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 2020년~2021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부동산 시장이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을 기점으로 조금씩 안좋아지더니 2022년 중순 이후로는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불과 1년전인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가 가파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급격한 하락장은 물론, 그 이전에 폭발적인 상승장도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앞서 이례적으로 큰 폭의 상승세가 나타났던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2020년 3월에 터진 코로나로 인해 2020년 5월 기준 금리는 역사상 최저 수준인 0.5%까지 인하되었다. 이로 인해 주식, 코인, 부동산 등 거의 모든 자산에 넘치는 유동성으로 인한 버블이 심하게 발생했다.

둘째 2020년 7월 말에 통과된 임대차 3법이 원인이 되었다. 전세 만기가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나자 집 주인들이 4년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반영하려 했다. 그로 인해 전세가가 급등하자, 안그래도 지속된 상승장에 힘들어하던 세입자들은 ‘내 집 마련 안하면 벼락거지 되겠다, 이제라도 내 집을 사자’라는 대중심리에 힘입어 주택 구매에 나섰다. 그리고 이런 '영끌 구매'는 안그래도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2004년 1월부터 2022년 7월까지 통화량 대비 아파트 시가총액 비율. 최저점은 2004년 11월~12월 88%, 최고점은 2021년 10월~12월 147%로 나타났다. 
2004년 1월부터 2022년 7월까지 통화량 대비 아파트 시가총액 비율. 최저점은 2004년 11월~12월 88%, 최고점은 2021년 10월~12월 147%로 나타났다. 

유례없는 부동산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통화량 대비 아파트 시가총액 비율은 최고 147%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수치는 아파트가 본질적인 가치(소득 대비·전세 대비·통화량 대비·GDP 대비)대비 고평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통계가 작성된 2004년 이래 통화량 대비 아파트 시가총액 비율이 이렇게 크게 차이난 적은 처음이다. 역사상 전례없는 거품이 생겼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급격하게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식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금리인상이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급격한 가격 하락으로 공시가가 실거래가보다 높은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대출이 많은 개인이나 부동산 관련 기업들은 늘어나는 이자와 더불어 과도한 세금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하게 됐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당분간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3일 미국은 기준 금리를 또 다시 0.75%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고, 이 때문에 한국의 기준 금리 또한 24일 0.25% 인상됐다. 지난 3일 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해 생각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이며 우리는 갈 길이 멀다”고 언급했다. 앞으로 상당기간 높은 수준의 기준 금리가 유지될 것이라는 의미다. 

자료=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자료=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급작스러운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에는 여러가지 부작용들이 발생하고 있다. 영끌했던 개인들은 대출이자 증가로 삶이 팍팍해지고 있고, 건설사나 시행사 같은 부동산 관련 기업들의 부도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그리고 금융 시장, 채권 시장에도 여파가 미치면서 자금 경색 등 문제도 불거졌다. 

미분양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3만2722호였던 전국 미분양은 불과 한달 뒤인 9월 말 4만1604호로 약 30% 가량 증가했다. 미분양 증가는 부동산 관련 기업들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가 더 올라간다면 개인과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욱 더 커질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GDP 대비 한국의 가계·기업부채가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금리가 계속해서 인상될 경우 안그래도 심각한 지금의 부동산 문제는 더욱 심각한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된다. 정부는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를 빠르게 풀고, 거래 정상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한다.

공시가격 현실화도 서둘러야 하고, 취득세 인하 등 파격적인 조치도 망설여서는 안된다.  

조치를 취할 때는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개인과 기업이 더 망가지기 전에 발빠르게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는 국내 1호 부동산 빅데이터전문가로, 한양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유타대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에 재학중이다. 부동산 투자에도 객관적인 지표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부동산 의사결정을 내릴수 있도록 돕는 ‘리치고’엡을 개발했다. 2018년 부터 '빅데이터 부동산 투자' 시리즈를 통해 매년 다음해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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