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음압시설 끄고 자도 병원은 속수무책 …병원, "필터교체 등 시설 관리지침도 안받았다"

지난해 서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이동형 음압 병실 완공전 모습. 이 병상은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완공됐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출처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송찬영 환경전문기자] “10평도 안되는 병실에 문을 꼭 닫아 놓은 지 며칠 됐다. 멀쩡한 사람도 산소 환기 안되는 작은 병실에 있으면 어떻겠나...목숨이 점점 악화하는 상황이다.”

지난 6일 밤 9시 경, 한 단체 카카오톡 방에 도움을 요청하는 급박한 메시지가 올라왔다. 당사자는 최근 평창 장례식장 발 코로나19 감염자로부터 감염돼 지난 5일 경증환자 치료 장소인 서울소재 B 병원에 입원한 A 씨(66세, 서울 거주)다. 고혈압과 당뇨병 등이 있는 이른바 기저질환자다.

단톡방 구성원 다수가 확진자인 A 씨와 접촉을 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대부분 음성이나 양성자도 1명 나왔다. 음성자들도 현재 해당 보건소로부터 2주간 자가 격리 통보를 받은 상황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병원)시키는 대로 하세요. 저도 제 방에 격리돼 아내가 주는 대로 (식사를)받아먹고 있습니다.”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ㅠ” “일단 마음을 안정시키시고 코로 천천히 호흡을 하세요.” “산소는 충분히 공급되니 염려마세요.”

오고간 문자 내용을 보면 구성원들은 김 씨의 호소가 폐쇄된 공간 때문에 나타난 심리적 문제로 생각하고, 모두들 마음 추스를 것을 조언한 것으로 보였다.

“문 열어 놓고 복도 나가서 3시간 지나니까 열과 산소포화도가 정상이 됐다. (복도로)나가 있어도 지금은 병원 측에서 아무 말도 못한다. 마치 세월호 아이들한테 ‘가만히 있어라’ 한 것과 똑같다. 살기 위해서, 내가 복도로 나왔으니 (지금)살아있다.”

7일 그는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호흡이 어려워 병실 문을 열고 복도로 뛰쳐나갔으며, 3시간 넘게 복도에 누워 있었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날 오후 8시 현재 몸 상태는 정상으로 돌아왔으며, 병원 측에서 산소 호흡기를 제공했고 복도 쪽 향한 병실 문은 개방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호흡도 어려운데, 혼자 있는 병실에서 마스크까지 쓰라고 한다. 내가 당시 항의하고 뛰쳐나갔기에 살았지 다른 사람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죽어갔을지도 모른다. 실제 내 폐 상태는 입원했을 당시보다 염증이 심해졌고, 체온이 최고 38.4도까지 올라갔으며, 체내 산소포화도가 92%로 낮아져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할 면역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며 “환자들이 입원한 병실은 완전 밀폐된 상태로 산소가 부족해 호흡이 어려운데, 병원 측에서는 제대로 대처를 해 주지 않아 이러한 음압병실 실상을 알리고 싶었다”고 제보 이유를 밝혔다.

온국민 참여해 만든 ‘K-방역’ 성공, 물거품 우려

그가 전한 음압병실 환경은 K-방역의 긍정 이미지를 혼란케 했다. 문자로 보내준 병실 사진은 총리나 장관이 방문한 병원과는 달랐다. 오래된 일반 병실을 개조한 그 음압병실 안 환자 근처에는 환자가 숨 쉴 때 바이러스로 오염될 수 있는 공기를 정화해 배출하는 음압장비가 있었다.

소리에 민감한 사람은 제대로 잠을 이루기 어려울 수도 있는 환경이었다. 창문과 천장 에어컨은 모두 비닐로 어지럽게 차단돼 있었다. 문 역시 비닐로 막아 안 공기가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철저히 밀폐를 시도했다.

이런 밀폐된 공간에 바이러스와 싸우며 홀로 일주일 이상 있으면, 심리적 압박이 당연히 클 수밖에 없을 듯 했다. 하지만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만든 병실이기에 병원 측에서 완전히 밀폐한 것은 당연한 조치였다.

문제는 음압병실 내 환경이 바이러스로부터 차단하는 면에서는 긍정적이겠만, 환자가 치료를 통해 완쾌돼 나갈 수 있는 치료 환경이었냐는 것이다. 또 환자가 병실에 있지 않고, 무방비상태로 병실을 나갈 경우 이로 인한 감염확산 우려가 있지만 병원 측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아울러 음압격리병실 설치 관리 운영이 잘 운영되고 있는 지도 살펴볼 내용으로 보였다.

A 씨처럼 병실 내에 있을 경우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복도나 화장실 등 밖으로 잠시 나갔을 때 정상으로 돌아온다면, 병실내 공기질 관리가 안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참고로 산소포화도(saturation of partial pressure oxygen)란 환자 전신에 산소가 잘 전달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지표이다. 정상수치는 95% 이상, 95% 이하는 저산소증 주의, 90% 이하는 저산소증으로 구분한다.

