ ‘부드럽게’ 관객을 토닥토닥 안아주었다.

2악장은 ‘해학’ ‘익살’ ‘희롱’을 뜻하는 스케르초 악장. 베토벤은 당시 저잣거리를 떠도는 다양한 노래들을 모아 이 악장에 넣었다고 한다. 2분여 정도 연주했는데, 어딘지 모르게 슬픈 선율이 드문드문 고개를 내밀었다.

3악장은 하나의 악장이지만 서로 다른 두 개의 곡으로 구성된 느낌이다. 전반부는 느린 아다지오로 흐르고, 중반부와 후반부는 푸가의 형식으로 작곡했기 때문이다. 이 3악장 자필 악보에는 다른 악보보다 쓰고 지운 흔적이 더 많다. ‘지쳐 탄식하면서’ ‘점차 원기를 되찾으면서’ 등의 지시어가 담겨 있다. 앞부분은 왈칵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뒷부분으로 갈수록 회복의 분위기가 돋아났다. 2023년을 헤쳐 나가는 힘겨운 사람들에게 주는 ‘베토벤의 희망 비타민’이다. 과장되지 않고 담백해서 좋았다.

이에 앞서 안데르제프스키는 ‘베베른 변주곡(Op.27)’을 터치했다. 그에겐 사연 많은 곡이다. 1990년 영국 리즈 콩쿠르 준결승에서 이 곡을 들려줬는데 갑자기 연주를 멈추고 무대를 내려 왔다. 나중에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런 연주를 계속 진행하는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완벽주의 피아니스트의 모습을 보여줬다.

집중성·간결성·절제성·통일성으로 일관된 안톤 베베른(1883~1945)의 변주곡은 모두 3악장으로 구성됐다. 얼음을 깨는 듯한 와일드한 타건(1악장)은 조금씩 부드러운 타건으로 방향을 전환(2악장·3악장)하며 귀를 사로잡았다. 관객이 도와주지 않았다. 2악장 초반에 ‘복병’을 만났다. 그렇게 당부했건만 전화벨과 기침 소리가 귀를 거슬렸다. 이 곡 역시 악장과 악장 사이의 휴식 없이 한걸음에 내달렸다. 결국 ‘베베른 변주곡’과 ‘베토벤 소나타 31번’이 하나로 이어졌다. 6개의 악장을 하나로 묶는 각색형 피아니스트는 스킬을 보여준 것이다.

안데르제프스키는 “베베른 변주곡에는 대위법이 들어가기 때문에 베토벤 소나타와 이어서 연주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풍월당 쇼케이스에서 미리 밝혔다. 이번 시즌 연주에는 이런 스타일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다.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가 28일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에서 연주하고 있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가 28일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에서 연주하고 있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그는 화려한 콩쿠르 수상 경력이 없다. 하지만 늘 탐구하는 자세로 뛰어난 명반을 내놓았다. 시마노프스키의 독주곡 음반으로 2006년 그라모폰상, 2010년 발매한 슈만의 피아노 독주곡 음반으로 올해의 녹음상(BBC 뮤직 매거진), 2014년 발매한 바흐의 영국 모음곡(1·3·5번) 음반으로 2015년 그라모폰상과 에코 클래식스상, 2021년 발매한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2권으로 그라모폰상 등 최고임을 여러 차례 확인시켰다.

1부에서는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1685~1750)의 ‘파르티타 6번 e단조(BWV 830)’를 들려줬다. “바흐의 음악은 연주자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준다. 테크닉을 비롯해 스타일, 구조, 폴리포니의 감각 등 모든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그는 바흐의 매력을 잘 전달했다. 바흐는 1726~1731년 사이에 모두 6곡의 파르티타를 남겼다. 하프시코드를 위한 곡으로 1년에 한곡씩 발표한 셈이다. 악보 표지에는 ‘애호가들의 영혼을 즐겁게 하기 위해’ 작곡했다고 쓰여 있다. 그 중 파르티타 6번은 세련된 분위기가 돋보이며 전반적으로 비탄의 정서와 슬픈 감정이 묻어있다.

4분의 4박의 정박으로 진행되지만 안데르제프스키는 자신의 감정과 해석을 살짝 가미해 템포의 변동과 변화를 가미했다.(제1곡 토카타) 제1곡에서의 슬픈 느낌을 더 몰아붙여 탄식조의 선율을 이끌어 가며 애잔함이 밀려온다.(제2곡 알레망드) 제2곡의 감정을 이어가지만 살짝 가벼워진다. 비흐 특유의 대위적 뼈대가 보이는데, 그것에 달라붙는 소리의 살들에서 뭔지 모를 자유로움이 샘솟는다.(제3곡 쿠랑트)

