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새우, 전 세계 식재료ㆍ부재료로 사용…우리의 ‘젓갈 문화’ 독특

큰 새우는 회로도 먹는다.
새우는 별나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식용으로 사용한다. 상당히 맛있는 식재료 중 하나다. 새우 요리도 먹지만 새우를 음식 부재료로도 사용한다. 다양하게, 널리 사용하는데 정작 대단한 레시피는 없다. 서양의 경우 굽고, 찌고, 삶고, 소스로 볶는 정도다. 우리는 조금 다르다. 다양한 새우 요리법에 삭힌 발효를 하나 더 더한다. 널리 알려진 요리법에 새우 젓갈을 더했다. 아직도 ‘마포 새우젓 장사’라는 표현이 남아 있다.

서양인들은 한동안 새우를 멀리 했다. 구약성경 “레위기”에서 새우를 ‘성경이 금하는 음식’으로 정했다. 여러 금지 규정 중, ‘비늘 없는 생선’에 새우가 딱 걸렸다. 이런 금기는 제법 오래가기 마련이다. 신약성경의 시대가 진행되면서 새우요리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성경이 금해도 선호도가 높으면 언젠가는 ‘금기’는 풀리기 마련이다. 새우는 이제 서양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급 식재료다.

가열처리를 한 새우를 넣은 샌드위치도 있다. 소스를 만들 때 새우를 갈아 넣기도 한다. 프랑스 남부지방 마르세이유 항구에서 시작된 국물요리 부야베스(bouillabaisse)에도 새우는 들어간다. 부야베스는 오늘날 지중해 전 해안의 국물요리가 되었다. 새우가 들어간 국물은 감칠맛이 난다. 우리나라 음식점들 중에는 ‘보리새우를 넣은 국물’을 내놓기도 하고 가정에서도 말린 새우를 넣고 끓인 채소 국을 먹기도 한다. 모두 감칠맛을 얻기 위해서다.

중국의 ‘홍소새우’는 ‘紅燒, 홍소’ ‘烘燒, 홍소’로 표기한다. 앞의 것은 새우의 색깔이 붉어졌다는 뜻이고 뒤는 센 불에 구웠다는 뜻이다. 중국인들은 이 둘을 혼용한다. 간장, 파, 마늘, 후추 약간, 설탕(혹은 물엿) 등으로 볶다가 전분 푼 물을 넣는 방식이다. 중식당에서 내놓는 각종 새우 요리도 홍소새우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하

중국식 새우 요리법 중, 재미있는 것은 ‘술 취한 새우’다. 흔히 ‘醉蝦취하’라고 부른다. 새우를 50도 전후의 독주에 재우는 방식이다. 그릇에 새우를 넣고 술을 새우 높이를 넘칠 정도로 붓는다. 산 새우로 취하를 만들 때는 새우가 튀지 않도록 뚜껑을 덮어두어야 한다. 요즘은 새우가 술에 취해서 정신을 잃으면 날 것으로 까먹는 경우도 있지만 원형은 취하를 뜨거운 팬에 넣어서 볶는 방식을 사용했다. 술로 재운 새우는 잡냄새가 나지 않고 술, 식초 등 발효식품이 지니고 있는 감칠맛이 재료에 온전히 전해진다.

새우 튀김
우리는 오래 전부터 새우를 널리 먹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식객’ 교산 허균은 “도문대작”에서 새우를 상세히 설명한다(성소부부고26_설부5_도문대작).

왕새우(大蝦) : 서해에서 난다. 평안도에서 나는 새우 알로 젓을 담그면 매우 좋다. 곤쟁이새우(紫蝦) : 서해에서 난다. 옹강(瓮康)의 것은 짜고, 통인(通仁)의 것은 달고, 호서(湖西)의 것은 매우면서 크다. 의주(義州)에서 나는 것은 가늘고 달다. 도하(桃蝦) : 부안(扶安)과 옥구(沃溝) 등지에서 난다. 색이 복숭아꽃 같은데 맛이 매우 좋다.

