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이상 부동층 향방이 '관건'

이재명(왼쪽부터) 경기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제41주년 5·18 민주화운동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빅3’로 불리는 대권 주자들이 호남으로 향했다. 전통적 텃밭으로 여겨지는 호남에서 승기를 잡아야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층이 30%에 가깝고 뚜렷한 강자가 없어 호남 민심을 차지하기 위한 대권 주자들의 쟁탈전은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비호남' 이재명, 정책 선명성 등으로 호남 민심 공략

17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5·18을 전후로 호남을 찾았다.

이 지사는 이날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했다. 첫날엔 전북 군산에서 열리는 경기도와 전라북도 간 자동차 대체인증부품 활성화 업무협약식을 가졌다. 18일에는 광주를 찾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경기도와 광주시의 5개 구청 간 기본소득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행보는 내년 3월 대선과 민주당 경선에 앞서 여권의 심장부인 호남의 민심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현역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활동 반경에 다소 제약이 있지만, 정책 선명성 등을 통해 전국적 확장성을 갖춘 후보라는 점을 증명하려는 것이다.

이 지사는 경북 안동 출신으로, 정치적 기반은 경기도에 있다. 하지만 그동안 광주를 두고 ‘사회적 삶을 만들어준 어머니’라고 표현하는 등 호남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왔다. 선거 유세를 위해 호남을 찾을 때는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를 구호로 썼다. 이순신 장군의 어록으로, ‘호남이 없다면 국가도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지난 1월에는 비공개 일정으로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홀로 참배도 했다.

◇ 이낙연, '이명박·박근혜 사면론' 사과…진정성 호소

이 전 대표는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호남을 찾았다. 전남 영광 출신인 데다 지역에서 4선 국회의원과 전남지사까지 지낸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지난해 총선 이후 40%를 넘나들었다. 치솟은 인기에 당 대표직도 차지했다.

하지만 ‘남자는 엄마가 되는 경험을 못 해 나이를 먹어도 철이 안 든다’는 발언 등이 논란이 되면서 지지율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올해 초 제안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은 지지율 급락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이 전 대표는 호남을 방문한 기간 5·18 묘비를 닦는 것을 시작으로 일정에 나섰다. 16일에는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을 제기한 데 대해 공개 사과 메시지를 냈다. 국민 기본권 강화와 불평등 완화를 축으로 하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위한 개헌을 제시했다. 또 차기 대통령 임기 시작과 함께 바로 추진하자며 승부수를 띄우는 등 호남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는 데 힘썼다.

◇ 정세균 "저평가 우량주서 고평가 우량주로 전환하는 과정"

전북 진안 출신인 정 전 총리도 지난 12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호남 곳곳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했다. '텃세'를 과시하는 등 자신이 민주당의 적통 대권 주자임을 부각하기도 했다. 최근 이용빈·신정훈·김회재 등 광주·전남 지역 의원 6명과 김성주·안호영 등 전북 지역 의원 7명이 지지를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정 전 총리는 정치인부터 청년 사업가와 시장상인 등 각계각층 인사와 간담회를 열고 다양한 의견을 듣는 데 주력했다. 대부분은 비공개 일정이었다. 문제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이지만, 정 총리는 진정성을 강조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6일 전북도의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정 전 총리는 역전을 다짐했다. 그는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는 지적에 “저평가 우량주에서 고평가 우량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며 “빨리 출발한다고 골인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 '될 사람' 뽑는 호남 민심, 어디로 향할까

여권의 ‘빅3’로 꼽히는 대권주자들이 이같은 행보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전문회사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실시한 5월2주차 전국지표조사(NBS·National Barometer Survey) 결과 진보진영 대선후보 적합도는 이 지사 33%, 이 전 대표 11%, 정 전 총리 4% 순으로 나타났다. 광주·전남만 보면 이 지사 38%, 이 전 대표 14%, 정 전 총리 7% 순으로 집계됐다. ‘없다(27%)’와 ‘모름·무응답(8%)’은 35%였다.

지난 4월4주차 조사와 비교하면 전국 대선후보 적합도는 이 지사 33%, 이 전 대표 10%, 정 전 총리 4%로 큰 차이가 없지만 광주·전라 지역은 다르다. 지지율 변동 폭이 크다. 당시 광주·전라 지역의 대선후보 적합도는 이 지사는 32%, 이 전 대표 25%, 정 전 총리 12%로 나타났다.

이 지사의 지지율이 높지만, 부동층이 30% 이상인 만큼 상황에 따라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역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실제 호남은 그동안 ‘될 만한 사람’을 밀어주는 전략적 선택을 해왔다. 영남 출신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그 예지만, 이번은 다르다. 강자가 없기 때문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영호남 간의 대결이 한층 더 치열해졌다”면서 “이번 대선이 양자 대결의 혈투가 될 것으로 전망되다 보니 영호남 모두 연고보다 당선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호남 민심은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후보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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