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홍정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기정 위원장 취임 후 이커머스·플랫폼 업체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모습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 위원장은 첫 현장 행보로 배달 플랫폼 업체들을 만나 소비자·소상공인과의 부담 완화를 강조하고 나서는 한편 이커머스 업체들에 대해서는 현장 조사를 통해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살피는 모습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과 국내 배달앱 3사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대표들이 22일 오후 서울의 한 음식점을 찾아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쿠팡이츠서비스 김명규 대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 한 위원장, 요기요를 운영하는 위대한상상 서성원 대표. 사진=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과 국내 배달앱 3사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대표들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의 한 음식점을 찾아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쿠팡이츠서비스 김명규 대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 한 위원장, 요기요를 운영하는 위대한상상 서성원 대표. 사진=연합뉴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2일 취임 후 첫 공식 대외 일정으로 배달 플랫폼 업계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한 위원장은 배달 플랫폼 3사 대표를 만나 지난 16일 취임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율 규제'를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플랫폼 참여자의 성장이 곧 플랫폼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만큼, 이해당사자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해 선순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배달앱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라며 “입점업체, 소비자 등 배달앱 참여자와 함께 어려운 경제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한 자율적인 상생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한 위원장과 공정위의 최근 행보를 보면 자율 규제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말 마켓컬리에 대해 현장 조사를 진행한 이후 한 위원장이 취임한 지 3일째이던 지난 19일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에 대한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컬리, SSG닷컴과 납품업체 사이에 상품 판매대금 지급과 판매촉진행사 비용 분담 등 과정에서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여부가 있었는 지 등이 살펴진 것으로 안다"며 "현재 분위기 대로라면 직매입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커머스 업체들은 대부분 조사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에 대한 현장 조사에 이어 한 위원장이 첫 공식 행보로 배달 플랫폼 업계를 만난 것은 이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봤다. 

이는 플랫폼 업계의 자율 규제를 통한 상생 노력이 실효성을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이번 배달 플랫폼사와의 만남에서 강조한 것도 상생이다. 업계에서는 상생의 핵심은 배달비와 중개 수수료의 인하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반영하기에는 사실 배달 플랫폼 업계의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해까지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코로나19 동안 배달비와 수수료의 상당 부분을 감당해 적자가 크게 늘었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영업손실은 2020년 112억원에서, 2021년 757억원으로 증가했다.

계속된 적자에 이를 탈피하고자 배달플랫폼들은 연초에 배달비와 수수료를 인상했다. 그러나 이를 인하할 경우 다시금 적자폭이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최근 스타트업계에서 투자 한파로 인해 수익성이 이슈로 떠오르는데다, 땡겨요 등 경쟁 사업자가 치고 올라오는 등 배달 플랫폼 업계는 여러 부담 요소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배달 플랫폼 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포장 주문 수수료도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포장 주문 서비스를 개설한 이후 줄곧 서비스 수수료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은 서비스의 한 종류이므로 결국에는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포장 수수료를 받고 있는 요기요 역시 난처한 것은 마찬가지다. 요기요는 포장 주문에 배달 주문과 마찬가지로 수수료 12.5%를 부과하고 있다. 상생을 약속한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포장 주문 수수료를 부과하는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인식한 듯 한 위원장은 플랫폼 사용자 간의 자율규제 뿐만 아니라 플랫폼 독과점 남용과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현행법을 엄정히 집행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자율규제와는 별도로 플랫폼의 독과점 남용,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현행법의 법 집행 노력을 이어나갈 것” 이라며 “현행법 적용으로 해결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필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의 혁신 성장을 위해 자율규제를 시행하겠다고 하면서도 시작하자마자 이커머스 기업에 현장조사가 진행되고, 배달 플랫폼 측에도 사실상의 압박을 전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SSG닷컴 제공
사진=SSG닷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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