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공무원, 납품도 안 된 제품 검수 후 물품대금 수억원 지급

담당 공무원 “모두 내 잘못, 업체는 아무 잘못 없어”

포천시청사. 사진=포천시청 제공
[포천(경기)=데일리한국 박민준 기자] 경기 포천시가 계약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업체들에게 수억원의 물품대금을 부당 지급한 공무원들을 상대로 자체감사 중인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데일리한국은 지난 6월8일 포천시 공무원이 업체들과 짜고 정상적으로 제품이 납품되지 않은 상태에서 3억원이 넘는 물품대금을 부당 지급한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이와 관련, 포천시청 감사담당관 조사팀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상하수과 직원들의 물품대금 부당 지급과 관련해 감사를 시작했다”며 “현재 경위만 파악한 상태로 자세한 사항은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천시 상하수과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4차례에 걸쳐 H사, G사, A사가 생산한 수돗물 원격검침 단말기를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발주했다. 인도조건은 ‘현장설치도’로, 제품가격 및 설치가격이 포함된 조건으로 계약됐다.

하지만 해당 부서는 계약을 체결한 업체들이 납품기한 내에 제품을 제대로 납품도 하지 않고, 설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물품대금을 전액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담당자, 팀장, 과장 등이 대금지급 관련 서류에 결재했다.

이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이 업체들과 사전 공모를 통해 납품 관련 사항을 허위로 전산시스템에 등록하게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어 작지않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통상적인 조달청 업무절차는 수요기관에서 나라장터를 통해 ▶납품을 의뢰(공모)하고 ▶제품을 선택(업체 선정)한다. 계약체결 후 계약이 이행되면 ▶업체가 검사요청하고 ▶수요기관의 검사조사가 완료된 이후에 대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특히 ‘검사요청’은 업체가 직접 준공 관련 서류 등을 전산시스템에 등록해야 한다.

지방계약법 제17조 및 제18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계약상대자가 계약 이행을 끝내면 이를 확인하기 위해 계약서·설계서 및 그 밖의 관계 서류에 따라 이를 검사하고, 검사조서를 작성한 후에 그 대가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같은 법 제31조에 의하면 계약을 이행할 때 부실·조잡 또는 부당하게 하거나 부정한 행위를 한 자의 경우 ‘부정당업자’로 분류돼 2년 이내의 범위에서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조달청 관계자는 “보통 계약이행 후 업체에서 전산시스템에 검사검수 요청을 하면 수요기관에서 검수를 하게 돼있다”며 “계약이행 현황과 검사검수요청 내용이 다를 경우 대금지급이 안되는데 어떻게 허위로 등록할 수 있겠느냐”고 황당해 했다.

한편, 상하수과에서 계약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 A씨는 “모두 다 내가 잘못했다. 업체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했으나, 조달업무 특성상 사전공모 없이 업체가 허위로 검사요청을 하는 것은 쉽지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않다.

이에 기자가 사전에 업체들과 검사요청 허위등록에 대해 상의를 했는지, 어떠한 내용으로 검사요청이 됐는지 담당 공무원에게 질문했으나, 담당 공무원은 답변을 회피했다.

포천시 감사담당관 관계자 또한 “시청 감사실의 경우 민원사항이나 사건의 경위 파악 등 대략적인 감사를 진행할 수는 있으나, 업체나 다른 사람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기는 사실상 어려워 정확한 사실 확인이 힘들다”고 말했다.

담당 공무원과 업체들 간의 공모여부 등을 명확히 밝히려면 상급기관이나 사법기관의 감사나 조사가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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