산소포화도가 정상보다 낮아지면, 뇌기능이나 면역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산소포화도가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이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코로나19 치료효과가 떨어질 것이란 점은 예측가능하다.

"시끄럽다고 음압설비 끄고 자는 경우도"

보건복지부의 음압격리병실 운영과 관리지침(2017.2)에 따르면 ‘급기’(공기를 공급하는 것) 위해 ‘기계로 하는 환기 횟수는 1시간에 최소 6회 이상, 12회 이상을 권장함’, ‘창문을 열지 않고도 입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온·습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비하도록 함’ 을 제시하고 있다. 특수한 상태를 감안한 병실 내 공기의 질 기준이나 공기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사항은 들어있지 않다.

이 때문에 환자가 참지 못하고 병실을 나가 복도나 화장실에서 장시간 있을 경우 병원 측이 이를 강력히 저지할 방법도 없는 실정이다. 강제로 가둘 수도 없다. A씨의 경우 달래서 병실로 들여보내려 했지만, 복도로 나온 그를 병원 측은 막을 수 없었다고 한다.

A씨 이외 이곳의 상당수 환자들이 병실에서의 호흡이 불편해 자주 화장실을 가거나 복도로 나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협조를 하지 않는다. 병실에서 나와 복도를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고, 아예 누워서 있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환자들의 협조 의식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형식으로 말했지만, 상당수 환자들이 복도로 나오는 등 사실상 환자 관리가 되지 않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었다. 또 시설 담당자 입장에서 환자들의 그러한 행동이 애초 병실 실내 공기질 등의 문제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치 못한 것으로 보였다.

이러한 상황은 코로나19 환자의 폭발적인 증가를 계기로 격리병실을 추가 확충하는 과정에서 시설이 무리하게 확장되면서 부실하게 설치됐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특히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관리점검 문제도 도마 위에 올라갈 만하다.

데일리한국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해당 병원은 필터 교체 소음 기준 등의 시설 관리와 실내 공기질 관리 등에 대해 어떠한 문서나 연락도 관리 감독기관으로부터 받은 바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실무자 판단아래 병원 병동 관리실 등에서 필터의 경우 6개월에 한번 임의로 갈아주고, 환자들의 불만이 있을 때 들어가 임시방편으로 민원을 해결하고 있었다. 일부 환자는 시끄러워 잠을 못 잔다는 이유로 음압시설을 임의로 꺼버리는 일도 자주 있어, 바이러스가 외부로 노출될 위험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해당 지자체 보건소는 이와 관련 병원 현장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B병원을 관할하는 서울시 C구 보건소 담당팀장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일손 부족이 심각하다”며 “병원 현장을 방문하지도 못해 현재 시설이 어떻게 설치돼 운영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 음압시설을 설치관리하는 기준은 있는 것이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이에 대해 엄중식 가천 길병원 교수(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감염분과 위원장)는 “B병원의 경우 음압시설을 설치한지 오래된 병원이고, 관련해서 사고가 난 일이 한 건도 없는 것을 감안하면, 환자 심리적 문제인 듯하다”며,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거기까지 신경 쓰기 어려웠을 것 같다. 음압기 소음도 50db이하로 규정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맞추기 힘든 곳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와 해당보건소, 병원 모두 병실 실내 공기 질이 파악되지 않아 환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환경, 환자가 요구해야 산소 호흡기를 제공하는 상황 등 환자관리에 서툴렀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한국이 음압시설에 입원한 환자들을 취재한 바, 일부 병원에서는 입실 초기부터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아예 산소 호흡기를 제공하는 곳도 있었다.

환자들이 임의로 복도로 나오고, 음압기를 끄는 행동이 계속된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외부로 나가 감염확산의 진원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제기될만 하다.

“관리지침 메뉴얼, 환자 민원 반영해 새롭게 만들어야”

보건학 분야 권위자인 C교수는 “음압시설은 병실 내 바이러스로 오염될 수 있는 공기를 외부로 못나가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일반 시설 실내보다 공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산소포화도가 병실 안과 밖에 있을 때 현저히 차이가 난다면, 일단 음압시설 설치와 운영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구체적으로 관리 지침에 시설내 공기질 최소 기준을 만들어 환자를 보호하는 한편, 환자들이 병실 운영에 협조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민원사항을 청취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담당 부처 역시 병실 내 환자 중심 환경 조성에 대해 부족함을 인정하고, 시스템 보완을 약속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메르스 때 음압병동관련 설치 기준이 마련됐는데, 아무래도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감염병 확산 방지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하다 보니 입원 환자에게 소홀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부족한 사항을 보완해 모든 병원이 공통적으로 꼭 시행해야할 관련 사항을 메뉴얼에 넣어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담당부처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로 모든게 부족한 상황이라 꼼꼼히 챙기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지적하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환자 치료에 도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음압시설을 갖춘 격리병실은 2019년도 말 기준 현재 전국적으로 1898개이다. 이 중 입원병실은 1143개, 중환자격리병상 504개, 응급실 내 격리병상은 251개이다(요양급여비용 청구 시 산정하는 입원료 기준 병상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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