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해고통보에...노조, 신동환 대표 집단행동 예고
낙농가·협력사·화물기사·유통사 "하루아침 날벼락"
소비자들, SNS 응원물결 및 사재기에 물량 몰리기도
[데일리한국 김보라 기자] 유제품 기업 푸르밀의 돌연 다음달 30일부터 ‘사업 종료’ 결정한 이후 관련 업계는 물론 소비자까지 술렁이고 있다.
정리해고 메일을 받은 350여명에 직원은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으며 자체브랜드(PB) 제품을 생산·판매해왔던 협력사들과 원유를 공급해왔던 낙농가도 생계가 막막해졌다. 여기에 오너가 퇴직금 논란까지 더해지며 신동환 푸르밀 대표를 향한 날 선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 노동조합은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사측의 일방적인 사업 종료와 해고 통보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노조는 오너의 경영 무능 때문에 회사가 위기에 빠졌는데도 모든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불법적인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회사 정상화를 위해 임금 삭감과 공장 인원 축소를 감내했지만, 신 회장의 급여는 그대로였고 올해 초 퇴사하면서 퇴직금 30억원까지 챙겨갔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에 사업종료 결정을 철회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내는 한편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다.
갑작스러운 영업 종료 통보 소식에 직접 원유를 납품하던 낙농가와 협력업체, 화물차 기사도 피해를 보게 됐다. 낙농가가 푸르밀에 공급하던 원유량은 연간 4만톤으로, 이번 사태로 잉여 원유가 발생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노조 측은 “푸르밀에 관련된 직송 농가들, 협력업체 직원 약 50명, 화물차 기사들 약 100명의 생계까지 끊길 위기”라며 “지역경제에도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 뿐만 아니라 오는 12월 말까지 자체브랜드(PB)상품 공급 계약을 맺었던 다수 유통업체 홈플러스와 이마트, CU, 이마트24 등도 비상이다. 사업 종료와 관련한 사전 통지받지 못해 당장 이를 대체할 제조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역시 푸르밀 사업 종료 소식에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다. 푸르밀이 운영하는 SNS 계정에는 “푸르밀 맛도 괜찮고 가성비도 좋아서 자주 사 먹었는데 사라진다니...마음이 아파요” “비피더스 자주 사 먹는데 너무 슬프네요” “내 가장 사랑한 검은콩우유를 이제 마트에서 볼 수 없다는 게 마음이 아픕니다” 등 아쉬움의 목소리와 응원이 잇따랐고, 푸르밀 제품을 판매하는 스마트스토어에는 대량 구매하는 소비자들로 인해 주문 물량이 몰렸다는 안내문이 게재되기도 했다.
푸르밀은 가나초코우유, 비피더스의 흥행으로 한때 연 매출 3000억원을 올렸던 유가공전문업체다. 그러나 2018년 신준호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2세인 신동환 대표이사가 취임하면서 4년째 적자행진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1800억원, 영업손실 124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올해 제품 품질 이상 등 악재까지 발생했다. 지난 8월 21일 푸르밀은 가나초코우유 제품 일부에서 불량 누유가 확인돼 자발적 리콜을 진행했으며 같은 달 31일에도 품질 이상으로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를 비롯한 가공유 제품 6종을 잇따라 회수했다.
일각에서는 푸르밀 대표제품의 경쟁력이 지속해서 줄어든 반면 동종업계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케어푸드 등으로 외연을 확장한 것과 달리 PB상품 중심으로 운영한 것이 적자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푸르밀은 가나초코우유, 비피더스 등 인기 제품이 있지만, PB 상품 제조 위주의 사업으로 재투자 여력을 만들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제품에서 내는 사업구조를 바꾸고 생존 전략을 조금만 더 빨리 모색했더라면 폐업까지는 아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