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 소장, 제1원전서 외신과 회견…"원전해체까지 겨우 1부 능선 올라"

10일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후쿠시마 제1원전 오노 소장(후쿠시마 제1원전=공동취재단)
오노 아키라(小野明)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소장은 30∼40년이 걸릴 것으로 보는 폐로(원자로 해체) 작업을 등산에 비유하면서 현재 "10부 능선 중 간신히 1부 능선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폐로 및 오염수 대책을 현장에서 지휘하고 있는 오노 소장은 지난 10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진행한 외신 회견에서 동일본대지진(2011년 3월 11일) 당시 발생한 사고 이후 5년간 폐로 작업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오노 소장은 더불어 작년 한해 오염수 대책에 진전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근본 문제라 할 원자로 내 용융 핵연료 처리는 여전히 최대의 숙제이며, 험난한 과정이 될 것임을 예상했다.

그는 "지금 내 할 일을 제대로 하자는 생각을 하려 한다"며 "(장기 폐로 작업을 위해) 후쿠시마 제1원전의 기반 설비를 제대로 만들고 다음 일할 사람에게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노 소장과의 모두 발언과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모두발언>

사고로부터 5년간 사고 수습, 원전 안정화, 오염수 대응, 폐로 작업에 최선을 다해왔다. 도와준 세계의 여러 분께 감사한다.

원전은 안정된 상태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오염수 대책에 대해서도 작년 특히 몇개의 큰 진전이 있었다. 저장탱크 안에 있던 오염수 65만t의 처리가 끝났다. 오염수 발생을 줄이는 '서브 드레인'(지하수를 퍼내는 원자로 건물 주변의 우물)을 작년 6월 가동하기 시작한 것도 큰 진전이었다.

폐로 작업의 경우 이미 제1원전 4호기는 1천 500여개의 사용후 연료봉을 저장수조에서 꺼내는 작업을 끝냈다. 1호기와 3호기에서도 사용후 연료봉 인출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작년 원전 작업자들을 위한 대형 휴게소를 만들어 운영중이다. 작업자의 환경 개선에도 큰 진전이 있었다.

지난 5년을 돌아보면 오염수가 유출된 일 등으로 심려를 끼친 것이 사실이다.

그런 문제를 일으킨 원인 중 하나는 설비의 신뢰도가 낮았던 것이다. 앞으로 1∼2년에 걸쳐 (폐로와 오염수 대책에 쓰이는) 기반 설비를 제대로 구축하겠다. 가설 설비 등을 상설 설비로 바꾸고, 리스크 관리 방법 면에서도 노력하겠다.

<질의응답>

--지난 5년을 돌이켜 보면 사고가 일본에 어떤 교훈을 주었나.

▲안전에 대한 생각에 미비점이 있었다. 안전을 더욱 높이 요구하는 태도를 계속 가져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사고이후 우리는 여러 활동했지만 도쿄전력만으로는, 또는 일본만으로는 폐로 작업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원전 작업자들의 분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이 안전하게, 일할 보람을 가지고 일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다.

--폐로가 현재 몇 퍼센트 정도 진행됐으며, 최대 과제는 무엇인가.

▲등산에 비유하자면 10부 능선 중 간신히 1부 능선에 올랐다고 본다. 최대 과제는 아직 우리가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 (원자로내) 녹아내린 핵연료를 꺼내는 것이다.

--지난 5년간의 작업을 평가하면 만족하나.

▲만족 반(半), 과제 반이다. 사회에 심려를 끼친데 대해 반성하는 마음이 있다.

하지만 작년에는 여러 면에서 우리 활동의 성과를 보인 해였다. 그런 의미에서의 만족감은 있다.

--이제까지 폐로에 비용이 얼마나 들었나?

▲전체 비용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1조 엔(10조 5천 709억 원), 2조 엔이라고들 말하지만 현단계에서 일괄적으로 말할 수 없다.

--앞으로 수십년간 폐로 작업을 해야하는데 높은 방사선 선량 속에서 작업할 근로자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까.

▲분명히 30년 앞을 생각하면 정말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 내가 할 일을 제대로 하자는 생각을 하려 한다. 30년에 걸쳐 폐로할 수 있도록 후쿠시마 제1 원전의 기반 설비를 제대로 만들고 다음 일할 사람에게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

폐로는 '작업'이라기보다 '새로운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장래성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보람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근로자는 확보될 것이라 생각한다.

--동토차수벽(냉매를 채운 파이프를 원자로 주변 땅에 심어 얼림으로써 지하수가 원전 건물 내부로 들어가 오염수로 변하는 것을 막는 장치)의 성패 논란이 있다.

▲동토벽을 활용해 기술적으로 땅을 얼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답은 '그렇다'이다. 다만 동토벽 문제는 오르락내리락하는 지하수 수위를 통제하는 것이 문제다.(동토벽으로 지하수 유입을 차단하면 원전 건물 주변의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고 이 때문에 건물 안에 고여 있는 고농도 오염수가 건물 외부로 흘러나올 수 있는 만큼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미)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안에 오염수를 저장할 탱크를 둘 공간이 부족해지는 문제는 생각해 봤는가.

▲탱크 설치 공간에는 한계가 있다. 부지 안에 둘 수 있는 탱크 용량의 한계는 100만t 정도를 생각한다. (현재까지 확보된 85만t의 총 저장용량 중 약 75만t이 찬 상태) 중요한 것은 탱크에 들어갈 오염수를 줄이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의 접근방식이다. 탱크에 들어가 있는 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가적으로 검토 중이다. 그 결과에 따를 것으로 생각한다.

--원자로 내부에 투입할 로봇 개발 늦어지고 있지 않나.

▲개발 자체가 지연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2호기 원자로 용기 안에 넣을 로봇을 개발했는데 로봇 투입까지의 과정에서 근로자 피폭 가능성 있어서 그 리스크를 줄이느라 로봇 투입이 지연되고 있다. 로봇 개발은 제대로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현재 남아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최대 위험요소(리스크)인가.

▲다시 큰 지진이 나서 해일이 오는 상황이 가장 긴장하는 문제다. 그러나 2011년 사고 당시처럼 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에너지 수준이 그때보다 낮다.

--그것 말고 다른 리스크는 어떤 것을 우려하나.

▲토네이도 같은 것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더불어 지금 우리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도록 해야하는 것은 오염수 유출 문제다. 그것은 지난번과 같은 해일이나 토네이도 피해에 비해 가능성이 더 있는 일이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은 몇m 정도의 해일에 대응할 수 있는가.

▲지금은 14,15m 정도는 대응할 수 있는 상태다.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현재 상황은 어떤가.

▲신뢰를 받으려면 안전을 축적해야 한다. 해야할 것을 해 나감으로써 얻는 것이 신뢰다. 한번 실패하면 그것은 사라진다. 현장에서 우리가 하는 활동 중에서 근로자가 부상하지 않도록 하는 것, 오염수를 유출하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의 노력을 축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