모두 서해다. 왕새우도 있고, 곤쟁이새우, 도하 등도 기록되어 있다. 왕새우를 먹는 방법은 기록하지 않았다. 나머지는 주로 젓갈로 만들었다. 평안도에서 생산되는 왕새우의 알로 담근 젓갈이 매우 좋다고 했다. 지금은 새우 알 젓갈도 사치품이다. 우리는 예전보다 새우젓갈을 ‘더 많이’ 소비하지만, 더 다양하게 소비하지는 않는다.

곤쟁이(자하)젓갈도 마찬가지다. 사라지고 있다. 곤쟁이는 이른 봄에 잡히는 ‘새우와 닮은 바다생물’이다. 작은 새우처럼 생겼지만 새우와는 다르다. 곤쟁이는 곤쟁이 목, 곤쟁이 종이다. 새우는 십각 목(혹은 새우 목)에 속한다. 곤쟁이와 새우는 다르지만 비슷하게 생겼다. 흔히 곤쟁이를 작은 개체, 새우 새끼라고 믿는다.

이름이 ‘자하(紫蝦)’ ‘자줏빛 새우’인 이유가 있다. 초봄에 잡히는 곤쟁이는 색깔이 연한 자줏빛이다. 젓갈로 담가도 자줏빛이 살아있다. 색깔을 두고 보랏빛 새우라고 불렀다. 지금은 강화도 일대에서 얼마간 잡아서 사용하지만 조선시대에는 자하, 자하젓갈을 널리 사용했다.

국내산 육젓과 오젓.
우리 민족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새우를 먹었다. 중국 송나라 때 고려에 왔던 사신 서긍은 “선화봉사고려도경(고려도경)”을 남겼다. 대략 1123년 무렵, 지금으로부터 9백 년 전이다. 서민들이 큰 새우를 먹는다고 적었다.

“고려 풍속에 양과 돼지가 있지만 왕공이나 귀인이 아니면 먹지 못하며, 가난한 백성은 해산물을 많이 먹는다. 미꾸라지, 전복, 조개, 진주조개, 왕새우(蝦王), 문합, 붉은 게, 굴, 거북이다리, 해조, 다시마는 귀천 없이 잘 먹는데(후략)”

“일성록” 정조 14년(1790년)4월19일의 기사에는 자하젓갈, '자하해'가 나타난다. 황해도 감사 이시수와 정조가 ‘젓갈 운반’에 대해 묻고 답한다.

(이시수) “연안 증산도의 백성 박인배 등이 별봉하는 자하해를 해주로 하여금 거행하게 해 달라고 (중략) 섬 백성이 겪는 폐단은 물산과 진헌에 있지 않고 부비(浮費)에 있습니다. (중략) 부비는 전적으로 영속(營屬)들의 농간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중략) 수로로 수송하는 일은, 자하해를 봉진하는 것은 으레 관마로 실어 운반하는데 원로에 흔들려 매번 맛이 변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재작년과 작년에는 수로로 수송해 올려 보냈으나 금년 봄에는 또 수로에 폐단이 있으므로 인부에게 짊어지고 가서 올리도록 하였습니다.“ (정조) “세하해의 봉진이 이미 폐단이 되고 있다면 하란해와 감동해 또한 어찌 폐단이 없겠는가?”

젓갈을 한양 도성으로 옮기는데 비용과 관련하여 부정부패가 심했다. 자하젓갈은 관청의 말로 옮기는데 문제는 말로 옮길 때 흔들려서 맛이 변한다는 점이다. 물길로 옮기면 좋은데 이마저 비용과 관련하여 폐단이 있다. 결국 인부들이 짊어져서 옮기게 하겠다고 보고한다. 정조의 대답에 당시 많이 사용되던 젓갈이 등장한다.

세하해는 ‘細蝦?’다. 잔 새우로 담근 젓갈이다. 자하가 크기가 작다. 자하로 담근 젓갈을 이른다. 하란해는 새우 알로 만든 젓갈이고, 감동해는 오래 묵힌 새우젓갈 혹은 자하해를 이르기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지금보다 더 상세하게 새우를 갈랐다. 새우는 백하(白蝦), 미하(米蝦), 자하(紫蝦), 세하(細蝦), 대하(大蝦), 도하(桃蝦) 등으로 나눠 불렀다. ‘백하(白蝦)’는 색깔이 희다고 붙인 이름이다. 다른 이름은 ‘미하(米蝦)’다. 쌀새우 혹은 마치 쌀 같이 뽀얀 새우라는 뜻이다. 복숭아의 빛깔이라고 도하(桃蝦), 가늘다고 세하(細蝦)라고 불렀다. 이중 백하, 도화, 자하는 색깔로 새우를 가른 것이다. 낭만적이다.

