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경찰 수사 중에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성추행 사건이다. 성폭행처럼 직접적 물증이 될만한 단서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대부분 피해자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성이 있고 용의자의 행색이나 과거 이력 등을 감안해 어느 정도 정황이 맞아 떨어지면 용의자는 바로 신분이 피의자로 바뀌는 게 보통이다.

문제는 피해자의 진술이 거짓일 경우다. 피해자가 해당 상대를 골탕 먹이려 허위로 진술할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기 십상이다. 실제 이런 일이 최근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친딸의 거짓말로 성추행범으로 몰린 아버지가 옥살이를 하다가 뒤늦게 누명을 벗은 것이다.

경기 수원에서 할머니와 아버지와 살던 A(16)양은 지난해 7월 오전 1시쯤 맨발로 집을 나와 친구에게 “아버지에게 추행을 당했다"고 울먹였다. A양의 친구들은 학교 담임교사에게 이를 알렸고 A양 아버지 B(45)씨는 지난해 9월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B씨가 구속되자 A양은 "아버지가 술 마시고 늦게 들어와선 깨워 잔소리하니까 듣기 싫어 집을 나왔던 것"이라며 “아버지가 못 놀게 한 것 때문에 벌을 주고 싶었던 것일 뿐"이라고 말을 바꿨다. 법정에 선 그녀는 "예전에 '아빠한테 당했다'는 얘기를 페이스북에서 본 것이 생각나 말했는데 일이 커졌다"고 말을 바꿨다.

B씨는 결국 무혐의로 풀려났다. 하지만 B씨는 이미 주변에서는 친딸을 성추행한 파렴치한으로 낙인이 찍힌 상태다.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 조차 의문시 된다. 수사당국의 성급한 판단으로 B씨는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사적인 장소에서 은밀히 발생하는 성범죄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그에 앞서 중시돼야할 것은 국민의 인권이다. 재판부에 의해 유죄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는 모든 용의자는 무죄 추정 원칙에 입각해 예우돼야 한다. 더구나 성범죄 같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사건의 경우 최종 결론에 이를 때까지는 철저히 보안을 유지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하는 게 수사관계자들의 의무다.

A양의 번복된 증언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선고 때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일련의 수사과정이 철저히 보안에 붙여졌는지 하는 점이다. 유무죄 여부를 떠나 최종 선고까지 B씨와 같은 용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도 국가 당국이 해야 할 일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조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주변에서 손가락질을 받게 되는 성범죄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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