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4·7 재보궐선거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4주년을 앞두고 소폭 반등했다.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대통령의 취임 4주년 지지율과 비교하면 가장 높다. 하지만 취임 당시 주요 사안 직접 브리핑, 야당과의 회동 정례화 및 수사 대화 등을 약속했던 만큼 역대 정부와 크게 차별화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은 지난 4일과 6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평가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한 결과 긍정평가는 34%, 부정평가는 58%로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8%는 의견을 유보했다. 취임 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주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긍정평가(29%)는 5%포인트 상승했고, 부정평가(60%)는 2%포인트 줄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후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4주년에 기록한 지지율과 비교하면 우수한 성적이다. 대부분은 임기 말 친인척이나 측근의 비리, 당청 간의 충돌 등으로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현상)’에 부딪혔다.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보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긍정평가는 12%(1992년 5월)였다.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 14%(1997년 1월), 김대중 전 대통령 33%(2002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16%(2007년 1월), 이명박 전 대통령 24%(2012년 2월)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2016년 12월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되고, 2017년 3월 탄핵당하면서 비교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4년차인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5년 차에 들어가기도 전에 국정운영 권한을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에게 넘겨야 했다. 마지막 지지율 조사였던 2016년 12월의 국정 지지율은 5%에 머물렀다.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율을 보면 취임 첫해 50~70%대를 기록하다가, 점차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임기 초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지만, 임기 말엔 권력형 스캔들 등이 터지면서 지지율 하락은 반복됐다. 특히 차기 대선이 본격화되는 시점에는 현직 대통령에 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더 하락했다.

문 대통령도 비슷한 궤적을 밟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직후였던 2018년 5월1주 지지율은 8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취임 2주년(2019년 5월)에는 45%를, 3주년(2020년 5월)에는 71%로 나타났다. 아직 치명적인 친인척·측근 비리 등이 불거지지 않은 점 등이 3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배경으로 보인다.

다만 평가는 갈린다. 조대엽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전날 열린 '문재인 정부 4주년 국정 비전과 성과 콘퍼런스'에서 “문재인 정부의 4년은 공정국가, 책임 국가, 협력 국가를 향한 일관된 여정이었다”며 “놀라운 대응 능력을 보여준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4년 간 국민의 헌신과 참여에 힘입어 정부가 의미 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한 단계 더 도약한 국가 비전과 과제들을 고민하며 정부의 역량을 모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반면, 야권을 비롯한 각계에서는 문 정부에 대한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깨어진 약속, 문재인 정부 4년의 개혁을 평가하다' 토론회에서 "5년 전 온 국민이 촛불을 들어 국정농단 세력을 퇴출시켰고 노동존중사회, 포용국가, 한반도 평화 등을 기대했다"며 "그러나 요란한 빈 수레였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고 말했다.

여 대표는 "집값은 폭등했고, 자산 격차는 역대 최악이며 불평등은 최대로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소득주도 성장정책, 부동산 정책의 실패 등이 어우러지다보니 계층 간의 반목이 심해지면서 문 대통령 본인이 약속했던 '공정사회'는 사라지고 철저한 '불공정사회'로 변했다"면서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새로운 정책을 만들기 보다는 코로나19 상황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강윤 정치평론가 역시 "'조국사태'로 공정사회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국민들이 역대 정부와 차별화를 느끼지 못하면서 실망이 커지고 있다"면서 "임기 말 사법개혁, 언론개혁과 함께 대학등록금 지원 등을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운 민생을 돌보는 데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오는 10일 오전 11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 연설에 나선다. 문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지난 4년을 돌아보고, 남은 1년의 국정운영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연설을 마친 뒤에는 청와대 출입기자들로부터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직접 답변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신년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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