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이제 한층 단단해지고 달라진 모습으로 전열을 갖췄다. 더 큰 도약을 향해 자신감을 갖고 새롭게 시작하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는다'는 긍정적 마인드로 더욱 공격적으로 나아가자"며 이같이 독려했다.

올해로 창립 126주년을 맞은 두산그룹은 '변화 DNA'와 이를 뒷받침한 '차세대 동력 발굴'을 장수의 비결로 꼽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2007년 ㈜두산 부회장, 2012년에는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맡으며 두산그룹이 2000년대 빠른 속도로 성장한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살피고 두산의 새 먹거리를 찾는 데 주력해 왔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두산 제공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두산 제공

◇ '책임경영' 기조…경영정상화 과업 조기 완수

1962년생인 박 회장은 고(故)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나 대일고등학교,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거쳐 미국 보스턴대학교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그는 1985년 두산산업에 입사한 후 현장을 두루 거쳤으며, 두산과 두산건설 회장을 겸임하다가 2016년 박용만 회장에 이어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2020년 초 박 회장 체제 아래 두산그룹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며 혹독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는 두산중공업의 자금난으로 촉발됐다. 두산중공업은 석탄화력 등 전통 발전 분야의 실적 둔화와 자회사인 두산건설에 대한 자금지원 부담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데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으로 유동성 부족에 직면했다.

산은과 수은은 두산중공업 부실 시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고려, 총 3조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했다. 다만 대주주와 계열주의 책임있는 역할과 직원의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정상화 방안 수립 등 구조조정 3대 원칙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약정 기간 두산그룹이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매각한 계열사 자산은 총 3조1000억원에 달한다.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박 회장은 그룹 총수이자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약속했다. 올해 2월 두산그룹은 약 2년 만에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벗어났다. 두산중공업이 2020년 3월 산은에 긴급 자금지원 요청을 한 지 23개월 만의 구조조정 탈출이다. 두산그룹이 2년이 채 안 된 기간에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대기업 구조조정 전례에 비춰 드문 일이다.

채권단 관리 조기 졸업 배경에는 알짜배기 계열사 등 주요 자산을 과감히 매각하고 수소 등 신사업 중심으로 그룹 체질개선을 진두지휘한 박 회장의 리더십이 있었다는 평가다.

두산퓨얼셀 연료전지. 사진=두산 제공
두산퓨얼셀 연료전지. 사진=두산 제공

◇ "또 다른 100년 성장 함께 만들자"…신사업 속도 강조

박 회장은 지난 2016년 초 두산그룹 회장에 오른 직후 침체에 빠진 두산그룹을 되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개편을 추진했다.

그는 취임 당시 "두산의 혁신과 성장의 역사에 또 다른 성장의 페이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라며 "두려움 없이 도전해 또 다른 100년의 성장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하며 그룹의 미래를 위한 신규 사업 발굴을 강조했다.

박 회장이 진두지휘한 수소 연료전지·드론·협동로봇 등 신사업의 성과는 지난해부터 본격 나타났다.

수소 연료전지 발전 분야에서는 두산퓨얼셀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인산형 연료전지(PAFC)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수소산업 전시회 'H2 MEET'에서 트라이젠(Tri-gen)과 중저온형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를 선보였다.

특히 두산퓨얼셀은 기존보다 약 200도가량 낮은 620도에서 작동하면서 전력 효율이 높고 기대수명이 개선된 제품을 개발 중이다. 오는 2023년까지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군산 새만금 산업단지에 50MW 규모 SOFC 공장을 준공해 양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이 앞선 기술력으로 주목받는다. DMI는 비행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린 수소드론을 세계 최초로 개발, 양산에 들어간 회사다. 외딴 지역에 대한 응급 물품 배송, 가스배관 모니터링, 장시간 산림 감시 등 관제, 해상 인명 구조 등 다양한 상황에서 제품의 성능을 입증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9월 수소 연료전지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전문회사 두산에이치투이노베이션도 설립하며 그룹의 수소 연료전지 개발 역량을 한 곳에 모았다. 이 회사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 개발의 중심 역할을 담당한다. 두산퓨얼셀아메리카(DFCA)의 인산형 연료전지 핵심기술을 활용해 한국형 SOFC 개발을 이끌면서 두산퓨얼셀, DFCA 등의 연구개발 부문과 긴밀한 협업체계 구축이 목표다.

협동로봇 사업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 2015년 설립된 두산로보틱스는 독자적으로 기술 개발을 진행해 왔으며, 2018년부터 줄곧 국내 협동로봇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왔다. 특히 북미와 서유럽 등 해외 판매 비중은 70%에 달한다. 국내 협동로봇 기업 최초로 '글로벌 톱5'에도 진입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목표 아래 향후 기업공개(IPO)도 추진할 방침이다.

박 회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섰다. 두산은 지난 3월 이사회를 열고 국내 반도체 테스트 분야 1위 기업인 테스나 인수를 결정했다. 테스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카메라이미지센서(CIS), 무선 통신칩(RF) 등 시스템 반도체 제품에 대한 테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오른쪽)이 두산테스나 서안성 사업장에서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두산 제공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오른쪽)이 두산테스나 서안성 사업장에서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두산 제공

◇ 올해 CI 변경 …"새로운 미래 향한 혁신의 여정 시작"

올해 1월 두산그룹은 새 CI를 공개했다. 기존 CI에 있던 '3색 블록(쓰리 스퀘어)'이 사라지고 영문만 남았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해 역동적이고 민첩하게 움직이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새로운 두산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더 큰 도약을 위해 새롭게 시작하자'는 메시지와 함께 수소 연료전지, 트라이젠, 수소터빈 등 수소 사업을 비롯해 협동로봇, 수소드론, 물류 자동화 솔루션 등 두산의 새로운 비즈니스에 힘을 싣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격적인 목표로 시장을 선도하고, 기회를 잡기 위한 '기초체력 강화'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국내 친환경 에너지 시장은 압도적인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확대가 예상되는 미국과 유럽 컴팩트 건설기계 시장과 미국 수소 시장에서도 글로벌 경쟁사들을 제치고 앞서 나갈 수 있도록 면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유동성과 수익성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재무안정성을 보다 단단하게 다지고, 원자재 및 부품 공급 다변화를 포함해 공급망 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두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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