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순이익 줄어 ‘쓴맛’...퇴직연금 자산 감소 ‘고민’

이은호 롯데손해보험 대표/제공=롯데손해보험
이은호 롯데손해보험 대표/제공=롯데손해보험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이은호 롯데손해보험 대표의 취임 1년이 지났다. 그가 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손보의 수익성과 건전성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디지털 전환을 천명했다. 그 첫 스텝으로 오는 4월 생활밀착형보험 플랫폼을 출시해 롯데손보의 잠재가치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548억원으로 전년 동기1663억원 대비 67.1% 급감했다.

이익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영업이익이다. 보험영업이익의 적자규모는 더 커졌고, 투자영업이익도 감소했다. 롯데손보는 지난 2021년 9월 111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 대표 취임 7개월만에 7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보험영업이익은 1214억원 적자에서 1412억원 적자로 악화됐고, 투자영업이익도 2328억원에서 42.4% 감소했다.

이익감소는 총자산 감소로도 이어졌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3분기 총자산은 18조9082억원으로 전년 동기 19조903억원 대비 1821억원, 약 1% 줄었다. 같은 기간 책임준비금은 7조6460억원으로 약 35억원, 0.1% 감소했다. 책임준비금은 보험사가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보험료의 일정액을 적립시키는 돈이다.

이 기간 보험사의 매출에 해당하는 수입보험료도 감소했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3분기 수입보험료는 1조6966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7104억원 대비 0.9% 감소했다.

특히 전속설계사는 지난 1년 사이 급증했는데, 설계사들의 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수보험료는 오히려 줄었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3분기 설계사 수는 2248명으로 전년 동기 1657명 대비 35.7%나 증가했다. 하지만 설계사 원수보험료는 오히려 줄었다. 같은 기간 설계사 원수보험료는 3471억원으로 전년 동기 4056억원 대비 14.6% 감소했다.

결국, 전속설계사 인당생산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3분기 신계약실적은 1조3960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5442억원 대비 무려 45% 감소했다. 신계약실적은 보험사고 발생시 보험금 지급금액의 합으로, 영업의 성장성을 알아볼 수 있는 지표다. 전속설계사 규모는 커진 반면 신계약실적은 줄어들고 있어 사업비율(순사업비)만 치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는 최근 설계사 증원에 집중하고 있다”며 “고능률 설계사 중심의 증원이 아닌 무차별적으로 증원하고 있는데 이는 다만 생산성이 오히려 낮아지는 반면 사업비는 증가하고 있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손해보험 본사/제공=롯데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본사/제공=롯데손해보험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연말 퇴직연금 자산이 약 3조원 증발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연말 만기 퇴직연금 금리로 5.15%를 제시했지만, 손보업계 평균 금리 6~7%에 훨씬 못미쳤다. 금리 경쟁이 가열되면서 업권 내·외가 제시한 금리보다 약 1%포인트 낮은 금리를 제시한 것이다. 결국, 롯데손보가 제시한 금리에 시장이 만족하지 못하면서 자금 이탈이 일시에 생겼다.

보험업계에서는 롯데손보가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단기차입 한도를 늘렸지만, 수익성 및 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손보는 퇴직연금 자금이탈에 대비, 단기차입(환매조건부채권·RP) 한도를 기존 15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늘렸다. 일시 자금이탈로 유동성 문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길어야 1분기까지 3개월 간 유동성 문제를 방지하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RP는 만기가 1~3개월로 짧기 때문이다.

롯데손보의 퇴직연금 규모는 지난 2019년 JKL파트너스가 인수했을 당시 규모는 7조7076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손보의 퇴직연금은 2020년까지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지만, 2021년 9월에는 6조621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감소했다. 이후 지난해 퇴직연금을 강화하면서 퇴직연금은 9조2386만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롯데계열사 외 퇴직연금 증가가 이끌었다. 지난해 9월 기준 롯데계열사 퇴직연금 비중은 30.8%로 6.8%포인트 감소한 반면, 롯데계열사 외 퇴직연금은 69.2%로 6.8% 증가했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를 인수하며 롯데그룹 퇴직연금을 5년간 유지한다는 조건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이탈한 퇴직연금 자산은 대부분 롯데계열사 이외의 물량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롯데손보는 퇴직연금 의존도가 높은 보험사다. 총부채 대비 퇴직연금 부채가 50% 이상(한국신용평가, 2022년 2분기 기준)인 유일한 보험사다. 유동성비율도 121%로 손해보험업계 단순평균 182% 대비 낮다. 유동성비율은 지급보험금 대비 3개월 이내에 즉시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비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롯데손보는 조건부자본증권 등 자본성 채권 추가 발행으로 이자비용이 더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자산운용 재원 감소와 투자이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기준 롯데손보의 매도가능채권은 1조3122억원, 만기보유채권은 3조6215억원으로 매도·만기채권은 4조9337억원을 보유했다. 2021년에는 매도가능채권 2조6747억원, 만기보유채권 2조5283억원으로 매도·만기채권은 5조2031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사 운용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매도가능·만기보유채권이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다.

이로 인해 채권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포괄손익과 투자영업이익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9월 기준 투자영업이익은 1342억원으로 전년 동기 2328억원 대비 무려 42.4%나 감소했다. 또 기타포괄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기타포괄이익은 114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보험업계 한 전문가는 “RP 등 단기차입 자금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자금 조달을 통해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며 “결국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은 줄고 이자비용은 커지면서 롯데손보의 이익체력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디지털 전환을 통해 잠재 가치 확대 적략을 적극 펼치겠다고 천명했다. 또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조 아래 혁신적인 보험 서비스 시장을 적극 개척·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2025년까지 보험업의 전 과정에서 구체적이고 완전한 디지털 전환을 이뤄내겠다”며 “디지털 전환을 통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손보는 디지털전환의 첫 스텝으로 오는 4월 생활밀착형보험 플랫폼 가칭 마르스(MARS)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롯데손보는 여러 플랫폼에서 생활밀착형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쿠팡에서 판매하는 전자제품을 ‘쿠팡안심케어’로 무상보증하고 있고, 전자랜드와 롯데하이마트의 전자제품 보증기간을 연장하는 보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에서는 레저서비스보험을 판매 중이다. 롯데손보는 생활밀착형보험을 자사 신규 플랫폼에 모아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생활밀착형보험은 통상 보험료가 월 1만원 이하, 보장기간 1년 이내의 짧은 상품이다. 보험료가 소액으로 수익성은 크지 않지만, 고객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르스 플랫폼에서 생활밀착형보험을 판매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고객정보(DB)를 전속설계사에게 제공하고, 전속설계사는 이 DB를 활용 업셀링(신규 상품 판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익성과 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는 롯데손보는 올해 출시될 예정인 생활밀착형보험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통한 잠재가치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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