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 박형준 부산시장(왼쪽)과의 오찬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야당 소속의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초청해 오찬을 하며 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는 문 대통령이 초청하고 오 시장과 박 시장이 흔쾌히 응하면서 성사됐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문 대통령은 소통과 협력을 강조했다.

◇ 吳,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건의…文 “가격 상승 부추길 수 있어”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4·7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두 시장과 함께 오찬을 했다.

오 시장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건의했다. 앞서 오 시장은 이번 재보선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를 공약했다. 특히 당선 직후 일주일 내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으나, 최근 집값 상승 현상이 나타나자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단지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당선된 뒤 말을 바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 시장은 “안전진단을 강화해 재건축을 원천봉쇄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며 “취임 이후 건축된 지 50년 된 아파트 한 군데를 가봤다. 겉에 금이 가 있었지만 살만해 보였는데, 집안에 들어가 보면 생활이나 장사할 수 없을 정도로 폐허가 돼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주변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조 안전성 평가 비중을 기존 20%에서 50%로 늘려 사실상 재건축을 못 하게 하고 있다”며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같은 재건축 현장을 대통령님이 한 번만 나가봐 주시면 생각이 달라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입주자들이 쉽게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하면 아파트 가격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고, 부동산 이익을 위해서 멀쩡한 아파트를 재건축하려고 할 수 있다”며 오 시장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주택가격안정과 투기 억제, 최근 공급확대까지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은 중앙정부나 서울이 다를 게 없다"며 "국토교통부가 서울시와 더 협의하게 하고 필요하면 현장을 찾도록 시키겠다”고 밝혔다.

또한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의 인터뷰를 보니 민간개발 자체를 막겠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것 같다”며 “공공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민간개발을 못 하게 막으려는 것은 아니다. 시장안정조치만 담보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명박(왼쪽),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전직 대통령 사면론 꺼낸 朴…文, 신중기조 유지

박 시장은 수감 중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건의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다스(DAS)의 자금 35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박 전 대통령은 옛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 등으로 징역 22년을 확정받았다.

박 시장은 “불편한 말씀을 먼저 드리겠다”며 “전직 대통령은 최고 시민이라 할 수 있는데 현재 수감 중이어서 마음이 아프다. 저희 두 사람을 불렀듯 큰 통합을 위한 재고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된 것은 가슴 아픈 일로, 고령이시고 건강도 좋지 않아 안타깝다”면서도 “이 문제는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통합에 도움 되도록 작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면권이 국민의 뜻과 어긋나선 안 된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한 셈으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동의나 거절 차원의 말씀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대통령이 사면권을 절제해 사용해온 만큼 이 문제도 그런 관점에서 얘기한 것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달 초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올해 7월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 공동기수인 남측 원윤종, 북측 황충금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 입장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개최 논의도

문 대통령과 두 시장은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개최 계획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이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하며 2032년 올림픽 유치전이 호주 브리즈번으로 기울어가는 분위기에 제동을 걸었다. 북한이 막판에 도쿄올림픽에 참가할 수도 있는 만큼 최종 선택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서울시 홀로 유치전에 뛰어들겠다는 각오를 밝히며 “서울이 (올림픽을) 유치하고, 그 이후에 평양을 설득하는 것도 검토 가능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오찬에서는 ‘보은 인사’ 논란에 휩싸인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기 기획관의 남편은 지난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경남 양산갑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 기획관의 임명이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민유숙 대법관, 김부겸 국무총리 내정자의 배우자나 가족 사례를 언급하며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의 남편은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었으며, 김 총리 내정자의 처남은 ‘반일종족주의’의 공동 저자로 논란을 빚은 이영훈 교수다. 또 민 대법관의 남편은 문병호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다.

문 대통령은 이 밖에도 두 시장과 함께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와 부산 엑스포 등의 지역 현안도 공유하며 충분한 소통과 협력을 강조했다. 이철희 정무수석을 청와대 소통창구로 지정하고, 오 시장과 박 시장에게도 소통 채널을 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오 시장을 향해 지자체장들의 대표로 가능한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꼭 참석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예상보다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라며 "두 분(오 시장과 박 시장은)은 내내 예의를 갖췄고, 대통령님도 눈을 맞추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고, 본인의 생각을 소탈하게 말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의 소통 의지는 분명하다. 얼마든지 기회를 만들어주면 (소통)하겠다고 했다”며 “민심과 맞서는 것이 아니라 민심을 받아들이는 대통령의 뜻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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