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수급 우려 확산 속 5월 한미정상회담 앞둬
野 "文 방미 때 백신 확보 가장 중요하다" 압박
"미국과 안보동맹 관계 강화…실용외교 펼쳐야"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5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대한 국민 우려가 커지는 상황 속 일본 정부가 화이자 백신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성공해서다. 정부는 백신 확보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1월 집단면역’ 목표 달성에 대한 물음표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용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가입을 지렛대 삼아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느 나라나 백신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경제가 걸린 최고의 전략 물자다. 백신 확보는 곧 외교력의 성적표가 될 것”이라면서 “미국이 이미 3차 접종까지 계획하고 많은 백신 물량을 확보한 만큼, 문 대통령은 철저한 교섭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석기 의원도 이날 외통위 회의에서 “일본 총리는 엊그제 미일 정상회담이 끝난 뒤 현지에서 화이자 최고경영자와 협의해 1억회분 가량의 화이자 백신을 추가 공급받는 걸로 약속받았다고 한다”며 “우리 대통령도 이번에 미국에 가서 한미정상회담 하는 계기로 화이자 백신을 일본처럼 1억회분 정도 받아오도록 강력 주문하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백신 확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어떻게든 백신을 확보해 올 11월에는 일상을 회복해야 한다”며 “대통령만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 백신 수급 우려 차단 주력…"美와 스와프 논의 중"
앞서 정부는 오는 11월 내 전 국민 70% 이상이 항체를 갖는 집단면역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상반기 도입 백신 물량은 약 1000만명분에 불과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1년 이상 이어지면서 계획했던 백신 물량이 제때 들어올지도 미지수다. 세계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백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고 미국 등은 당초 예정한 접종 횟수보다 한 차례 더 접종하는 ‘부스터샷’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백신 수급에 대한 우려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통위 전체 회의에서 미국 측과 백신 확보를 위한 ‘한미 백신 스와프’를 진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측이 확보한 백신을 한국에 일정 부분 공급하면, 한국이 나중에 이를 갚는 것을 말한다.
더불어민주당도 백신 수급과 관련한 긴급원내점검단을 설치하고, ‘자가검사키트’ 도입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도 1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 한미정상회담에서 백신 공급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했다.
◇안미경중 벗어나 쿼드 가입 고려 의견도20일 기준 전 국민 대비 백신 접종률은 3.2%(163만9490명)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백신을 확보하는 데 있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를테면 쿼드 가입이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는 ‘안미경중(安美經中)’식 외교에서 벗어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5~18일 방미 중 화이자 백신 1억회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은 쿼드 가입국으로,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을 견제하자는 미국의 요구에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밝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발등에 떨어진 불은 한반도 평화가 아니라 코로나19”라면서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지만 코로나19가 국민의 생존권과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만큼 쿼드 가입을 통해 미국과 협력, 확실하게 줄을 서는 방법으로 백신을 받아오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제언했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포럼 이사장은 “중국이 연 성장률 10%를 넘어설 때는 경제 관계 문제를 소홀하게 생각할 수 없었지만,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앞으로는 우리의 국익을 앞세운 실용 외교를 펼쳐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 경제, 안보의 주도권을 쥐려면 미국과의 안보동맹 관계를 강화해 이를 기술 및 반도체 동맹으로 확대해 나가는 동맹 강화정책을 펼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