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이르다' 국민 여론 고려·정치적 부담 작용 등 분석

"후임자 정해지면 국민통합 전제 하에 특별사면 가능성"

이명박(왼쪽),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이 재점화됐다. 청와대는 국민통합이 선행돼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전직 대통령 사면의 경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임자가 결정된 시점에 국민통합을 전제로 한 사면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은 지난 21일 촉발됐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문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박 시장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공식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거절 의사를 밝혔다. 국민 공감대와 통합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지난 1월 밝힌 입장과 비슷한 만큼, 사실상 사면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동의나 거절 차원이 아니다”며 “인간적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결정할 얘기가 아니라 국민 공감대와 국민 통합의 기준이라는 것에 비춰서 판단하겠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에게 해당하는 사면은 '특별사면'이다. 특별사면은 형을 선고받은 자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사면을 위해선 법무부 장관이 사면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대통령에게 올려야 한다. 최종 결정은 대통령의 뜻에 달렸다.

김영삼 정부 이래 특별사면은 모두 39회 시행됐다. 세부적으로 김영삼 정부 9차례, 김대중 정부 8차례, 노무현 정부 8차례, 이명박 정부 6차례, 박근혜 정부 4차례다. 탄핵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를 제외하고 김영삼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특별사면은 평균 7.75차례 시행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의 절반 수준인 4차례만 시행됐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관계가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 당시부터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에 대해선 대통령 사면권 제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주요 정치인이나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특별사면에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뇌물수수로 유죄가 확정돼 수감됐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국정농단에 연루돼 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그 사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에 선을 긋는 이유는 국민 여론을 고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23~24일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52.2%가 '사면을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답했다. 반면 '사면을 고려할 때가 됐다'는 의견은 40.3%였다. 찬반 의견 격차는 11.9%포인트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 3.1%포인트) 밖이었다.

정치적 부담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차기 대선 국면에서 사면을 정권 재창출을 위한 ‘히든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차기 대선 당선자와 국민통합을 전제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예를 들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다. 1997년 대선 직후 김영삼(YS) 대통령은 김대중(DJ) 당선자와 의논한 뒤 국민 대통합이라는 명목으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결정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제기되고 있지만,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도 “DJ가 당선된 뒤 YS에게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건의했듯, 후임자가 정해지고 나면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통합 차원에서 이러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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