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주한 일본 대사에 한국 정부·국민들 우려 전달

정부,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방안 14일부터 구체적 검토

부산환경회의, 부산소비자단체협의회 등 부산지역 시민단체가 14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일본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 앞바다에 원전 오염수가 흘러온다는 의미를 담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고 결정한 것이 그 원인이다.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 및 일본군 위안부 판결 등의 영향으로 가뜩이나 악화한 양국 관계가 돌파구를 찾기는 커녕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아이보시 코이치 주한 일본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이 끝난 뒤 이어진 환담에서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한 한국 정부와 국민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코이치 대사에게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바다를 공유한 한국의 우려 매우 크다”며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이런 우려를 본국에 잘 전달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신임장 제정식 후 이같은 환담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사안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건강과 직결된 만큼 한일관계에 악재로 작용했던 과거사 문제보다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날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수산물 안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수협중앙회 등 수산단체 관계자들은 주한 일본대사관을 항의 방문하고 규탄 성명서를 전달했다. 대학생기후행동과 부산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도 집회를 열고 일본 측의 조치 규탄했다. 여야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일본 측의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원전 오염수 처리 방법은 일본의 주권 사항인 만큼,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번 사안을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잠정조치와 함께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잠정조치는 국제해양법재판소가 최종 판단을 내릴 때까지 일본이 오염수를 바다에 버릴 수 없도록 하는 일종의 ‘가처분 신청’을 의미한다”며 “국제해양법재판소는 분쟁 당사자들의 이익을 보전하거나 해양환경에 대한 중대한 손상을 막기 위해 이런 잠정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비서관실이 오늘부터 구체적인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에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이 더해지면서 양국 간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2018년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둘러싼 갈등이 촉발된 정상궤도에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에 취임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여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통화하지 못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전날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했다. 바다로 방류 전 62종의 방사성 물질을 거를 수 있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한 후, 여기서 걸러지지 않는 '트리튬'(삼중수소)은 물로 희석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식수 기준의 7분의1, 자국 기준 40분의1까지 낮추도록 물로 희석해 오는 2023년부터 2053년까지 125만톤을 방류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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