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대선 출마 발표, 보수 이어 진보층까지 공략…'중도 확장'에 방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한국 민주화의 시발점인 ‘6·29민주화 선언(6·29선언)’ 34주년을 맞는 오는 29일로,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보수와 중도는 물론이고 진보층까지 끌어안아 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윤 전 총장은 최지현 부대변인을 통해 "오는 29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국민 여러분께 제가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말씀드리겠다"고 24일 밝혔다.

애초 정치권 일각에선 장모인 최모 씨의 의료법 위반 사건 1심 선고일이 다음달 2일로 예정된 만큼, 판결이 나온 뒤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29일을 택했다. ‘X파일’을 비롯한 가족과 관련한 의혹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동시에 진보진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민주주의’ 키워드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29일이 6·29선언 34주년이기 때문이다.

6·29선언은 1987년 6월29일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표위원이 국민의 민주화와 직선제 개헌요구에 따라 발표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의 수용 및 대통령선거법의 개정’이 포함돼 있어 민주적 정권 교체가 가능했다.

선언 장소를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으로 선정한 데도 정치적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의’와 ‘위국헌신’ 등의 가치를 강조해왔던 만큼, 독립운동가 정신을 내세워 안보를 중요하게 여기는 보수층의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앞서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사임 후 첫 공개 행보로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우당 선생은 항일 투쟁에 앞장섰던 인사다.

윤 전 총장 대선 캠프 대변인단은 “매헌 기념관은 대한민국 독립의 밑거름이 된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리는 곳”이라며 “우리 선조들이 목숨을 바쳐 만든 대한민국 건국의 토대인 헌법 정신을 이어나겠다는 의지를 국민께 보여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은 이번 선언에서 대선 출마와 향후 정치 활동의 방향, 국민의힘 입당 여부와 시기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본인과 그의 처가가 관련됐다는 ‘X파일’ 논란에도 입을 뗄 것으로 전망된. 그동안 윤 전 총장은 X파일을 ‘불법 공작’으로 규정하며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파일의 존재 여부와 작성자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 자리를 빌려 정면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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