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에 여야 해석은 '제각각'

"'결정적 한 방' 없이는 판세 뒤집기 어려울 듯"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여야가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율을 놓고 ‘아전인수’ 식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수세에 몰렸던 더불어민주당은 지지층이 결집했다고 봤으나 국민의힘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분노가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여야가 저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추세라며 자신감을 보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전투표율이 상향 추세에 있는 데다 야권의 ‘정권심판론’에 맞서 여권의 지지층 결집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넘어설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진행한 재보선 사전투표에서 전국 1216만1624명의 유권자 가운데 249만7959명이 참여해 최종투표율 20.54%(서울 21.95%, 부산 18.65%)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다. 기존 재보선 사전투표율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4년 10·29 재보선(19.40%)과 2018년에 치른 7회 지방선거(20.14%) 때보다도 높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회의에서 “높은 사전투표율과 유세 호응에서 서울·부산 (시장)선거가 박빙의 승부로 가고 있다고 직감했다”며 “승부는 투표가 끝나는 중간에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변수가 있을 수 없다”며 “지난 4년간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이번 재보선이 무엇 때문에 실시됐는지 국민이 너무 잘 인식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분노의 표시라는 걸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 모두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사전투표율로는 승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놨다.

우선 사전투표제가 안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전투표제는 2013년 도입된 뒤 해마다 투표율이 증가하고 있다. 본투표와 달리 주말에 진행되는 데다 접근성과 편리성이 주요한 영향을 미치면서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에서는 12% 안팎에 불과했던 사전투표율은 2017년부터 20%를 넘어섰다. 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특별한 의미가 있기 보다는 본투표의 ‘분산투표’ 성격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업체 ‘민’ 대표는 “사전투표율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제도가 정착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오 후보의 서울 내곡동 땅 의혹이 두드러질수록 야권에 유리한 판세가 뒤흔들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내곡동 땅 의혹에 대한 증언이 잇따라 나올수록 선거의 판세를 가를 스윙보터(swing vote)가 오 후보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선거 초반에는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상당히 강했지만, 내곡동 땅 의혹과 관련한 오 후보의 계속된 ‘말 바꾸기’에 실망하는 층도 있다”며 “선거 막판에 갈수록 ‘샤이진보’, ‘중도층’으로 불리는 스윙보터들은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 주요 공직을 맡을 수 있은 가에 대한 합리적 의문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조직력도 변수다. 서울 지역의 구청장과 지역구 의원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어 조직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주저하는 지지층을 결집해 선거 당일 투표장으로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오 후보가 박 후보에 앞서는 여론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짙다. 남은 기간 이른바 '결정적 한 방'이 아니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쏠린 흐름이 박영선 민주당 후보로 변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분노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진 선거라는 점 등이 투표율 상승을 견인했다”면서 “선거 결과는 누구도 모르지만,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히 벌어졌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 후보가 오 후보와 격차를 좁히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도 “이번 재보선은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성격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기대하는 샤이 진보는 없다”며 “본 투표에서 판세가 뒤집힐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 역시 “여당 지지층들은 사기가 저하됐지만,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유권자들은 투표에 대한 의지가 상당하다. 또 민주당이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을 부각, 네거티브를 하고 있지만 표심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전체적인 흐름을 반전시킬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고, 이는 곧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