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중심 가치가 핵심 경영철학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 롯데쇼핑 제공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 롯데쇼핑 제공

[데일리한국 김보라 기자] "롯데를 ‘유통1번지’이자 고객들의 첫 쇼핑목적지로 만들겠습니다."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7월 사내 게시판에 이 같은 비전을 제시하고, 롯데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지난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3조9019억원, 영업이익은 74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3조9025억원)와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882.2% 급증했다. 당기순이익은 455억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한결 웃도는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이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7조6727억으로 1.4% 소폭 하락했지만, 영업이익 1431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6.3% 뛰었다. 당기순이익은 1146억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롯데쇼핑이 수년간의 부진을 딛고 호실적을 기록한데에는 김 부회장의 체질개선을 위한 노력이 빛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1979년 롯데쇼핑 설립 이후 첫 외부출신 대표인 김 부회장은 고객 중심 가치를 핵심 경영 철학으로 삼고, 조직문화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전반의 혁신을 주도했다. 

특히 롯데의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 바꾸기 위해 불필요한 허례허식은 과감하게 버리고 소통하는 리더십을 강조했다. 이에 맞춰 현장 경영을 실천하고 MZ세대 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으로 조직 문화를 유연하게 이끌고 있다.

◇유통 전문가 김상현 부회장의 리더십 주목

김 부회장은 1963년생으로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와튼스쿨)을 복수 전공했다.

그는 세계적 소비재 기업인 P&G에 1986년 입사해 30년간 근무했다. P&G 내 아시아계 최고위 임원직을 맡으며 지속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2008년 P&G 아세안 지역 총괄사장에 오른 후, 소비자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사업을 재정비해 4년 만에 매출을 두 배로 성장시켰다. 7년 재임기간 동안 매년 최대 매출기록을 갱신하기도 했다.

2018년부터는 홈플러스 대표이사를 맡아 2년간 경영에 나섰으며, 재직 기간 중 적자였던 홈플러스를 흑자로 바꾸는 경영능력을 증명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연말 롯데그룹 정기인사에서 롯데쇼핑의 사령탑이 됐다. 그룹의 핵심 사업인 유통 총괄에 처음으로 외부 인사인 김 부회장에게 맡긴 데에는,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고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신동빈 회장의 판단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해 12월 취임을 앞두고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고객중심의 가치를 우리의 핵심 경영철학으로 체화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롯데가 갖춘 장점은 극대화하고, 부족한 부분은 빠르게 개선하고, 아직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은 그 해결책을 찾는데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고, 불필요한 허례허식은 과감하게 버릴 것"이라며 변화를 강조했다.  

특히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기 위해 김 부회장은 취임 초부터 전국의 점포들을 방문하며 현장의 소리를 청취했다. 이러한 소리들은 그대로 매장에 반영됐다. 

‘제타플렉스’와 ‘보틀벙커’가 대표적이다. 롯데마트 잠실점을 리뉴얼한 제타플렉스는 초대형 전문 매장으로, 오프라인 소비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꾸몄다. 특히 ‘와인’, ‘리빙·펫’, ‘식료품’의 구색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보틀벙커는 제타플렉스 매장에 입점한 와인 전문점이다. 최근 와인 성장세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젊은 층 사이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 실제 보틀벙커 이용자들은 2030세대 비중이 53%를 차지 할 정도다. 기존의 올드한 이미지를 벗고, 경쟁력이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핵심 점포 리뉴얼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패션, 컨템포러리 등 프리미엄 상품군을 강화하는 한편 인기 맛집과 카페를 유치하며, 젊은 고객을 끌어 들이고 있다. 

◇단기 성과보단 체질개선으로 본업 경쟁력 복원

김 부회장은 다양한 롯데 유통사들이 존재하는 특성을 고려해 원팀(ONE TEAM) 문화를 강조한다. 

지난 4월에는 11개 계열사 및 사업부의 대표들과 함께 '청바지 워크샵'을 개최하고,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하기보다 중장기적으로 롯데 유통군이 나아가야 할 비전과 모멘텀에 대해 주문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달 5일 '샘톡스(Sam Talks)' 유튜브 채널과 롯데 유통군 전사 게시판 영상 메시지를 통해 유통 명가 ‘롯데’ 재건을 위해 롯데가 고객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업무 방식의 단순화(Simplify)와 표준화(Standardize)를 통한 시간·자원 낭비 감소, 협업을 통한 공동의 시너지(Synergy) 창출 및 계열사 사업 확장(Scale), 직원간 목표·목적 공유(Sharing)를 골자로 한 '5S' 비전을 제시했다.

또 11개 계열사의 체질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을 펼쳐왔다. 

김 부회장은 경직된 롯데의 조직 문화를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탈바꿈하기 위해 임직원들과의 직접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부회장 취임 직후 직원들에게 전한 메시지를 통해 "(영어 이름) 샘 김(Sam Kim)이나 김상현님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며 자신을 편하게 대해줄 것을 주문했다. '렛츠(Let’s)샘물'이라는 간담회도 여러 차례 열었다. 렛츠샘물은 '샘에게 물어보세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MZ세대 직원들이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복지도 확대한다. 롯데백화점은 내달 1일부터는 임금 5%씩 인상 개편과 함께 반려동물 경조와 미혼자 경조, 비연고자의 교통비 지원 확대 등 복지문화를 도입한다. 

결혼하는 직원에게만 제공됐던 경조금·휴가·화환 등을 미혼자에게도 지급한다. 당장 내달 1일 만 40살 이상 미혼 직원에게 유급 5일이 지급된다. 

롯데쇼핑은 우선 롯데백화점에 시행되지만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 등의 보고 다른 계열사에도 도입할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롯데그룹 유통군 한 관계자는 “김상현 부회장을 중심으로 원팀 문화가 자리잡으며 롯데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며 ”롯데쇼핑의 지난 2분기 실적은 '유통 1번지’로 가는 신호탄을 쏜 것으로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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