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부동산 투기 의혹 제기 與 의원 12명 중 7명, 탈당 거부

백혜련, '선당후사' 강조…"정권 재창출 절박함 필요한 시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전수조사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자당 소속 의원에 ‘자진 탈당’을 권고했지만, 다수가 불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은 당내 내홍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내놓은 ‘탈당’이라는 초강수가 되레 자충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4일 국회 최고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탈당을 권고한 의원들과 대화하며 설득하고 있다”면서 “언제까지 탈당해야 한다는 마지노선은 없지만, 가능한 이른 시일 내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게 지도부의 의지”라고 말했다.

권익위가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내 의원은 모두 12명이다. 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여론이 들끓자 민주당이 소속 의원 174명과 직계가족 816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권익위에 맡긴 데 따른 것이다.

송 대표는 이들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소명 절차는 생략됐다. LH 사태로 불거진 성난 부동산 민심을 잠재우지 않으면 4·7재보궐선거에 이어 내년 대선에서도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불러온 ‘극약처방’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지금까지 탈당 권유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의원이 김주영, 문진석, 서영석, 윤재갑, 임종성 의원뿐이라는 것이다. 김수흥, 김한정, 김회재, 오영훈, 우상호, 양이원영, 윤미향 의원은 사실상 탈당을 거부하고 있다. 12명 가운데 과반인 7명이 탈당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송 대표는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을 향해 ‘읍참마속(원칙을 위해 자기가 아끼는 사람 버림)’의 심정을 강조했지만, 큰 효과는 없는 모양새다. 부담은 송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준석 체제’로 전열을 정비하면서 쇄신에 대한 당 안팎의 요구는 커지고 있지만, 권익위 조사 결과는 의혹뿐으로 윤리감찰단 등을 통한 징계 절차를 밟기도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내에서도 탈당을 거부하는 의원들을 향한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백혜련 민주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선당후사’를 강조하며 탈당 권유에 버티기로 맞서는 의원들을 에둘러 비판했다.

백 최고위원은 “이준석 현상으로 대변되는 기성 정치인에 대한 경고와 변화에 대한 열망의 거대한 파도는 이제 우리 당을 덮쳐오고 있다"며 "우리 잘못을 숨길 수도 없고, 레토릭과 감언이설로 국민을 현혹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시대에 맞는 언행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권여당의 추진력으로 민생정책을 만들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과 정의 구현을 위해 뼈를 깎는 혁신을 해야 한다"며 "정권 재창출을 하지 않으면 우리가 바라는 개혁도 공염불이 될 것이다. 정권 재창출에 대한 절박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당 구성원 모두 상기하고, 선당후사의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오는 16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후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의 탈당 거부 문제를 마무리 짓고 정책 의원총회를 소집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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