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우지연 건설전문 변호사] "A씨는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하자담보책임 종료되는 시점(사용검사 후 2년) 즈음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하자진단을 받기로 했다는 통보를 받는다. 그런데 하자진단과 더불어 변호사도 선임하고 채권양도도 진행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자보수청구권을 입주자대표회의에 양도하라고 한다. 이에 A씨는 합의를 위해서는 하자진단만 받으면 되는 것이 아닌지, 입주민 동의 절차로 족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특히 채권양도 후에는 내 권리가 아니게 되므로 독자적으로 하자보수청구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공동주택관리법 제37조와 동법에 따른 시행령 제38조 및 제39조에 따르면, 하자보수 청구 및 하자담보책임 종료확인서 작성 주체는 전유부분은 입주자, 공용부분은 입주자대표회의 등이다. 또한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련 내용을 게시하고 1/5이상 입주민의 반대가 없는지 확인하는 의무를 지고 있을 뿐이다. 어디에도 채권양도에 관련 내용은 없다. 

그렇다면 합의가 아닌 소송을 위해 채권양도를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혹시 ‘하자기획소송’ 목적은 아닌지 여러 가지로 의심이 앞선다. 그렇다면 이런 A씨의 의심은 타당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하자 합의에 있어 채권양도를 받는 이유는 하자합의 실무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이해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공동주택관리법은 기산일 이후 발생한 하자. 즉, 입주 후에 발생한 시공상의 과실로 인한 하자 즉 파손이나 고장 등에 대해서만 규율하고 있다.

이 법의 법문에만 따른다면 해당 년차의 하자만 대상으로 하고 합의하여 보수받고 종료확인서를 써주면 된다. 채권양도를 할 필요가 없다. 다른 년차의 하자를 언급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다르다. ‘연차별 하자종료합의서’라는 이름으로 건설사에서 제시하는 합의서 초안에는 연차별 하자보수와 관련 없는 ‘기산일 이전 하자’에 대한 권리포기 내용이 삽입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기산일 이전 하자는 공동주택관리법이 아닌 집합건물법에서 규율하고 있다. 즉, 하자보수 관련 합의 시 공동주택관리법 뿐 아니라 집합건물법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기산일 이전 하자는 기산일 이후 하자를 모두 보수하는 보수비의 1.5~2배에 해당하는 손해배상금이 책정되는 부분이다. 포기를 요구하는 손해배상금은 한 단지당 수억에서 수십억까지 해당할 수 있는 막대한 금원이다. 쉽사리 포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는 부분인 것이다. 

물론 집합건물법 제9조에 따르면 구분소유자만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할 수 있으며 입주자대표회의나 임차인인 입주민 등이 대신 포기할 수 없기는 하다. 입주자대표회의는 하자보수 청구권만 가질 뿐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청구권을 가지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도 확립되어 있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다64863 등 판결 참고).

따라서 입주자대표회의가 기산일 이전 하자 관련해 포기한다는 내용에 합의해도, 권리주체와 이를 포기하는 당사자가 다르기 때문에 해당부분은 무효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합의서에 첨부하는 세대 동의서, 안내문 등에는 구분소유자의 권리를 포기했다고 해석되게끔 작성되는 부분도 있을 수 있어 마냥 안심할 수 없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건설사 등과 합의할 당시 기산일 이전 하자에 대한 부분까지 고려해 합의안을 작성하는 것일 것이다. 

다년간 하자합의 컨설팅을 해본 경험에 비추면, 시공사는 대부분 하자 보수 관련 합의시 기산일 이전 하자의 권리를 조건없이 또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추가공사의 이행을 대가로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기산일 이전 하자 관련해서도 합리적인 수준의 배상(금전배상도 가능하고, 추가공사로 대신하는 것도 가능하다)을 받는 것이 가능한 만큼, 형평성 있는 합의안을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처럼 합의의 실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정당한 권리자인 구분소유자로부터 채권양도를 받는 것이다. 

채권양도를 하여 집합건물법을 기초로 하자합의를 시도한다면 공동주택관리법만을 근거로 하는 합의와 비교하여 2.5배~3배 보수비의 합의안을 제시할 수 있다. 

합의 당시에 공동주택관리법상 권리 뿐 아니라 집합건물법상 권리도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 우지연 건설 전문 변호사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좋은합동 법률사무소 수석변호사, 법무법인 해강 서울사무소 책임변호사를 거쳐 현재 법률사무소 자하 대표변호사로 10년째 아파트 하자소송을 전문으로 수행하고 있다. 액체방수 일정 두께 이상 시공, 스프링클러 전면 철거 후 재시공, 방근시트 미시공, 타일부착 강도 부족 전면철거 후 재시공 판결 등 굵직한 승소 판결들을 받아낸 경력이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