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한재민이 지난달 윤이상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10대 클래식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한재민이 결선에서 ‘윤이상 첼로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첼리스트 한재민이 지난달 윤이상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10대 클래식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한재민이 결선에서 ‘윤이상 첼로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요즘 가장 핫한 10대 클래식 아이돌을 꼽으라면 단연 임윤찬과 한재민이다. 첼리스트 한재민은 2006년생으로 열여섯 살이다. 지난달 통영에서 열린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경연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고 재능 있는 젊은 음악인을 발굴하기 위해 2003년 시작됐다. 첼로, 피아노, 바이올린 순서로 매년 번갈아 열리며 내년에는 피아노 부문이 진행된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제주국제관악제와 함께 수상(2위 이상)하면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는 국내 개최 3대 국제 콩쿠르다.

‘스타 탄생’은 일찌감치 예상됐다. 지난해 루마니아에서 열린 에네스쿠 콩쿠르에서 최연소 1위에 올랐다. 곧이어 스승인 정명화가 1971년 우승했던 스위스 제네바 콩쿠르에서도 3위에 랭크됐다. 한재민은 “2020년부터 콩쿠르에 계속 도전했는데 윤이상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지난 2년의 순간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며 “행복하면서도 여러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엄청난 프레셔로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올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18)과도 각별한 사이다. 2017년 한국예술영재교육원과 2020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나란히 입학한 ‘두 신동’은 그동안 금호아트홀에서 함께 연주하며 호흡을 맞추는 등 단짝으로 지내고 있다. 임윤찬도 15세이던 2019년 윤이상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한재민은 원주 출신이다. 부모가 모두 플루트를 전공한 음악가 패밀리다. 동생도 비올라를 연주하고 있다. 기악을 전공한 부모 슬하에서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지만 두 악기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어느 날 엄마 후배가 운영하는 음악학원에 들렀다가 첼로에 반했다. ‘아이 러브 첼로’로의 터닝 포인트다.

“갖고 놀라고 첼로 하나를 건네주었는데, 어린 마음에 악기도 크고 소리도 멋져서 신기했어요. 집에선 늘 플루트의 고음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첼로의 저음을 좋아했던 건 그 반대급부였던 같아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첼로에 푹 빠져 살고 있어요.”

5세 때 시작한 첼로는 그에게 날개였다. 8세 때 원주시향과 협연했고, 국내 콩쿠르에 이어 해외 콩쿠르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실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성장통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13~14세 때 고비를 겪었다. 잘한다고 하니까 우쭐했었는데 어느 순간 배워야 할 게 많아지고 나이도 먹고 곡 수준이 높아지니 한계에 부닥쳤다. “그때 좀 더 노력하면 될 건데, 내가 못하는 건가, 다른 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 뒤로 연습을 엄청나게 많이 하며 이겨냈습니다.” 한재민은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실력을 좌우하는 연습 없이는 자유로워질 수 없다고 한 인터뷰에서 고백했다. 나이답지 않게 의젓하고 진중한 것이 첼로 소리를 닮았다.

‘될성부른 떡잎’을 미리 알아본 곳이 있다. 바로 신한은행이다. 지난 2009년부터 메세나(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사업) 프로그램으로 신한음악상을 실시하고 있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성악 등 4개 부문에서 루키를 찾는다. 직원들의 기부금으로 조성된 재원으로 시작됐으며, 만 19세 이하의 순수 국내파 클래식 유망주만을 선발해 돕는다. 수상자에게는 매년 400만원씩 4년간 총 16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이밖에도 해외 유명 음악 학교 마스터 클래스, 신한아트홀 독주회 등 다양한 특전을 준다.

한재민은 2020년 제12회 신한음악상을 수상했다. 비록 4개 부문 수상자는 아니었지만 그해 처음 신설된 장려상을 받았다. 이 컴피티션이 기폭제가 됐다. 이후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며 빛나는 기록 행진을 써나가고 있다.

한재민뿐만 아니라 올해는 특히 신한음악상 출신들이 국제 콩쿠르에서 잇따라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한재민이 우승한 윤이상콩쿠르에서 2위에 오른 정우찬은 7회 수상자다. 10회 수상자인 첼리스트 김가은은 미국 어빈 클라인 국제 현악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6회 수상자인 피아니스트 박진형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 준결선에 진출했으며, 9회 수상자인 피아니스트 문성우는 미국 힐튼 헤드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했다. 성악가 김태한은 독일 노이에 슈티멘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젊은 음악가 특별상과 스페인 비냐스 국제 성악 콩쿠르 특별상을 받았다. 12회 수상자 피아니스트 김송현은 일본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 최종 결선에 진출해 관객상을 거머쥐었다.

신한은행은 그냥 상만 주고 끝내지 않는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확실히 밀어주는 시스템을 계속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는 신한음악상을 통해 배출된 전도유망한 연주자들이 출연하는 클래식 페스티벌을 정례화했다. 세종문화회관과 협약을 맺어 세계무대에 우뚝 설 수 있도록 다양한 콘서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오는 8일 확정된다. 조용병 현 신한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이 회장 후보로 압축됐다. 최종 후보 1인은 내년 3월 신한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회장으로 취임한다.

금융권에선 2017년부터 신한금융을 이끌어온 조 회장의 3연임이 유력하다는 견해가 많다. 그는 지금까지 자체 경쟁력 강화 및 인수합병 전략을 병행하면서 은행·증권·카드·보험·자산운용 등을 망라하는 종합금융그룹의 기틀을 완성했다.

특히 신한금융은 올해 KB금융을 제치고 3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았다. 3분기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4조3154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4조193억원)을 넘어섰다. KB금융그룹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조279억원이다.

사법 리스크도 완전히 털어낸 상태다.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경징계를 받아 연임이 가능하고, 채용 비리와 관련해서도 지난 6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신한금융이 다른 금융들에 비해 정치권 낙하산 등 외풍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도 조 회장의 연임에 무게를 싣는다.

조용병, 진옥동, 임영진 세 사람 중 누가 회장이 되든 ‘제2의 한재민’을 키워주는 아트 CEO 역할은 굳건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발 빠르게 클래식 음악에 특화된 섹터를 선점한 선견지명에 박수를 보낸다. 브라보! 브라바! 신한금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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