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구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한승희 기자]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해 부실 수사 의혹을 자체 조사한 경찰이 9일 외압이나 경찰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는 결론을 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진상조사단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단은 이번 결과에 따라 당시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 수사관 A경사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경찰은 A경사가 사건 5일 뒤인 지난해 11월 11일 폭행 당시 상황이 담긴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압수나 임의제출 요구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도 않았다고 봤다.

이 사건은 이튿날인 12일 내사종결됐다.

A경사는 같은 해 12월 말 언론보도 이후 경찰이 진상 파악에 나선 뒤에도 영상의 존재를 알았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진상조사단은 이 전 차관을 포함해 A경사의 상급자였던 당시 서초서장과 형사과장, 형사팀장 등 총 91명을 조사했으나 사건 처리 과정에 외압이나 청탁 등을 의심할 만한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진상조사단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이 전 차관과 서초서 관계자 등의 통화내역 8000여건 분석, 휴대전화·사무실 PC 디지털포렌식, 폐쇄회로(CC)TV 등도 확인했다.

이 조사에서도 의심스러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는게 진상조사단의 설명이다.

다만 당시 서초서장과 형사과장, 팀장의 보고 과정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던 것으로 봤다. 이들은 이 전 차관이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 거론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후 진상 파악 과정에서 “평범한 변호사로 알았다”고 윗선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진상조사단은 감찰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진상조사단은 해당 사건이 경찰청 훈령 범죄수사규칙상 보고 대상 사건임에도 서초서가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점도 문제삼았다.

이와 관련 당시 서초서장 등은 “서초동 쪽에 변호사 사건이 너무 많아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전 차관 사건은 서초서 생활안전과 직원이 서울청 생활안전계 직원에게만 보고했다.

서초서 생안과 직원은 같은 경찰서 정보과 직원에게도 이 사건을 통보했고, 정보과 직원은 이를 계장에게 알렸다.

다만 계장은 상부에는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진상조사단은 서초서 형사과장과 팀장이 고의로 직무를 유기한 혐의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찰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송치 여부는 추후 결정된다.

한편, 진상조사단은 이 전 차관이 택시기사와 합의한 뒤 연락해 폭행 상황이 담긴 영상 삭제를 요청한 점 등은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송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말 언론보도로 부실 수사 의혹이 불거지자 올 1월 서울청에 진상조사단을 설치하고 자체 조사를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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