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암호화폐 시장 막겠다는 접근은 시대착오적"

전용기 "청년 의사결정 비하…전형적인 꼰대식 발언"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 과열에 따른 투자자 피해 보호 불가 입장을 밝힌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향한 정치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이 위험하니 막겠다는 접근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암호화폐 시장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높여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나아가 신산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2018년 박 전 장관은 암호화폐를 투기 도박에 비유하며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별다른 정책 없이 3년이 지난 지금, 은 위원장은 암호화폐를 인정할 수 없고 손실 보호도 할 수 없으며 투자자들이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시장이 위험하니 막자고 말하는데, 저는 생각을 달리한다”며 암호화폐 시장을 산업으로 인정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 월 이용자 수가 올해 2월 기준 300만명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20~30대는 전체의 59%를 차지한다.

이 의원은 “왜 20·30세대가 암호화폐나 주식에 열광하는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며 “그들의 삶이 불안하기 때문에 미래 가능성에 매달리고 있다.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조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격 조작이나 투자 사기 등 불법행위 차단 △디지털 자산의 규제 관할, 투자상품 인정 기준, 투자자 보호 정책 등을 위한 관련 제도 정비 △미래산업 측면에서의 접근 등을 제안했다. 국무조정실과 금융위, 기재부, 한국은행,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범정부적 테이블'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청년들이 보는 세상은 AI(인공지능), 블록체인, 6G(6세대), 가상세계 등 신기술이 맞물린 새로운 시대인데, 우리 기성세대는 아직 산업화 시대에 머물고 있다”며 “시대 요구에 뒤처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지는 상황 속 청년들의 미래투자를 기성세대가 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모형 모습.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의 전용기 의원도 은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은 위원장의 경솔한 발언으로 상처받은 청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며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암호화폐를 ‘인정할 수 없는 가상자산’으로 보는 위원장과 금융당국의 태도부터 잘못됐다”며 “인정할 수 없으면 대체 왜 특금법으로 규제하고, 세금을 매기는 건지 모르겠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무책임한 태도가 공무원의 바른 자세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는 것은 기성세대 잣대로 청년들의 의사결정을 비하하는 명백한 꼰대식 발언”이라며 “대체 무슨 자격으로 청년들에게 잘못됐니 아니니를 따지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전 의원은 “애초에 왜 청년들이 주식, 코인 등 금융시장에 뛰어드는지 이해했다면 이런 말이 나오지 않았어야 한다”며 “지금은 청년들이 평범하게 일자리를 구하고 월급을 모아 결혼하고 집사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연애, 결혼, 출산, 경력, 집 등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n포세대에게 유일한 희망이 금융시장이었다”며 “그런 입장을 이해하기보단 질책의 목소리가 먼저 나온다면 청년들은 대체 무엇을 믿고 무엇에 기대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당국이 정말 어른인 척하고 싶으셨다면 맞으니 틀리니 훈계할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이 아니더라도 청년들이 돈을 벌고 살아갈 방법을 찾아내는 데 주력했어야 한다”며 “시대에 뒤떨어지는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무엇이 문제인가 확인부터 하라”고 비판했다.

앞서 은 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암호화폐와 관련해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고 평가했다. 그럴면서 “올해 9월 암호화폐 거래소가 대거 폐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30 세대의 암호화폐 투자 열풍에 대해선 “사람들이 많이 투자한다고 보호해야 한다 생각하지 않는다”며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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