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년과 달리 정부 차원 행사 취소…돌파구 찾기 어려울 듯

2018년 4월 27일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처음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남북관계가 좀처럼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27 판문점 선언 3주년을 맞았지만, 이른바 ‘하노이 노딜(no deal)’로 북미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데다 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정부 차원의 기념행사도 취소됐다. 여기에 미국의 정권교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등의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갈 곳을 잃은 모양새다.

정부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정상회담인 4·27 판문점선언 3주년을 맞는 27일 따로 기념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민간단체들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해 축사 등의 메시지를 내기로 했다.

통일부는 판문점선언 1주년이었던 2019년 4월에는 판문점 남측 지역 회담 장소를 무대로 ‘평화 퍼포먼스’ 행사를 열었다. 2주년이었던 지난해 4월에는 통일부와 국토교통부 주최로 정부·지자체 및 관계 단체장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진역에서 '동해 북부선(강릉∼고성 제진) 추진 기념식'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한반도 평화의 의지를 담아낸 메시지를 냈다.

통일부는 올해 정부 차원의 공식 기념행사를 열지 않는 데 대해 코로나19로 대규모 대면 행사를 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무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이날 문 대통령이 판문점선언 3주년을 맞아 따로 메시지를 낼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교착국면에서 위기국면에 들어선 남북관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된 뒤 이듬해 대북 전단(삐라) 살포에 반발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서해상에서 남측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되는 악재도 발생했다.

김 위원장이 사건 직후 이례적으로 직접 사과 메시지를 내면서 파국은 피했지만 난기류는 계속됐다. 북한은 남북 교류 제안에 일절 호응하지 않았다. 김여정 북한 노동장 부부장은 지난달 한미 군사 연합훈련과 관련한 담화를 통해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을 향해서도 ‘철면피’, ‘미국산 앵무새’라고 지칭하는 등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이 악화일로를 걷는 남북관계를 풀 실마리라는 시각이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을 마지막으로 조율, 얼어붙은 한반도 정세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최근 경제 분야 사업에 집중하면서 가시적인 도발을 비교적 자제하고 있다. '강 대 강, 선 대 선' 원칙을 제시하며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만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전망이 짙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두고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밝히는 등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북중, 북러 국경 봉쇄가 해제되면 본격적인 ‘반미연대’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전임 행정부로 인해 흐트러진 국제관계를 정상화하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침체한 경제를 활성화해야 하는 등 과제가 산적해 있어 북한 문제까지 고려할 여유가 없다”면서 “문 정부가 미국의 정책에 공조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당분간은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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