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설치 공사 중 식재 위치 표시용 색소 흘러...업체는 살수차와 양수기 동원해 개울물 정화 계획

경북 봉화군 재산면 현동2리 마을 내 개울물이 물감을 푼듯 파란 빛으로 물들었다. 마을 인근 태양광 발전 시설 공사 중 녹화 작업을 위해 뿌린 스프레이 색소가 소나기에 씻겨 내려오면서 개울물로 흘러든 것이다. 환경부가 1급수로 지정해 주민들이 식수로도 이용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봉화(경북)=데일리한국 김철희 기자] 경북 봉화 태양광 공사 현장에서 파란 물이 개울로 흘러들어 1급수 개울물을 오염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봉화군 재산면 현동2리 마을에 최근 소동이 일었다. 마을을 지나는 개울물이 물감을 풀어놓은 듯 파랗게 물든 것이다. 이 개울물은 환경부에서 1급수 판정을 받아 지역 주민 일부가 식수원으로 쓰고 있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한 주민 A(65)씨가 물길을 따라 상류로 향했고, 2㎞ 정도 떨어진 태양광 발전 시설 공사 현장에서 파란 물이 개울로 흘러드는 것을 목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놀란 주민들이 지난 8일 면사무소에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고, 9일 봉화군청이 현장 조사에 나섰다. 봉화군과 태양광 업체에 따르면, 파란 물의 정체는 녹화 작업에 쓰이는 스프레이 용액으로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봉화군 관계자는 "흙더미가 무너져내리는 것을 막으려 업체가 공사 현장에 풀씨 등을 심었고, 그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이 용액을 뿌린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지난 2월부터 1만6000㎡(약 5000평)에 1.4㎿(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시설을 짓고 있다. 지반 다지기와 토목 공사를 마쳤고, 태양광 집광판 등은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액체 색소가 굳는 시간이 필요해 보통 비가 오면 작업을 하지 않는데 최근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개울로 흘러든 것 같다”고 해명했다.

또 업체가 봉화군에 제출한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검사 결과에서 해당 제품은 인체와 식물에 해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봉화군 관계자는 “농약 살포 구역을 표시하기 위해 쓰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개울물은 나흘이 지나도 파란빛이 가시지 않은 상태다. 이곳 주민들은 “민물 가재가 살던 1급수가 순식간에 독극물로 변한 것 같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동2리에 재산면과 인근 명호면에 물을 공급하는 취수원이 있는데, 개울물이 이곳으로 흘러들기 때문이라는 것. 재산면과 명호면 일대에 사는 주민은 2000여 가구에 달한다.

봉화군은 "현재 시료를 채취해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는 12일 살수차와 양수기 등을 동원해 개울물을 정화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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