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 조사서 지지율 2.4% 불과

'마의 벽' 5% 벽 넘어설 지가 '관건'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6일 오후 이임식을 마친 뒤 정부서울청사를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섰다. 참패로 끝난 4·7 재보궐선거 전반을 진두지휘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추락으로 여권의 차기 유력 대선 주자로 발돋움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정 전 총리는 4·19혁명 61주년을 맞은 19일 서울 강북구에 있는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다음주부터는 전국 순회에 나선다. 일정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 참배를 시작으로 부산·경남(PK), 대구·경북(TK), 호남 방문으로 이어지는 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총리의 이같은 행보는 대중과 접점을 확대, ‘대통령감’이라는 면모를 살리는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 최대 세력인 ‘친문'(친문재인)을 포섭하는 동시에 민주당계열에서 친노의 좌장으로 불리는 자신의 정통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그는 전날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일산 사저’ 기념관을 찾아 15대 대선 당시 슬로건이었던 ‘든든해요 준비된 대통령 김대중’이 담긴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1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만찬을 하며 PK 공략법을 전수받기도 했다. 그는 국회 앞 빌딩에 들어설 캠프 준비도 한창이다.

정 전 총리가 대권 행보를 가속하고 있지만, 문제는 낮은 지지율이다. 아직 그는 유의미한 차기 주자의 척도로 꼽히는 ‘마의 벽’ 5%선을 넘지 못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6일 전국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도 정 전 총리의 지지율은 2.4%에 불과했다.

1위를 차지한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37.2%)과 비교하면 34.8%포인트 낮다. 이 지사(21.0%)와는 18.6%포인트 차다. 재보선 패배의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은 이 전 대표(11.0%)를 넘어서기도 어렵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에 비해 열성 지지층도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정 전 총리가 ‘반전 드라마’를 쓸 기회는 있다는 전망이 있다. 이 전 대표와 같은 호남 출신으로 지지기반이 겹치는 만큼,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2017년 대선후보 경선과 2018년 경기지사 경선에서 친문과 부딪힌 이 지사가 아직 완벽하게 관계를 봉합하지 못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 전 총리가 결코 만만한 후보가 아니다"며 "정 전 총리와 이 전 대표가 '호남'이라는 지지기반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이 전 대표의 입지는 점점 더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바닥 민심을 잘 읽는 정 전 총리의 정치력 등을 고려했을 때 지지율이 10%만 넘어서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권의 제3후보로는 정 전 총리 외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언급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유 이사장은 2.4%, 임 전 실장은 0.7%의 지지율을 얻었다. 다만 유 이사장은 지난 16일 노무현재단 유튜브채널 ‘알릴레오’에 출연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밖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이광재·김두관 의원 등도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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