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주담대·신용대출 금리 2%p 뛰어…이자만 60만원↑
24일 한은 금통위 앞두고 '금융채·코픽스·CD금리' 등 상승
금리인하요구권 무색…"지출 줄여야 하나, 고물가로 이중고"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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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얼마 전 대출을 연장했다. 1년 사이에 이자가 엄청 늘었는데 앞으로 더 걱정이다." 

모 시중은행에 다니고 있는 은행원 A씨의 말이다. 출근하면 고객의 대출을 상담해야 하고, 퇴근하면 본인의 대출 이자를 걱정해야하기 때문에 A씨는 점점 힘에 부친다고 토로하고 있다. 

올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마다 이자부담을 토로하는 차주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30~40대 직장인으로 집을 사거나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받았던 대출의 금리가 뛰고 있다는 것이다. 

2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번 달 4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원리금분할상환) 평균금리 범위는 4.82~5.71%로 올해 1월 3.66~4.01%보다 1.7%포인트가 넘게 올랐다.

만약 이때 신용등급이 1등급인 직장인이 네 은행 중 금리가 가장 낮은 곳에서 5억원을 빌렸다면 이달 부담해야 하는 월 이자만 60만원이 늘어난 셈이다. 

신용대출의 평균금리(서민금융 포함)도 1월 4.00~4.71%에서 이달 6.31~6.63%로 2%포인트(상단 기준) 가까이 올랐다. 또한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대출)도 4.14~4.52%에서 6.23~6.80%로 치솟았다. 신용대출, 마이너스대출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아 차주의 부담은 더 클수 밖에 없다. 

차주들의 우려에도, 대출금리는 앞으로도 계속 오를 전망이다.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0%에서 3.25%로 인상했기 때문이다. 인상폭은 0.50%포인트에서 이달 0.25포인트로 축소됐으나, 대출금리 지표(금융채, 코픽스, CD금리)는 이미 고공행진 중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금융채(은행채) 6개월물은 23일 전날에 비해 0.001%포인트 오른 4.682%에 장을 끝냈다. 지난달 금통위(10월 12일) 이후 꾸준히 우상향세다.

1년물은 같은 날 5.028%로 거래를 마감했다. 0.018%포인트 낮아졌으나, 며칠새 5%를 상회하고 있다. 5년물도 4.959%에 머물며 5%에 육박한 상황이다.  

4%에 육박하는 지난달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코픽스(신규 취급액)는 전월에 비해 0.58%포인트 오른 3.98%로 나타났다. 코픽스는 국내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이들이 취급한 예·적금 등 수신상품 금리를 반영해 상승·하락한다. 

최근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가 5%를 웃돌고, 10%가 넘는 적금이 등장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다음달 코픽스는 더 뛸 전망이다. 은행이 자금 조달을 위해 예·적금 금리가 올리면, 이것이 대출금리 기준을 밀어 올리고, 차주 부담은 커지는 '빚의 순환'이 당분간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코픽스의 기준이 되는 CD금리도 상승세다. 22일엔 4.02%(91일물 기준)로 거래를 마감하며 14년 만에 4%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CD는 은행 정기예금에 양도성을 부여한 증서를 뜻한다.

만기 1년 이하 단기자금 조달수단으로 은행은 통상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한다. 현재 이 CD금리가 오르고 있는 현상은 은행의 자금 조달이 그만큼 경색된 상태고, 다음달 코픽스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대출금리 상승 조점이 계속되고 있으나, 차주들은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상환을 하려고 해도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하고, 주택 매매·전세에 묶여 있는 경우라면 그마저도 쉽지 않다.

일각에선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하는 방법도 주목을 받고 있으나, 재무·신용상태가 개선돼야 한다. 대상 고객이 한정돼 있다는 이야기로 "금리인하요구권도 힘든데, 진급은 더 힘들다"라는 반응도 나온다. 

전세, 마이너스대출 이자를 상환하고 있다는 한 30대 직장인은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최근 월급은 대부분 이자로 나가는 것 같다. 상황에 맞게 지출을 줄여야 하나고물가로 언제까지 이럴수는 없는 일이다"라며 "마이너스통장도 내년 1월 갱신해야하지만 엄두조차 안 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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