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 일파만파에 선거유세 현장서 사라진 '문재인 마케팅'

이낙연 "반성·혁신하겠다…부족함 꾸짖되, 버리지 말아달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이 3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달라졌다. 4·7 재보궐선거 그 어디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문재인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웠던 지난날과 달리 읍소와 인물 전략으로 표심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태로 ‘정권 심판론’이 거세지자 문 대통령과 거리를 두며 돌파구를 찾는 모양새다.

이낙연 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은 31일 국회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고 “LH 사태에 대해 국민 여러분이 느끼시는 분노와 실망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아프도록 잘 안다”며 “정부·여당이 주거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 무한책임을 느끼며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 선대위원장은 “국민 여러분의 화가 풀릴 때까지 저희는 반성하고 혁신하겠다”며 “부족함을 꾸짖으시되 지금의 아픔을 전화위복으로 만들려는 저희의 혁신 노력마저 버리지는 말아달라. 4월 2~3일 사전투표에 많이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인 김민석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의 심판을 일주일 앞둔 지금 두려운 심정으로 머리 숙여 솔직히 고백한다”며 “민심과 민생에 둔감했고 잘못에 대한 반성은 부족했다”고 밝혔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 등도 연일 고개를 숙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전국 단위 선거에서 문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략은 통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 전체 17개 가운데 14개(82.4%) 자리를 꿰찼다. 민주당은 서울 등 수도권 3곳과 충청, 강원, 호남 등을 석권했다. 한 번도 당선자를 내 적이 없었던 부산, 울산, 경남에서도 완승을 거뒀다. 전국 12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도 11명의 민주당 후보가 승기를 잡았다.

압승은 지난해 치러진 21대 총선에서도 이어졌다. 민주당은 국회 의석 300석 가운데 180석을 차지했다. 너도나도 문 대통령과 인연을 강조, ‘친문(친문재인)의 적자’라고 강조했다. 홍보물, 현수막, 유세장에서 문 대통령의 이름과 사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상황은 불과 1년만에 달라졌다. 재보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유세 현장에서 문 대통령의 이름과 사진은 사라졌다. 집권 후반기 치러지는 선거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LH 사태가 부동산과 공정이라는 ‘민심의 역린’을 한꺼번에 건드린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4%를 기록했다. 취임 후 최저치다.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가량 37~40%를 오갔지만, LH 사태가 터진 뒤 저지선은 무너졌다.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서울에서는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 수준인 26%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2~26일 벌인 조사에서는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최고치인 62.5%를 기록했다. 주요 지지층인 40대도 등을 돌려 부정평가는 51.5%, 긍정평가는 47.2%로 조사됐다.

칸타코리아가 지난 27일 조선일보와 TV조선 의뢰로 벌인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한 조사에서도 ‘정부 견제론’에 대한 의견은 64.0%로 나타났다. ‘정부 지원론’은 29.9%였다.

민주당은 분노한 민심에 납작 엎드린 모습이다. 애초 제도 개선과 특별검사 도입 등을 통해 LH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지난 주말부터는 ‘반성 모드’로 돌아섰다. LH 사태의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전통적 지지층까지 돌아설 조짐을 보인 탓이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정권 말에 치러지는 선거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 (정권 심판 기류가 강해져) 여당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에는 LH 사태 등이 계속 이어지면서 공정과 정의 같은 가치에 민감한 이들이 정부와 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민주당은 득표에 불리하다고 판단해 문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여론조사 결과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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