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대선 출마…"정의·공정·법치의 나라 만들 것"

與일각서 우려도…"尹 잡을 는 매 맞는지 증명해야"

野 반색…"국민 지탄 받은 추미애 등장, 고마울 따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경기 파주시 헤이리의 한 스튜디오에서 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연설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슬로건은 ‘사람이 높은 세상, 사람을 높이는 나라’다.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검찰개혁 등으로 마찰을 빚었던 만큼 추 전 장관의 등판은 여권은 물론 전체 대선 정국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전 장관은 23일 오후 경기 파주 헤이리 갈대광장 잇탈리 스튜디오에서 출마선언식을 열고 “기득권 세력의 선택적 정의와 가짜 공정, 초법적 행위에 맞서 정의와 공정, 법치의 나라를 만들겠다”며 “나라의 기강을 흔들고 공적 권한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자들은 정의와 공정, 법치의 이름으로 단죄하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장관의 출마 선언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은 9대1로 진행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최문순 강원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이광재·박용진·김두관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거나 앞두고 있다.

이재명(왼쪽부터) 경기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 추미애, 이낙연·정세균 꺾고 이재명 위협하나

추미애 전 장관의 등판은 가장 먼저 여권 내 대선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판사 출신의 5선 의원으로 당 대표를 지낸 중량감이 있다. 법무부 장관 재임 당시에는 윤석열 전 총장과 공방을 이어가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하며 그는 강성 권리당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또한 추미애 전 장관은 지난 1월 퇴임한 뒤에도 윤 전 총장을 향한 공세를 퍼부으며 여권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19일 여론조사기관 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 더300 의뢰로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여권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는 6.1%를 기록하며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재명 지사(33.3%)와 이낙연 전 대표(13.6%)를 꺾진 못했지만, 정세균 전 총리(5.5%)를 비롯한 나머지 후보들을 제친 셈이다.

추미애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의 ‘저격수’라는 점을 강조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7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나만큼 윤석열 전 총장을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제가 꿩 잡는 매”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1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는 “정치 검사가 바로 대권으로 직행한다는 것은 우리 민주주의를 그냥 악마한테 던져주는 거나 똑같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장관이 강성 권리당원인 ‘친문(친문재인)’의 지지를 끌어모아 세를 키운다면 이재명 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를 의미하는 여권의 ‘빅3’도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친문의 표가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지기반을 공유하는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의 지지율이 요동칠 수 있다. 추미애 전 장관의 등장으로 이재명 지사의 독주체제가 한층 강화될 수 있는 셈이다.

추미애 전 장관이 목소리 높일수록 윤석열 전 총장의 인기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정세균 전 총리는 23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동료를 비판할 생각은 없으나 (윤 전 총장이 반사체가 된데 추미애 전 장관이 역할을 한 건) 사실과 부합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용진 의원도 같은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추미애 전 장관이 윤석열 전 총장을 잡으러 나왔다고 들었다”며 “추미애 전 장관이 잡으려고 하는 게 꿩(윤석열 전 총장)이 맞는지 본인이 매는 맞는지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 추미애 등장 환영…野에 '호재'로 작용할까

곤혹스러워하는 여권과 달리 야권은 추미애 전 장관의 등장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추미애 전 장관이 목소리를 높일수록 윤석열 전 총장을 비롯한 야권 후보의 인기가 올라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전 장관은 재임 시기에 윤석열 전 총장을 향해 감찰권을 남용해 찍어내기를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며 “닭 쫓던 강아지를 자임해야 될 분이 '꿩 잡는 매'를 자임하는 걸 보면 매우 의아하다”고 말했다.

또한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추 전 장관이)꼭 나오시길 바란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검찰개혁이라는 신기루 내세워서 법치를 짓밟은 책임은 절대 가벼운 것이 아니다”며 “꼭 나오셔서 민심이 어떤 건지 온몸으로 깨달으시길 바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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