제4곡(아리아)은 상대적으로 경쾌하고, 제5곡(사라방드)은 다시 탄식의 느낌으로 전환한다. 제6곡(템포 디 가보트)은 통통 튀어 오르는 듯한 테마로 시작돼 마지막에 힘을 몰아붙이는 피날레를 보여주고, 제7곡(지그)은 앞의 여섯 곡을 관통하던 잔잔한 비애의 감정이 조금은 격한 울분으로 변한다.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가 28일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에서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가 28일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에서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프랑스풍 춤곡을 모은 파르티타에 이어 폴란드풍의 춤곡이 배턴을 이어 받았다. 카롤 시마노프스키(1882~1937)의 ‘20개의 마주르카(Op.50)’에 나오는 3번(모데라토), 7번(포코 비바체), 5번(모데라토), 4번(알레그라멘테, 리솔루토)을 선사했다. 3번, 4번, 5번, 7번의 순서로 연주하지 않고 자신의 순서에 따라 연주했다.

마주르카는 폴란드 전통 춤곡 리듬을 바탕으로 하지만, 시마노프스키는 이 곡을 민속음악과 현대음악의 경계에 놓이게 했다. 이를 통해 ‘현대’란 어떻게 보면 그것이 등지고자 하는 ‘과거’와도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따라서 이 곡엔 익숙함(과거)과 새로움(현대)이 교차한다.

앙코르는 3곡을 선사했다. 바르톡의 ‘3개의 헝가리 민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2권’ 중 ‘프렐류드 12번’, 베토벤 ‘6개의 바가텔(Op.126)’ 중 1악장을 연주했다.

이날 공연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피아노 앞에 있는 의자였다. 일반적으로 등받이가 없고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피아노용 의자’를 쓰는데, 이채롭게도 등받이가 있는 일반용 의자를 준비했다. 이번 공연 기획사인 인아츠프로덕션에 왜 이런 의자를 사용했는지 물었더니 연주자가 요구했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고 답변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사용하는 의자가 살짝 낮아서 두개를 겹쳐 앉았다고 한다. 2021년 공연 때엔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 안데르제프스키 "제 책 출간기념회 여기서 하면 좋겠다"...풍월당서 유쾌한 토크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가 27일 풍월당에서 팬들과 쇼케이스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진행과 통역을 맡은 정주영 씨. ⓒ풍월당 제공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가 27일 풍월당에서 팬들과 쇼케이스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진행과 통역을 맡은 정주영 씨. ⓒ풍월당 제공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는 27일 열린 풍월당 쇼케이스에서 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진행과 통역을 맡은 정주영 씨는 “딱딱하게 Q&A를 주고받는 것보다 프리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다”며 “그래도 어떤 정해진 틀은 필요하기에 준비한 질문을 했고 대답할 때는 이해를 돕기 위해 곁가지 이야기를 덧붙였다”고 밝혔다. 청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팩트를 보충해서 말을 전달한 것. 그러면서 “절대 본인에게 연주를 요청하지는 말아달라고 했다”며 “하지만 분위기 봐서 연주를 하겠다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13개월 만에 한국에서 다시 만나게 돼 반갑다. 풍월당에서 팬들과 만남을 갖게 되었는데 소감을 말한다면.

“일본에서 공연을 마치고 왔다. 그래서 시차 적응할 일은 없었지만, 연습하느라 바빴다. 어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지난해 9개월간 안식월을 가졌는데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연주여행을 하다보면 준비하는 것과 다니는 것에 대한 압박감·스트레스가 있다. 그게 없다 보니 첫 몇 달은 그냥 편안하게 쉬면서 보냈다. 독서도 하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한 사람들을 만나 식사도 했다. 저는 요리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어떤 책을 주로 읽었나.

“포크너의 소설들을 읽었다.”

-요리를 좋아 한다고 했는데, 주로 어떤 요리를 하나.

“프랑스식·폴란드식 등으로 나눠서 요리를 하지 않고 퓨전으로 하는데, 중요한 것은 어떤 재료를 쓰는지 라고 생각한다. 자연에서 온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다.

-바르샤바에서 폴란드-헝가리 가정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은 프랑스에서 보냈다. 프랑스, 폴란드, 미국에서 공부하고 리스본, 파리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배경이 음악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어디 속해 있는 악파도 없고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유롭다. 어디에 구애되는 것 없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로운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가 27일 풍월당에서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풍월당 제공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가 27일 풍월당에서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풍월당 제공

-어떻게 피아노를 시작했고, 전문 연주자가 되기로 결심한 시기와 계기에 대해 말해준다면.

