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미국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북 제재 행정 명령 효력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한 직후에 나온 반응이다. 이에 따라 기대를 모았던 북미 간 대화 분위기는 다소 힘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연합뉴스가 대외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인용 보도한바에 따르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에 올린 담화문을 통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당중앙위원회 전원 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 립장(입장)을 '흥미 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는 보도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아마도 자신을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하고 있는 것 같다”며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입장을 묻자 “아직 청와대 입장을 낼 여유도 없었다. (입장을) 낼 것 같진 않다”고 답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열린 전원 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한다. 특히 대결에 빈틈없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했다. 이에 한미 양국 정부에서는 북한이 대화 재개의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평가를 했다.

김 부부장의 반응은 대북 제재에 대한 ‘원칙론’을 고수하는 미국 측의 입장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방한 중인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전날 “전체 조건 없이 만날 수 있다는 제안에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의회에 2008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발동되거나 확대된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연장하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다.

미국은 올해 2월과 5월에도 북한에 접촉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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