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제 두고 '분분'

윤호중(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둘러싼 여야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협의가 이뤄졌지만,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으면서 27일 오후 2시 예정됐던 본회의는 지연되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낮 12시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1시간30분 가량 언론중재법 개정안 협의에 나섰지만, 합의에 이르는 데 실패했다. 이에 양당 원내대표는 내부 논의를 한 뒤 오후 3시30분쯤부터 다시 협의에 나섰다. 앞서 여야는 지난 한 달간 8인 협의체를 구성,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 개정안은 언론사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고의·중과실이 인정되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손해배상액 산정을 해당 언론사의 전년도 매출액과 연결하고, 정정 보도와 함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기사 열람 차단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핵심 쟁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열람차단청구권 도입이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은 언론의 자유를 위축할 수 있다고 우려,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애초 이날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한 만큼, 합의가 이행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청와대는 언급을 삼가고 국회 논의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입법부 소관 사안인 만큼, 청와대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여당이 단독 처리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기국회에서 각종 법안을 처리하고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받아야 하는 상황 속 정국이 경색될 시 임기 말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청와대는 지난 8월 말에도 여당이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하지 않도록 물밑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전날에는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청 협의회에서 여당에 이 같은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 23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1호기 기내에서 가진 동행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언론이나 시민단체, 국제사회에서 이런저런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서 그런 점들이 충분히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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