“부모님 말씀에 의하면 음악은 아주 어릴 때부터 들었다고 한다. 어릴 때 소리 지르고 여기 저기 날아다니는 말썽꾸러기 아이였다. 그래서 부모님이 모차르트, 베토벤을 들려주었다. 지금도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좋아한다. 좀 커서 여섯 살 때 부모님이 악기를 시켰는데, 저는 피아노에 별로 애정은 없었다. 작곡과 지휘에 더 관심이 많았다. 부모님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좋아해 저희 남매에게 악기를 시켰는데, 누나가 바이올린을 선택해서 저는 피아노를 할 수밖에 없었다. 연습을 너무 싫어해 아버지가 퇴근하는 차 소리가 들리면 그제서야 연습하는 척했다.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기로 결심한 적은 없다. 지금까지도 그런 결심을 하고 있지 않다. 그저 연주가 좋아서 해왔을 뿐이다.(웃음)”

-선생님의 연주를 듣다 보면 어떤 이야기가 그려진다. 작품 준비에 있어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저는 누군가 정해 놓고 어떤 필요에 의해서 이것을 해야 한다 저것을 해야 한다는 요청대로는 연주를 안한다. 작품은 내적인 필요에 의해서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작품 속으로 들어가 길을 가다 보면 어느 순간 슈만과 만나고 슈만을 느껴야만 하는 것인데, 그것은 직감으로 느껴야 한다. 저는 연주를 준비할 때 작품의 ‘구조’에 주목한다. 어떤 작품이든 처음과 시작이 있는데, 처음에서 시작으로 가는 동안 서사 구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 연습한 파르티타 6번 중 ‘사라방드’ 연주가 쉽지 않았다다. 구조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지어 제가 예전에 녹음했던 음반까지 들어봤다. 제 음반을 들어 보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도 막상 제 연주를 듣는데 끔찍했다.”

안데르제프스키는 갑자기 악보를 꺼내 들고 피아노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는 “자, 사라방드를 볼까요. 첫 장은 12마디로 되어 있고, 두번째 장은 스물 네 마디로 되어 있어요. 세번째 장도 마찬가지죠. 이 세 페이지가 반복됩니다. 자 보세요. 3/4박자인데 (하나 둘)셋-하나, (하나둘)셋-하나…. 이 곡의 전체 구조가 바로 이런 식이라고 확신해요”라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바흐-시마노프스키-베베른-베토벤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구성한 의도가 있을까. 청중은 어떤 점에 유의해서 들으면 될까.

“저는 사실 청중에게 ‘무엇을 어떻게 들어라’라고 주입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청중 스스로 느낄 자유가 없어지는 것이니까. 이 구성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있다. 바흐 파르티타의 마지막 곡 ‘지그’는 푸가가 들어간다.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1번의 마지막 악장도 푸가가 들어간다. 바흐 파르티타와 시마노프스키 마주르카는 춤곡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베베른의 변주곡에는 대위법이 들어가기 때문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와 이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가 27일 풍월당에서 팬들과 쇼케이스를 진행하고 있다. ⓒ풍월당 제공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가 27일 풍월당에서 팬들과 쇼케이스를 진행하고 있다. ⓒ풍월당 제공

-사실 저희에게 시마노프스키는 어렵고 생소한 작곡가다. 폴란드 사람들에겐 어떤가.  처음으로 시마노프스키에게 매료된 계기는 어떤 것이었나.

“시마노프스키는 폴란드에서도 어려운 작곡가다. 폴란드에서는 언제나 쇼팽, 쇼팽, 또 쇼팽이다.(웃음). 저도 시마노프스키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고, 짜증까지 날 지경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곡을 돌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마노프스키의 피아노를 위한 세가지 서사시 ‘메토프’(세이렌의 섬·칼립소·나우시카)를 파고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시마노프스키 음악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냈는데, 그게 1998년이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도 시마노프스키의 음악은 대단히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시마노프스키의 곡을 녹음하게 되면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가.

“교향곡 4번 심포니 콘체르탄테(협주적 교향곡) Op.60이다. 여러 번 연주했고, 정말 멋진 곡이다. 다만 적합한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찾기가 어렵다.”

-교육쪽으로도 활동하는지.

“아주 가끔 마스터클래스를 하는 것 말고는 따로 교육활동은 하고 있지 않다.”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가 27일 풍월당에서 사인회를 열고 있다. ⓒ풍월당 제공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가 27일 풍월당에서 사인회를 열고 있다. ⓒ풍월당 제공

​-우리에게 음악은 어떤 것일까.

“인간의 감정, 슬픔 등 사람의 감성 팔레트를 모두 표현할 언어는 제가 알고 있는 한 없다. 언어가 아니라 인간의 지성으로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데 그게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이렇게 자리를 빛내 줘 감사하다. 이번 만남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바란다.

“오늘 이렇게 특별한 공간에서 여러분을 만나서 기쁘다.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곳이다. 이렇게 청중과 만나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다음에… 어쩌면…제 책 출간 기념회를 여기서 하면 좋겠다.(웃음)”

[알림] 오랫동안 언론에서 관행적으로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Piotr Anderszewski)로 부르고 있지만, 본인이 해준 발음과 국립국어원 표준 표기법에 따르면 ‘피오트르 안데르셰프스키’가 맞다. 표트르라고 적는 바람에 러시아 사람으로 자주 오인하기도 한다. 그래서 다음 표기부터는 ‘피오트르 안데르셰프스키’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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