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정당성 잃은 '주작' 대통령 사과하라"

與 "정통성 운운 어이없다…문대통령 사과? 대꾸할 가치 없어"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지사가 지난 21일 경남도청에서 입장 표명 중 생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 유죄 확정판결 여파가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여권은 김 전 지사를 옹호하며 공세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야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대선 결과를 조작으로 규정,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하야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현 정권의 정통성과 도덕성을 문제 삼아 대선 고지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지사의 판결을 옹호하는 여권을 향해 “충격적”이라고 비판하며 “젊은 세대가 구 문재인과 현 문재인을 대비하며 조롱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즉각적인 사과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문대통령이 과거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대표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에 청와대 입장 표명을 요구한 점에 대해서도 "대통령께서는 일관된 말씀으로 국가의 질서를 세워달라"고 밝혔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같은 자리에서 “김경수 한 사람 구속됐다고 끝날 일이 결코 아니다”면서 “몸통은 문대통령과 민주당”이라고 지적했다.

배현진 최고위원도 “문재인 정부는 탄생의 정당성을 잃었다”며 “요즘 말로 '주작'(그럴듯하게 거짓으로 꾸밈) 정부, 주작 대통령이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이 공세의 고삐를 바짝 쥐고 있는 것은 7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이 여전히 40%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야권은 이 문제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권의 정통성과 도덕성에 흠집을 낼수록 향후 대선 정국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불복이라며 반발, 칼날이 문대통령에 향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힘쓰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적극적 지지자들이 탈법적 수단을 동원해서 돕겠다는 것을 (김 전 지사가) 모르고 만났거나, 알았더라도 그것을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못한 것이 동의 또는 지시로 해석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2012년 국정원이라는 권력기관을 동원해 댓글 조작 사건을 벌였고, 3%포인트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런 사람들이 정통성 운운하는 것은 어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7년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정권 교체 열망이 어느 때보다 강했던 시기로, 그런 일(댓글 조작)을 할 이유도 없고 할 상황도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문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에 나서야 한다는 야권의 요구에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민주당 대권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전 지사의 판결을 두고 “유감스럽다. 법원 판결이 조금 더 증거 재판주의에 충실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대통령을 그런 데 끌어들이고 갖다 붙여서 훼손하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전날 댓글 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확정됐다. 김 전 지사 측은 상고심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존재를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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