새우 반찬
오늘날에도 우리는 보리새우, 닭새우, 대하 등을 날 것으로 혹은 튀기거나 쪄서 먹는다. 제법 고급스러운 식당에서는 보리새우를 날 것으로 내놓고 닭새우는 튀기거나 쪄서 내놓는다.

우리는 멋없이 새우를 계절별로 가른다. 5월에 잡은 새우로 만든 오젓, 6월의 새우는 육젓, 가을 새우로 만든 추젓 정도로 나눈다. 많이 먹지만 예전처럼 그 맛을 가르고 새우 종류에 따라 섬세하게 나누지는 않는다. 삭힌 새우, 발효식품에 대해서는 오히려 후퇴한 모습이다.

라면, 짬뽕 등에도 새우를 넣는다.
바다의 새우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먹는 판에 민물새우도 그냥 두었을 리 없다. 민물새우는 토하(土蝦)다. 바다 생선과 달리 민물에서 생산되는 물고기나 조개, 새우 등은 흙냄새 혹은 특유의 비린내가 강하다. 이름에 ‘토(土)’를 붙이는 이유다. 토하젓은 귀하고 비싸다. 민물새우에는 몇 종류가 있다. 토하와 더불어 ‘징거미새우’도 있다. 내륙지방에서 ‘민물새우탕’으로 내놓는 것은 대부분 징거미새우다. 징거미새우는 토하보다 크기가 크다.

징거미새우는 머리 쪽에 침같이 뾰족하고 날카로운 부분이 있다. 징거미새우 탕을 먹다보면 이 부분이 입천장을 찌른다. 민물새우탕을 먹고 입천장이 따끔거리면 징거미새우를 먹은 것이다. 최근에는 양식에 성공했다.

경기도, 충청도 등 내륙에서 먹는 털레기 탕도 징거미새우일 때가 많다. 농번기인 5, 6월경에 비가 오거나 날이 궂어서 들일을 쉬면 동네사람들은 가까운 물꼬, 논배미 등에서 잡어를 잡는다. 인근의 밭에서 감자 등을 캐거나 깻잎, 열무, 상추 등 채소를 대중없이 따온다. 모든 것을 다 털어 넣고 고추장을 풀어서 끓인 음식이 바로 털레기 탕이다. 털레기 탕은 민물새우 즉, 징거미새우로 맛을 잡는 것이 요령이다. 징거미새우가 들어가야 시원하고 단 맛이 난다. 생선이 귀한 내륙의 음식이다.

충청도 사투리로 ‘새뱅이’라고 부르는 것도 대부분 징거미새우다. 새뱅이로 탕을 끓이면 새뱅이 탕이다. 그 맛있다는 새우를 왕창 넣고 끓이니 그 맛이야 설명할 필요가 없다. 역시 생선이 귀한 충청북도 등 내륙의 음식이다.

새우맛집 4곳

중앙탑초가집

‘중앙탑초가집’은 민물새우 ‘새뱅이’ 매운탕 전문점이다. 민물새우를 제법 많이 넣고 얼큰하게 끓인 다음 수제비 등을 넣어서 먹는다. 달고 칼칼한 국물이 일품이다.

토가

자하해, 곤쟁이 젓갈을 사시사철 내놓는다. 두부전문점이다. 두부에 새우젓갈을 넣은 것이 원형 ‘연포탕軟泡湯’이다. 원형 연포탕과 각종 두부요리가 좋다.

대자골토속음식

보기 드문 털레기 탕 전문점이다. 경기 내륙의 음식이다. 지금도 미꾸라지를 중심으로 민물 잡어를 사용하고 민물새우를 넣어서 맛을 조정한다. 수제비를 넣어서 먹는다.

강화도전통풍물시장

오젓과 육적, 추젓 등을 모두 구할 수 있다. 강화도 앞바다에서 건진 곤쟁이로 만든 곤쟁이 젓갈도 구할 수 있다. 장터에서 젓갈을 사용한 음식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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