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靑 분수대 앞 의총…"'인사 폭거" 규탄

김기현(가운데)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김부겸 총리 인준 강행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여야 관계가 ‘급랭 전선’에 들어섰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동의 없이 김부겸 국무총리 인준안 등을 단독 처리한 데 따른 결과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와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와 여권을 향해 날을 세웠다. 앞으로 상임위원회의 ‘상원’으로 불리는 법제사법위원장 선출 등이 남아있는 만큼, 여야의 갈등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14일 국회 절차가 마무리된 김부겸 국무총리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며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소속 초선의원들이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인 적은 있지만, 의원 대다수가 참석하는 총회를 국회 밖에 연 것은 21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청문 정국 일방 처리’와 문 대통령의 총리 및 장관 임명 강행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여당의 독주를 부각하며 문재인정부가 민심을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모두발언에서 "문재인 정권은 아무리 민심의 회초리를 맞아도 전혀 달라지지 않고 오만과 독선의 DNA가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다"며 "부적격 장관 후보자의 독단적 임명 강행은 청와대의 각본과 감독하에서 민주당이 배우로 등장해 실천에 옮긴 참사"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 4년 동안 무려 32명을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하는 인사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며 “말로는 협치, 소통, 통합을 운운하지만 속은 오로지 내 편, 내 집념으로 가득 차 있는 이중적·위선적 행태가 4년 내내 반복되고 있고, 남은 1년 동안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문 대통령의 사과와 면담을 거듭 요구하며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검토, 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신임 지도부와 간담회에서 ‘원팀 정신’을 강조한 점을 혹평하기도 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민심은 뒷전이고 의석수로 힘자랑하는 의회 폭거를 주저 없이 하며 협력만 강조하니 선거도 망치고 인사도 망친 것 아닌가”라며 “장관 후보자들에게 '역경을 이겨내라'며 꽃다발을 선물한 대통령, 오직 정권 재창출만이 목표인 '원팀 체제', 내 편과의 단합만 중시하는 대통령은 우리에게 이미 희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김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한 뒤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사청문 국면이 마무리됐지만, 여야 관계가 악화하면서 민주당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사위원장을 두고 여야 모두 ‘사수’를 외치고 있어 기싸움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체계·자구를 심사하는 권한을 갖는다. 쟁점 법안의 경우 법사위에서 논의를 지연, 사실상 폐기할 수도 있어 ‘핵심 상임위’로 여겨진다.

이미 민주당은 박광온 의원을 법사위원장에 내정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국민 여론에 대한 여권의 부담을 발판삼아 법사위를 비롯한 원 구성 재협상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 권한대행은 지난 3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 법사위원장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것은 장물을 계속 갖고 있겠다는 것으로 장물을 돌려주는 건 권리가 아닌 의무”라면서 “모든 것을 바쳐 싸울 것은 싸우고 일할 것은 일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달 30일 원내대표 선출 직후에도 민주당을 향해 “법사위원장을 돌려주지 않으면 폭거이자 범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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